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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영유아 발달에 끼친 영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정수경 원장
 코로나가 영유아 발달에 끼친 영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정수경 원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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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달리 12시간을 보육합니다. 아이들은 간식시간, 점심시간, 낮잠 시간 등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합니다. 그러다 보니 언어발달 지연은 물론 아이들끼리 상호작용하면서 표정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신호를 전혀 배우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마스크를 쓰고 12시간 보육했던 한 아동은, 가정보육을 했던 또래 아동에 비해 언어 발달이 늦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어른들이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발달 지연을 아이들이 '당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 5월 24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인 정수경씨의 발언한 내용 중 일부이다. 코로나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휴원을 권고하면서 맞벌이 등으로 어린이집 보육이 반드시 필요한 아동들만 나오라고 실시한 '긴급보육'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지난 현재,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면서 잘 크고 있다고 안심했던 건 큰 착각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날 기자회견에서 서울·경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학부모 등 1451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가 아동발달에 미친 영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2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코로나 만1년, 영유아 보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어린이집 교사, 학부모, 및 현장전문가들과 함께 2차례의 간담회를 열었다. 이때,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되자 아동들이 전에 없던 신체 발달 및 언어발달 지연을 겪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709명, 학부모 742명까지 총 1451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71.6% "아동 발달에 코로나 영향"

원장 및 교사의 71.6%, 학부모의 68.1%가 '코로나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는 아래 표와 같이 답했다.

 
코로나가 유아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코로나가 유아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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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83.5%는 '과도한 실내생활로 인한 미디어 노출 증가'를 지적하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은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에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까지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학부모들은 특히 코로나 전후를 비교했을 때, '엄마표 사교육이 늘었다'고 72.9%가 대답했다.
  
바깥놀이 활동을 금지하는 지침이라도 풀어야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묻는 문항에 학부모들은 '아동의 자유로운 바깥놀이 시간 확보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67.4%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60분 이상 필수적으로 이뤄져 왔던 바깥놀이 활동이 코로나 1년간 금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원장 및 교사들은 '교직원의 심리·정서적 건강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69.3%)과 '코로나 단계 격상과 상관없는 안정적인 기관 운영 지원 대책 마련'(64.3%)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정수경 원장과 같이 많은 교사가 아이들의 '사회성과 발달이 전체적으로 퇴보'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보육기관과 적극적인 소통망을 구축해,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조기에 발견해 적기에 치료해야 한다.

'부모-아동', '교사-아동' 사이의 일상적 상호작용 매뉴얼 보급하는 방법도 중요한 실천이다. 작년 7월 국회 산하 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한 <재난 극복을 위한 영유아 정신건강 지원 매뉴얼>에는 코로나 시대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반응을 이해하고,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실려 있다. 이런 정보가 부모 및 교사들에게 보다 널리 확산돼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코로나 영향력이 2022년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이들의 발달이 3년 이상 지연된다는 암울한 전망 또한 피할 수 없다. 현재 유아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발달 격차를 고려해 교육과정의 양을 핵심적인 내용만으로 구성하는 운영의 묘가 절실히 요구된다.

코로나 확산은 실외보다 실내가 취약하므로 아이들의 신체활동, 바깥놀이에 대한 필수기준을 최소한으로 제시해, 마스크를 쓰고 바깥놀이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현재는 아파트 내 놀이터마저 사용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한참 뛰어놀면서 자라야 할 아이들을 위해 놀이터만이라도 개방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교사 대 아동 비율 낮추어야 질 높은 보육 이뤄져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의 충분한 보육 및 놀이를 위해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춰 '근본적인 보육의 질을 끌어올려'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더 잘 돌보고, 경계성 아동이나 문제 아동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아이들이 오늘 하루 뛰어놀 수 있는 권리,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방역과 감염병 예방 이상으로 소중한 가치이다.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의 지금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보다 포용력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태그:#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춘숙국회의원, #코로나19아동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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