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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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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로 태어나도 차별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꿈. 그 누구로 태어나도 학교에 가고, 길을 걷고, 직업을 갖고, 사랑을 하고, 그저 살아가고 싶다는 꿈. 국회가 이곳에 존재하는 까닭은, 그 꿈을 함께 꾸기 위해서다."

31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이어가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21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뒤 좀처럼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두고 "국회는 말 없는 벽처럼 이 모든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고 표현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6월 29일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까지 참여한 끝에 법안을 접수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해 9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상정 후 소위로 넘어간 차별금지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 노회찬 의원이 법안을 냈던 17대 국회, 권영길 전 의원이 발의했던 18대 국회, 그리고 김재연 전 의원이 나섰던 19대 국회에서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장 의원은 "300명 의원 대부분이, 차별에 고통받는 시민들의 삶보다 자기가 소한 진영의 이익, 그로 인한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대한민국이 꾸는 꿈"이라며 "지난 1년은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새로운 시간이 남아 있다. 21대 국회의 존경하는 동료 국회의원님들의 양심에 호소한다. 우리가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인 2011년 18대 국회에서 같은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권영길 전 의원도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조속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먼저 고 변희수 하사의 안식을 다시 한 번 빈다"고 말한 뒤 "그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었다. 국회는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진작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다면, 변 하사가 성전환(성확정) 수술 후 강제전역을 당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란 뜻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했다. 아니다. 차별공화국이다. 성차별, 장애인차별, 세대차별, 학력차별, 비정규직차별, 지역차별, 온갖 차별이 난무하는 차별의 나라다."

권 전 의원은 "차별이 난무하면 민주주의 나무가 자랄 수 없다"며 "민주공화국이 되려면 가장 먼저 모든 분야에서 차별이 없어지고 평등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7대 노회찬, 18대 권영길 이름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이루질 못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촉구하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이 바뀌었다는데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모든 의원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공화국' 속 벽이 되어버린 국회... "더는 늦지 말자"
 
179개 여성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여성시민사회단체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179개 여성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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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법'으로 법안 발의 예정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욱 분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관련한)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있다"며 "그분들한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대하십시오. 반대 의견 존중한다. 마찬가지로 이 법 제정을 원하는, 또 찬성하는 분들의 주장을 존중해달라. 그리고 아주 치열하게, 충실하게 공론화 과정을 하자.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면 될 것이고, 근거 없는 것이라면 그 우려가 해소될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일부 논의가 성소수자 문제에만 집중하는데, 차별이 왜 거기에만 있는가"라며 "장애인, 학력, 빈부 등 사회 곳곳에 여러 모양의 차별이 있기 때문에 법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 오죽하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사실 민주당 내에서도 법안 동참이 그리 녹록지 않다"면서도 "제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6월 중에 법안을 발의해 장혜영 의원안과 함께 법사위 심의가 추동력을 발휘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함께한 권인숙 민주당 의원 역시 "21대 국회에선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국민 10명 중 9명이 법 제정에 동의하고, 가장 논란이 되는 성적 지향도 대부분 동의한다"며 "젊은 층은 오히려 아직도 이 법이 없다는 걸 놀라워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교분리 국가에서, 일부의 조직화된 종교세력이 반대한다고 국민 대부분이 원하는 법을 제정 못할 이유는 없다"며 "더는 늦을 수 없다. 국회의원 여러분, 평등법 제정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회와 별개로 시민들의 직접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는 지난 24일 "국회가 국민의 인식을 따라오지 않고 있다"며 "국회가 바로 지금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해주기 바란다"고 국민동의청원을 올렸다. 지난해 7월 올라왔던 차별금지법 입법청원은 10만 명 동의를 얻지 못해 실패했지만, 이번 경우 31일 오후 2시 현재 5만5844명이 참여해 성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 저와 친구들은 '탈조선'이 답인가요 http://omn.kr/1tcok)

태그:#차별금지법, #장혜영, #이상민, #권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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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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