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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제5회 임금차별 타파의 날을 맞이하여 코로나 위기 이후 1년, 여성노동자들의 오늘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지난 2020년 연재했던 '해고, 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시리즈의 후속기사다. 우리는 지난해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여성노동자들이 2021년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본다. 본 기사는 2020년 시리즈에서 인터뷰이였던 보육교사 노동자를 수원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유진이 인터뷰를 진행한 후 대화를 재구성하여, 보육교사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다.[기자말]
[이전 기사] 원장이 월급 빼앗는 '페이백'까지... 우리가 남자라도 이랬을까 http://omn.kr/1nt6l

'코로나 월 1회 선제검사', 다른 교육기관에서 찾을 수 없는 이 지침이 보육교사들에게는 행정지침으로 내려왔다. 이건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권고사항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지침이 내려오자 한 20년 경력의 보육교사는 울분을 터뜨리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그 와중에 주말에도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 문구는 더욱 숨을 막히게 한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검사를 받으라는 건가?
 
보육교사들에게 방역지침을 철저히 따르라는 말은 '검열'에 가깝다. 선제검사의 유무를 기준으로 교사자질을 논하는 상황속에서 보육교사의 생명권과 노동권은 찾기 어렵다.
 보육교사들에게 방역지침을 철저히 따르라는 말은 "검열"에 가깝다. 선제검사의 유무를 기준으로 교사자질을 논하는 상황속에서 보육교사의 생명권과 노동권은 찾기 어렵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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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이 온 내려온 뒤부터 원장은 검사를 언제 받을 건지 눈에 불을 켜고 교사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선제검사를 거부한 선생님의 경우, 종종 해고압박을 받기도 했다. 원장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이를 교사자질을 알 수 있는 척도라며 그 교사를 매도한다.

심지어 최근 경기도에서 나온 지침에는 감염원이 대부분 교직원이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런 통계의 근거는 어디서 나온 걸까? 곧 하원을 앞둔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문득 이게 나만 받으면 되는 문젠가? 라는 의문이 함께 스쳐 갔다.

임금 페이백부터 해고까지, 보육교사가 처한 현실

하루는 내가 사는 지역구에서 확진자가 여러 명 나온 날이었다. 내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도 당부 문자가 왔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니 부모 모임을 자중해달라는 것이다. 보육교사만 선제검사하라는 행정지침보다는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어디를 가던 마스크를 끼고 코로나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에게 바뀌거나 달라진 것은 없다. 점점 챙길 게 늘어났고 주기적으로 관련 지침이 내려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사회 곳곳에서 돌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슈가 되었지만 정작 보육교사를 위한 지침이나 변화는 하나도 없었다.

달라졌다면 해고가 더 쉬워지고 많아졌다. 내 주변만 해도 문을 닫은 어린이집이 종종 있었고 교사들은 하루아침에 해고되었다. 페이백((어린이집 원장이 교사에게 급여의 일부 혹은 전부를 돌려받는 관행으로 서류상으로는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현금으로 돌려받는 행태를 가리킴.)은 그 긴 역사와 함께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자가보육을 하며 그 금액이라도 받으려 퇴소하려고 하는 속도가 가속화돼서 보육교사가 필요 없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

사실 페이백을 요구하는 건 나은 상황이고 오히려 해고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다. 부모들이 자가보육을 하겠다고 할까봐 원장이 교사들을 시켜 선물을 사 가가호호 인사를 다니게 한 것은 작년 내내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집에서 아이를 보겠다고 하면 달리 방도는 없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열이 나는 아이를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등원했는데 열이 나면 부모들에게 연락하는 게 가장 우선인데 부모가 데리러 오기 전까지는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 그 아이가 가고 나서도 다른 아이들도 하원시켜야 하기 때문에 다시 접촉하게 되는데 불안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우리 모두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아이가 열이 나면 돌려보내게 되어있지만 어린이집의 경우 실질적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지침이나 기준이 없다. 어떤 곳에도 교사의 생명권과 노동권은 찾을 수 없다.

만약 교사의 판단하에 돌려보냈다가는 보건복지부에서 부모에게 보육거부로 신고하라고 하기도 한다. 감염 시 오히려 이런 부분들을 더 개인의 책임으로 가져가게 하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부모들에게 외부인 출입 시 동의서, 단체생활에 대한 동의서 등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이 동의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그냥 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동의를 했다 해도 어차피 일이 터지면 학부모 회의에서 우리는 해고 1순위다. 행정처도 보육이 당장 필요하다 하니까 그냥 안 된다 할 수 없고 달리 대안은 없으니 계속 이렇게 가는 상황인데 말 그대로 의도한 사람은 없지만 비극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코로나19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지만

온라인에서 보육교사들이 겪고 느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욕받이죠. 욕이나 좀 안 먹었으면 좋겠어요. 제발 수첩에 '오늘도 무사히 아무 일 없이 보냈습니다'라고 쓰는 게 바라는 거예요."

다들 이 말에 공감했고 글로 보니 더욱 씁쓸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보육교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23만 명이 있다. 관련 이슈가 생길 때 가장 먼저 평가되고 언론에 의해 처단당하는 내가 이 일을 아직도 하는 이유는 어릴 때 만났던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기억 때문이다.

흔히들 7살 전 경험한 것들이 평생을 간다고 한다. 그만큼 그 경험이 중요하고 귀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일을 하셔서 일찍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고 거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때 만났던 어린이집 선생님이 내게는 낮 시간 동안의 엄마였다.

어린이집을 가기 전만 해도 엄마와 떨어지면 자지러지던 내가 엄마와 잠시 떨어져도 불안하지 않을, 편안하고 항상 좋은 향기가 났던 선생님. 그때의 공기, 편안함, 분위기를 내 딸이 벌써 초등학생이 된지 한참인 나는 잊지 못한다. 나 또한 어린이집교사로 첫 출근의 설레임을 잊지 못하고 일을 시작했을 무렵 받은 편지가 잊히지 않아 아직 버티고 있다.
  
돌봄을 제공하는 자로서, 돌봄받는 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필요로 하기에,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기에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도 일을 이어나가지만, 모든 책임이 보육교사에게 전가될 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돌봄을 제공하는 자로서, 돌봄받는 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필요로 하기에,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기에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도 일을 이어나가지만, 모든 책임이 보육교사에게 전가될 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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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우리 엄마라 너무 고마워요"라는 우리반 아이의 편지. 생애주기에서 공교육으로 처음 만나는 보육교사들은 오늘도 개인의 사명감으로 버티며 욕을 먹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쓴다. 집에서 우리아이 하나 보는 것은 참 힘든데 이상하게 어린이집에 와서 우리반 아이들을 마주하면 힘이 솟는다. 그런 나의 사기를 꺾는 건 우리반 아이들이 아니다.

대부분 보육교사들도 아이 보는 게 벅차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를 그만두게 하는 것은 자르고 다시 구하면 그만이라는 원장의 태도와, 아이 키우는 어려움을 다 알면서도 역지사지가 안 되는 부모와,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다.

근 16년을 일해오며 후배들이 이 일을 하겠다고 하면 하라고 선뜻 권할 수 없었다.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보육교사만 죽어라 후려치는 여론과 정부에게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발을 들였지만 너희들은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제발 더 나은 조건의 직업을 가지라고, 네가 꿈꾸는 직장이 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도 믿고 싶다. 적어도 코로나를 지나며 돌봄의 중요성이 강제로 체험되었으니 점점 우리의 노동조건이 달라지고 이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세상이 달라질거라 믿고 싶다. 나도 선배로서 보육교사가 될 준비를 하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육교사로서 우리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를 사람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권리를 주세요. 우리에게 사람을 키우는 보람을 주세요. 사람을 키운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저희에게 인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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