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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한길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한길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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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4건. 지난 2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의 출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주요 언론사들이 사설 3건을 포함해 쏟아낸 기사의 숫자다(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집계 결과). 그렇다면 지난 한 달간(지난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윤석열 장모'로 검색되는 기사는 몇 건이었을까. 118건이었고 사설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최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의혹을 다룬 기사나 재판 소식을 직접 다룬 기사는 단 51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나머지 대부분도 해당 기간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여당이 윤석열 처가 공격하면 받아칠 해법 있다" 발언이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윤석열 저격' 페이스북 글, 김오수 인사청문회를 다룬 기사였다. 

이러한 불균형과 비대칭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보도량 차이가 전부가 아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후보이자 직전 검찰총장의 가족에게 검찰이 31일 재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일대 사건이다. 장모 최씨는 또 다른 혐의로 다른 재판도 받고 있다. 아내 김씨 관련 의혹도, 이에 대한 검찰의 뭉개기 수사 의혹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극소수 언론을 제외하곤 말 그대로 잠잠하다. 가히 침묵 수준이다.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가 대다수였다. 기사의 함량이나 방향은 더 큰 문제다. 그나마도 "어리둥절"과 같은 제목을 단, 피고인 최씨 측 시각을 반영한 듯 보이는 기사들이 다수였다.

조국 가족이어도 그랬을까.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 재판의 경우 일반적인 법조기사와 다를 바 없이 검찰 측 시각이 반영되지 않았던가. 그런 불균형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이 회고록을 출간하며 윤석열 검찰과 언론을 직접 소환한 것은. 
 
검찰은 압수수색 이후 내가 사모펀드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접지 않고, 나와 내 가족 전체에 대한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로 나아갔다. '멸문지화'(滅門之禍)의 문을 연 것이다. (<조국의 시간> 55~56p) 

2년 전 적지 않은 언론들이 그 멸문지화의 문을 함께 열었다. 실로 기록적인, 어마어마한 보도량을 통해 '클릭 장사'에 열을 올렸다. 일부는 허위보도와 과장‧왜곡보도까지 일삼았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따박따박' 반격한 일부 보도들을 떠올려 보라. 그랬던 그 언론들이 회고록 출간을 빌미로 본인들이 완성하고 여론재판까지 마친 내로남불과 위선, 불공정의 프레임을 재소환 하는 중이다. 

회고록 출간 자체를 비난하거나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나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 등의 비난 의견을 '따옴표' 보도한다. 회고록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려놓은 구매자들을 '친문 강성' 지지자들로 낙인찍는다. 또 일부 여권 의원들의 의견을 침소봉대한다. 회고록을 언급한 민주당 내 대선주자들과 4.7 재보궐 패배 직후 조국 사태를 거론한 초선들을 갈라치기 하는데 여념이 없다. 

놀랍다. 이 모두가 회고록이 시중에 풀리기 전 벌어진 일이다. 회고록을 직접 읽어보지 않은 채 '닥치고 비판'하거나 회의적인 시선을 여과 없이 드러낸 언론 보도가 다수였다. 그런 언론들일수록 윤석열 장모 의혹은, 진행 중인 재판은 철저히 외면 중이다.

이들이 언급을 꺼리는 또 다른 가족이 있다. 특혜 채용 및 부정입학 의혹에도 언론이 침묵 중인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그의 딸 김아무개씨였다.   

동아일보 사장 딸 부정입학·부정채용 의혹 
 
2020년 7월 21일 자 동아일보 1면에 실린 채용공고.
 2020년 7월 21일 자 동아일보 1면에 실린 채용공고.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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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딸인 김씨가 <동아일보>의 '채용연계형 DNA 인턴 전형' 공개모집에 응시한 것은 지난 2020년 7월이었다. 김씨는 서류 및 8주간의 인턴 기간, 최종 면접을 거쳐 합격했다. 역시 최종면접에 응시했던 김씨의 인턴 동기 A씨는 김재호 사장의 소셜 미디어에 김씨가 올린 댓글을 보고 사장 딸인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이후 현직 기자와 기자 지망생들이 상주하는 공개 채팅방에 최종 면접 과정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빠 DNA 채용"과 같은 비판이 일었다. <동아일보>는 특혜 의혹을 제기한 A씨를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지난 3월 주요 언론 중 해당 고소 사건을 보도한 곳은 MBC가 유일했다. 

김씨의 2014년 하나고 편입전형 부정입학 의혹은 훨씬 더 심각하다. <동아일보>를 둘러싼 기득권 카르텔과 검찰의 석연치 않은 수사 의혹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김씨의 면접 점수가 상향됐고 면접을 봤던 현직 교사가 채점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관련기사: 미스터리 투성이...'동아일보' 사장 딸의 수상한 프리패스 http://omn.kr/1tegg).  

그 과정에서 김씨보다 내신 평가가 월등했던 학생이 더 낮은 점수를 받고 떨어졌다. 의혹이 커지자 2015년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편입학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 처분을 했다. 점수가 잘못 입력됐지만 최종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고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교육계의 반발이 이어졌고 내부 고발까지 나왔지만 그게 끝이었다. 서울시의회까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검찰의 불기소를 넘어서진 못했다. 이후 2019년 10월 전교조는 채점위원이 아닌 다른 이의 필적이 발견된 채점표 원본을 확보해 검찰에 재고발했다. 이듬해 민주당 윤영덕 의원 또한 국정 감사에서 위조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러자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서부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하곤 지금까지 정중동이다. 고소인 조사를 2번 마쳤을 뿐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사가 현 서부지검의 차장검사다. <동아일보>는 부정 입학 의혹을 제기한 고발자도 형사고소에 나섰다. 

지난 4월 독립언론 <셜록>이 '동아일보 사장 딸' 의혹을 연속 보도했지만 후속보도에 나선 주요 언론은 지난달 25일 방영된 <PD수첩>이 유일했다. 3년 전 <설록>의 '웹하드 업체 양진호 회장 갑질' 사건이 일파만파 사회적 파장을 불렀던 것과는 180도 다른 양상이었다. 하나고 편입학 비리 의혹의 공소시효는 오는 8월까지다.
 
2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편
 2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편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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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이 모든 과정의 배후에 2012년 5월 이후 각각 고려중앙학원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역임한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하나금융그룹 회장 출신인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과의 특별한 관계가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의 입학에 두 사람의 모종의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동아일보> 및 김 전 이사장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여기서도 검찰이 또 등장한다. 검찰이 최초 수사에 나섰을 당시인 2016년 하필 제32대 검찰총장 출신이자 검찰 동우회 회장을 지낸 김각영 현 하나고 이사장이 취임했다. 하나고 관련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의지 부족에 이들의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하나고 졸업 이후 'SKY' 중 한 곳 대학을 거쳐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김씨와 함께 하나고 면접을 봤다 떨어진 이도, <동아일보>가 고소한 A씨도 자신이 당한 불공정에 강한 불만과 허탈함을 호소했다.   

검찰과 언론의 자격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받고 있는 의혹은 우리 사회의 극소수에게만 가능한 특혜와 특전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도 하기 힘든 특혜와 특전은 우리 사회에 좌우 이념을 떠나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며 그런 특권층이 제도와 법규의 허점을 이용해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2019년 8월 24일 자 <동아일보>의 <특혜 특전 특권의 결정판 '조국 사태'가 국민에 준 상처>란 사설 중 일부다. 주어를 바꿔 볼까. "동아일보 사장 딸이 받고 있는 의혹은 우리 사회의 극소수에게만 가능한 특혜와 특전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그런 특권층이 특혜와 특전,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바꿔도 위화감이 전혀 없지 않은가. 재벌가 및 고위층이 얽힌 <동아일보> 사주 일가의 혼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 <동아일보>가 어제(31일)자 <文정부의 굴레…5년 내내 '조국의 시간'에 갇히나> 기사 등을 통해 조 전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아울러 지난 2년간 조국 비판에 가장 열성이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동아일보>와 채널A였다.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당시 조국 딸 제1저자 논문 보도로 제51회 한국기자상 취재보도 부문 상을 수상한 언론사 또한 <동아일보>였다. 

애초 그럴 자격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왜 타사가 보도하는 사주 딸과 관련된 의혹에 철저히 눈감는가. 또 다른 언론들은 뭘 하고 있나. 최근만 해도, <PD수첩> 보도 이후 주요 언론들은 김씨 관련 의혹에 대해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동업자 의식의 발로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조국의 시간>과 조 전 장관 비판에 열을 올리는 언론들이 공정과 위선을 논하려면, 그 비판이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동업자인 김재호 사장 딸과 관련된 특혜 채용 및 입시비리 의혹을 균형감 있게 보도하는 게 우선이자 최소한의 양심 아니겠는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수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 적이 없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내부 비리는 제외되거나 최소화되었다. 윤석열 검찰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국의 시간> 147p 중)

어디 정치권력 뿐이겠는가. 검찰의 선택적 정의가 면죄부를 부여한 이들이. 결론적으로, <조국의 시간> 출간을 계기로 2019년 '검찰개혁'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이제 조국 사태를 '윤석열 항명 사태'로 재규정하는 한편 지난 2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그리하여 검찰총장 최초의 대선주자를 탄생시킨 그 '윤석열 항명 사태'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 중이다. 

애초 윤석열 검찰이,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이, 불공정과 내로남불을 거론할 자격이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 적어도 그럴 자격을 갖추려면 '조국처럼 수사하고 조국처럼 보도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윤석열 장모 사건에 대해서도, 동아일보 사장 딸 의혹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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