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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초작업 중인 모습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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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술 : 그 때 우리가 문수스님의 뜻을 잘 받들지 못했어.
경호 : 우리가 자책할 일은 아니에요. 나쁜 놈들이 있고, 여전히 4대강을 막고 있어서 그래요.


금강의 모래톱을 유지하기 위해 제초를 하던 이날 5월 31일이 문수스님이 소신공양한 날이라는 말에 나눈 대화다. 

김종술 기자가 금강에 제초를 하고 있다는 말에 이날 현장을 찾았다. 오전 내내 제초한 면적은 꽤나 넓었다. 제초가 된 곳에는 다시 야생동물이 찾아올 것이라며 김 기자는 기뻐했다. 넓어진 모래톱이 꽤 멋있어 보였다.

잠시 쉬면서 음료를 먹던 중 핸드폰의 달력을 보니 문수 스님 소신공양일이었다. 2010년 5월 31일 문수스님은 자신의 육체를 태워 소신공양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벌이는 사대강 사업과 금강 죽이기에 항의하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소신공양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만 했다. 많은 언론은 외면했고, 환경단체는 뜻을 받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힘이 없었다. 당시 도청 앞에서 소신공양을 기리며 울던 혜우스님이 아직도 선하다.(울부짖은 혜우 스님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http://bit.ly/btW6xL) 하지만, 그 뒤로 문수스님을 잘 기억하지도 못했다.

이 정도 제초작업에 우쭐하며 생명을 위해 일했다고 잠시 자부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4대강 현장에는 아직도 4대강 부역자들이 수문개방도 못하게 막고 있다. 금강의 경우 세종보 해체와 공주보 부분해체의 결정이 있었지만, 보 해체는 5년 동안 답보상태다.

숨어서 자숙해야 할 4대강 부역자들은 지금도 떳떳하게 4대강이 잘한 일이라며 떠벌리고 있다. 4대강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에게 일말에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문수스님의 죽음조차 애도하지 못 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최소한 수문이 아니라 보 하나쯤은 해체를 해야 문수스님을 볼 낯이 생길 듯 하다. 

글을 쓰며 문수스님의 숭고한 희생을 혼자 기린다. 최소한 내년에는 문수스님을 생각하며 금강에 나와 어떤거라도 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태그:#제초원정대, #문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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