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맞대결에서 SSG가 타선의 폭발적인 방망이(14안타 2홈런)를 앞세워 12-3으로 대승을 거뒀다.
 
반면 한화는 투타 모두 부진했다. 한화의 에이스 카펜터는 5.2이닝 동안 무려 123개의 공을 던졌고, 9피안타 2볼넷 7자책으로 아쉬운 투구를 하고 내려왔다. 타선 또한 6개의 안타로 3득점하는 데 그치며 투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아쉬운 경기 속에서도 한화는 한 줄기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정인욱의 깔끔한 피칭이었다.
 
7회초 윤대경의 바통을 이어 받아 마운드에 올라온 정인욱은 1이닝 동안 13개의 공을 던지며 1K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이닝을 삭제했다. 이날 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던 최정은 7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정의윤과 김강민을 모두 범타로 처리해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직구의 최고 구속은 141km로 위력적인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예리한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골고루 구사하며 SSG의 중심 타선을 침묵시켰다. 하위권 탈출의 박차를 가했던 한화는 패배의 쓴맛을 봤지만, 정인욱의 피칭은 팀을 흐뭇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화에 재취업한 정인욱

한화에 재취업한 정인욱 ⓒ 한화 이글스

 
 
'재취업'에 성공한 정인욱
 
2009년 삼성에 입단한 정인욱은, 2020시즌이 끝난 뒤 방출 통보라는 쓴 맛을 봤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입단했지만,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인욱은 현역 연장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고, 지난해 12월 7일에는 한화 이글스의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끝내 13일에 입단이 확정되면서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데뷔 후부터 항상 가능성만 보여줬을 뿐, 확실한 활약은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단 또한 정인욱에게 최저 연봉인 3000만원을 책정했고, 정식 선수가 아닌 육성 선수로 계약했다.
 
이러한 정인욱은 1군 등판을 위해 2군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 등판 기록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5경기 1승 2패 ERA 9.82), 직구의 구속이 140km 중반까지 나오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지난 21일 정식 선수로 전환됨과 동시에 한화의 용병 닉 킹험이 광배근 통증으로 말소되면서 1군에 등록됐다. 부활이 절실한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첫 등판부터 성적표가 좋지는 않았다. 1군에 등록된 지 이틀 후인 지난 23일, KT와의 경기에서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정인욱은 1이닝 5볼넷 1K 1실점으로 매우 불안한 투구를 보여줬다. 직구는 최고 147km까지 나왔지만, 제구가 굉장히 불안했다. 투구 수는 무려 41개에 달했다. 우여곡절 끝에 1군 마운드로 돌아온 정인욱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데뷔전을 치렀다.
 
다행히 지난 28일 좋은 피칭을 보여주며 재기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구위가 예전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지만, 베테랑다운 피칭으로 중심 타선을 완전히 묶었다. 제구 또한 지난 등판에 비해 안정적(스트라이크 8, 볼 5)인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에서 방출당한 정인욱은 한화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삼성에서 방출당한 정인욱은 한화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 삼성 라이온즈

 
 
한화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대구고를 졸업한 정인욱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청룡기와 봉황대기 MVP를 휩쓸며 특급 유망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빠른 공을 던져 파이어볼러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은 덤이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정인욱은 '2009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1번으로 삼성에 지명돼 프로 무대에 입성하게 된다.
 
입단 첫해엔 2009시즌에는 허리 부상으로 인해 1군 무대에서 볼 수 없었고, 2010시즌에 돌입해서야 데뷔할 수 있었다. 데뷔 첫해 28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1홀드 ERA 5.3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정인욱은 이듬해 31경기 6승 2패 ERA 2.25를 기록하며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팀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군 복무를 하고 돌아온 2015시즌부터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선발 기대주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구속이 140km 초반대로 저하되면서 마운드 위에서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이런 정인욱은 지난해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다 결국 2020시즌이 끝나고 삼성에서 방출됐다.
 
그럼에도 정인욱은 현역 연장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한화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연장하게 됐다. 마침 한화의 마운드 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다. 현재 9위로 추락한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4.75로 다소 높은 편이고, 투수들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4.00으로 8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한화 마운드에 정인욱은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활용 방안도 다양하다. 현재는 중계 투수로만 등판하고 있지만, 선발 경험이 많아 때에 따라서는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는 정인욱이다. 과연 정인욱은 한화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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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한화 이글스 정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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