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이것은 '골'이라 믿었지만 상대 골키퍼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날려 그 공을 막아내기도 하고 어떤 선수의 특별한 능력을 미리 알고 대비하지만 막상 알고도 당하는 것이 축구다. K리그1 19라운드 여섯 게임에서도 역시 입을 다물 수 없는 명장면들이 쏟아져 나왔다.

29일 저녁 열린 슈퍼 매치에서는 매탄소년단의 형들인 매탄청년단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치며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의 3-0 완승을 이끌어냈고, 30일 저녁에는 국가대표 팀에 뽑힌 포항 스틸러스의 송민규-강상우 단짝이 짜릿한 극장 결승골을 뽑아냈다. 둘이 눈빛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은 상대 팀 광주 FC 선수들도 다 알고 있었지만 송민규의 헤더 골이 또 게임을 끝낸 것이다.

① 빗맞은 슛이 더 막기 힘들다

5월을 마무리하는 토요일 낮 2시, 오랜만에 공중파 TV 생중계가 잡히는 바람에 게임 시간이 조정되었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지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1930석의 거리두기 좌석이 일찌감치 다 들어찼다. 만년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최근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게 되니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감도는 현장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구본철(맨 오른쪽)이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5월 29일) 첫 골을 터뜨리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구본철(맨 오른쪽)이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5월 29일) 첫 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정말로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승리 기운이 넘쳐 흘렀다. 42분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U22 멤버 구본철이 기막힌 오른발 돌려차기로 앞서가는 골을 터뜨린 것이다. 팀의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전북 현대 필드 플레이어 세 명(백승호, 최영준, 홍정호)을 따돌리는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을 자랑하며 왼발 끝으로 찬 토 킥이 수비수 구자룡의 몸에 맞고 흐르자 오른쪽에서 달려든 구본철이 절묘하게 방향을 틀어 때린 슛이 살짝 빗맞으며 골문 반대쪽 구석으로 굴러들어갔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 기세를 몰아 후반전 선수 교체를 통해 추가골을 터뜨릴 기회를 여러 번 만들어냈다. 55분, 후반전 교체 선수 네게바가 빠르게 공을 몰고 들어가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날린 것이 전북 현대 골문 오른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왔고 함께 교체로 들어간 송시우가 오른발 2차 슛으로 추가골을 넣는 듯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날린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에 걸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시우 타임'이 또 한 번 맞아떨어지는 듯한 순간도 이어졌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중 3분 가까이 흘렀을 때 이번에 군대 가는 정동윤이 왼쪽에서 재치있게 밀어준 공을 받은 송시우가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쐐기골을 노린 것이다. 타이밍이나 각도가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에 누가 봐도 이 순간은 골이라 믿었다. 하지만 골키퍼 송범근은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쳐냈다.

그리고는 공지된 추가 시간 4분도 다 지나고 더 믿기 힘든 극장 동점골이 반대쪽 골문에서 나왔다. 이용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전북 현대의 교체 선수 쿠니모토가 일류첸코와 공을 주고받으며 감각적인 왼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추가 시간 4분 19초에 인천 유나이티드 골 라인을 통과했으니 패색이 짙던 전북 현대 선수들조차 믿기 힘든 표정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의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전북 현대 골키퍼 송범근이 기막히게 쳐내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의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전북 현대 골키퍼 송범근이 기막히게 쳐내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의 오른발에 두 번이나 정통으로 맞은 결정적인 슛이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걸리는가 하면 약간 빗맞은 두 개의 슛이 절묘하게 구석으로 굴러 들어가는 것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축구의 묘함이 느껴진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기적처럼 얻은 승점 1점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대구 FC에게까지 밀리며 4위까지 순위표가 내려갔다.

② 매탄청년단, 슈퍼 매치를 흔들다

토요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이번 시즌 두 번째, 역대 통산 94번째 슈퍼 매치가 열려 5000명에서 24명 모자란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홈팬들은 게임 내내 웃지 못했다.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가 믿기 힘든 3-0 완승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K리그1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정상빈-강현묵-김태환' 매탄소년단 활약도 모자라 이들의 직속 형들 '김건희-민상기'로 대표되는 '매탄청년단'이 눈부시게 빛났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왼발 실력을 뽐냈던 권창훈까지 돌아오게 됐다는 소식이 이들을 더 똘똘 뭉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슈퍼 매치 시작 후 39분만에 김건희가 오른발 인사이드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며 수원 블루윙즈의 신나는 승리 기운을 열었고 50분에 근래에 보기 드문 역습 완성도를 자랑하는 슈퍼 골을 터뜨렸다. 매탄소년단 멤버 중 하나인 강현묵의 역습 패스를 받은 매탄청년단 김건희가 FC 서울 수비수 윤종규와 오스마르를 따돌리는 드리블 실력을 맘껏 자랑했다. 윤종규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밸런스를 잃지 않은 것은 물론 곧바로 오스마르까지 벗겨내고 팀 주장 김민우를 빛내는 완벽한 어시스트 패스를 밀어준 순간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명장면이 부러울 것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렇게 완승 흐름에 탄력받은 수원 블루윙즈는 67분에 얻은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흘러나온 공을 매탄청년단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센터백 민상기가 오른발로 시원하게 차 넣어 3-0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지난 3월 21일 빅 버드에서 열린 슈퍼 매치 홈 게임을 1-2로 패한 아쉬움을 이번 어웨이 게임에서 완벽하게 갚아버린 수원 블루윙즈는 리그 1위 울산 현대(18게임 36점)보다 한 게임을 더 뛰었지만 2위(19게임 33점) 자리를 굳게 지키며 우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특히 수원 블루윙즈는 이번 시즌 3골 이상을 터뜨리며 강팀들의 발목을 잡은 게임이 많기에 유스 팀 매탄고의 이름이 더 빛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3월 17일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게임 3-0 승리가 본격적인 시작점이 되어 4월 18일 울산 현대와의 빅 버드 홈 게임도 3-0으로 이겼다. 그리고는 5월 9일 전주성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을 3-1로 이겼고 바로 다음 5월 1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도 3-2 펠레 스코어 승리를 거뒀다. 지난 라운드 광주 FC와의 어웨이 게임까지 4-3으로 이겼으니 박건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의 날갯짓이 어떤 바람을 일으키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아마도 수원 블루윙즈가 K리그 우승을 마지막으로 차지한 2008년에 유스 팀 매탄고 축구 팀을 창단한 것이 올해 확대 적용되고 있는 22세 이하 선수 우대 규정을 통해 가장 뜻 깊게 빛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탄소년단의 막내 정상빈은 이 게임 교체 선수로 나와 86분에 이기제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날카로운 다이빙 헤더 유효 슛을 날리면서 국가대표로 뽑힌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했다.
 
 55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네게바(파랑 검정 세로 줄무늬)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이 아쉽게도 기둥 하단을 향해 굴러가고 있다.

55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네게바(파랑 검정 세로 줄무늬)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이 아쉽게도 기둥 하단을 향해 굴러가고 있다. ⓒ 심재철

 
③ 7골 득점 5위 '송민규', 71.43%를 헤더로

일요일(5월 30일)에 이어진 19라운드 마지막 일정에서도 U22 기준 멤버 중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송민규가 극장 결승골을 터뜨리며 국가대표로서의 자긍심을 맘껏 자랑했다. 킥 오프 직전 포항 스틸러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10명의 레전드들(신화용, 황진성, 김태수, 김원일, 김재성, 박희철, 조찬호, 배슬기, 김대호, 김형일)을 불러모아 합동 은퇴식을 뭉클하게 열어준 포항 스틸러스가 게임 결과도 멋지게 마무리지은 것이다.

광주 FC와의 홈 게임을 득점 없이 끝내는 줄 알았던 2663명 포항 홈팬들은 89분에 극장 결승골에 환호했다. 강상우의 왼쪽 코너킥을 받은 송민규가 헤더 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치고 큰 편은 아닌 송민규(179cm)가 이번 시즌에 터뜨린 7골 중 헤더 골 비중이 5개(71.43%)나 되기에 팬들은 또 한 번 송민규의 빼어난 위치 선정 능력에 놀란 것이다. 

지난 2월 28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 개막 게임에 왼발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득점 감각을 자랑하기 시작한 송민규는 3월 13일 열린 울산 현대와의 동해안 더비 매치부터 헤더 골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 골도 강상우가 도왔다. 3월 21일 성남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도 헤더 골을 터뜨린 송민규는 4월 10일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에서도 2-1 승리의 발판을 놓는 헤더 선취골을 넣었다. 역시 강상우의 도움이 컸다. 

4월 20일 수원 FC를 상대하며 같은 U22 멤버 고영준의 어시스트를 받아 헤더 결승골을 터뜨린 것에 이어 이번에도 헤더 결승골을 터뜨렸으니 송민규의 발밑 재능보다 이마로 빛내는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그 다섯 골 중에서 60%에 해당하는 3골이 강상우의 도움을 받은 것이어서 이번에 나란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된 감회가 남다르다고 하겠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일정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일정이 이어지는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K리그1 일정은 꽤 긴 휴식기를 보내며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위해 조정된 FC 서울과 성남 FC 관련 6게임만 운영한 뒤 7월 20일(화요일), 21일(수요일)에 다시 12팀 모두가 뛸 수 있게 된다.

2021 K리그 1 결과(19라운드)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전북 현대 [득점 : 구본철(42분) / 쿠니모토(90+4분 19초,도움-일류첸코)]
- 인천 전용 관중 1930명

★ 제주 유나이티드 1-2 울산 현대 [득점 : 주민규(83분,PK) / 이동준(69분), 김지현(90+45초,PK)]
- 제주 월드컵 관중 2135명

★ 성남 FC 2-3 수원 FC [득점 : 뮬리치(51분), 뮬리치(90+1분 27초,도움-이태희) / 라스 벨트비크(5분,도움-이영재), 무릴로(26분,도움-정동호), 이영재(61분)]
- 탄천 종합 관중 1145명

★ FC 서울 0-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김건희(39분,PK), 김민우(50분,도움-김건희), 민상기(67분)]
- 서울 월드컵 관중 4976명

대구 FC 1-0 강원 FC [득점 : 김수범(44분,자책골)]
- DGB 대구은행파크 관중 3096명

포항 스틸러스 1-0 광주 FC [득점 : 송민규(89분,도움-강상우)]
- 포항 스틸야드 관중 2663명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18게임 36점 10승 6무 2패 28득점 15실점 +13
2 수원 블루윙즈 19게임 33점 9승 6무 4패 29득점 18실점 +11
3 대구 FC 18게임 32점 9승 5무 4패 23득점 19실점 +4
4 전북 현대 17게임 30점 8승 6무 3패 29득점 18실점 +11
5 포항 스틸러스 18게임 27점 7승 6무 5패 20득점 20실점 0
6 제주 유나이티드 19게임 22점 4승 10무 5패 21득점 21실점 0
7 수원 FC 19게임 21점 5승 6무 8패 24득점 32실점 -8
8 인천 유나이티드 FC 18게임 20점 5승 5무 8패 19득점 29실점 -10
9 강원 FC 18게임 17점 3승 8무 7패 15득점 21실점 -6
10 성남 FC 15게임 17점 4승 5무 6패 14득점 16실점 -2
11 FC 서울 15게임 15점 4승 3무 8패 15득점 20실점 -5
12 광주 FC 18게임 14점 4승 2무 12패 16득점 24실점 -8

2021 K리그 1 득점 랭킹 상위 10명
1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10골[게임 당 0.63골]
2 일류첸코(전북 현대) 9골[게임 당 0.53골]
3 라스 벨트비크(수원 FC) 8골[게임 당 0.44골]
4 뮬리치(성남 FC) 7골[게임 당 0.54골]
5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7골[게임 당 0.44골]
6 한교원(전북 현대) 6골[게임 당 0.6골]
7 김건희(수원 블루윙즈) 6골[게임 당 0.38골]
8 이동준(울산 현대) 6골[게임 당 0.35골]
9 임상협(포항 스틸러스) 6골[게임 당 0.33골]
10 김진혁(대구 FC) 5골[게임 당 0.36골]

◇ 코로나-19로 인해 조정된 게임 일정
6월 6일(일요일) 오후 4시 ☆ 성남 FC - 전북 현대 [탄천 종합]
6월 6일(일요일) 오후 4시 30분 ☆ 대구 FC - FC 서울 [DGB 대구은행파크]
6월 19일(토요일) 오후 4시 30분 ☆ 광주 FC - FC 서울 [광주 전용]
6월 20일(일요일) 오후 4시 ☆ 울산 현대 - 성남 FC [울산 문수]
6월 26일(토요일) 오후 4시 ☆ 성남 FC - 강원 FC [탄천 종합]
7월 14일(수요일) 오후 7시 30분 ☆ FC 서울 -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울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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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건희 매탄청년단 수원 블루윙즈 송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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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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