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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8일, SNS에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이란 제목의 CCTV 화면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영상에는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2019년 5월 28일, SNS에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이란 제목의 CCTV 화면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영상에는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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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5월 28일 오전 6시경,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남성 조아무개씨가 귀가 중인 20대 여성의 뒤를 쫓아가 집 안으로 침입하려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씨는 문 앞에서 10여 분간 서성거리며 손잡이를 돌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피해 여성을 협박했습니다. 조씨의 행동은 건물 복도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담겼고 인근 골목 CCTV에는 조씨가 피해자의 원룸까지 200m를 뒤따라가는 모습이 잡혔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직장인 최진실(26)씨는 "야근이 많은 직업 특성상 늦은 밤에 집으로 향할 일이 많다"며 "집에 가는 길이 어둡고 께름칙해 주변 지인들에게 꼭 전화를 하는 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연주(25)씨는 "지하철역에 내릴 때쯤 아빠 혹은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나올 수 있는지 물어 본다. 취직 후 독립하면 어떻게 집에 가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 속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이하 안심귀가서비스)를 시행했습니다. 안심귀가서비스란, 여성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구청에서 고용한 스카우트가 직접 여성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정책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심귀가서비스는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 30분 전 스카우트 상황실이나 다산 콜센터, 안심이 앱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2013년에 시범 운영을 시작한 안심귀가서비스는 여성·청소년 대상 범죄를 예방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지속해서 창출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은 구청 사정에 따라 일부 다르지만 월요일의 경우 22시부터 24시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은 22시부터 새벽 1시까지입니다.

광운대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서울시의 안심귀가서비스가 잘 정착됐는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시 내 모든 자치구가 안심귀가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의 안심귀가서비스 스카우트 이용실적건수와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건수 그리고 5대 범죄건수를 분석했습니다.

이용실적건수는 꺾은선 그래프로 표시해 증감률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5대 범죄건수와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건수를 작은 막대그래프로 시각화해 5대 범죄 속에서 강간 및 강제추행이 어떤 증감률을 보이는지 자세히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 발생률 큰 변화 없어
 
5개년간 연도별 서울시 안심귀가서비스 이용실적과 5대범죄, 강간 및 강제추행 발생건수
 5개년간 연도별 서울시 안심귀가서비스 이용실적과 5대범죄, 강간 및 강제추행 발생건수
ⓒ 김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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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서비스 이용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5대 범죄 발생건수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전체 범죄 발생건수는 2015년 12만 6401건에서 2019년 10만 3668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성 피해자 비율이 지배적인 '강간 및 강제추행'의 경우 2015년 5449건에서 2019년 6469건으로 1천여 건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2017년에는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 건수가 약 32만 건으로, 2015년 대비 약 10만 건 이상 증가하여 사용률이 급증했지만, 그 해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 발생 건수는 6963건으로 2015년의 5449건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범죄 예방이라는 안심귀가서비스의 목적에 맞게 서비스 이용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 발생률이 감소하길 기대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구청별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률
 구청별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률
ⓒ 김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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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자치구별 서비스 이용량을 살펴보았습니다. 2019년 기준 강남구는 약 6천여 건, 서초구의 경우 4만여 건 이상을 기록하면서 절대적인 이용량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전체 여성 인구 대비 안심귀가서비스를 사용하는 여성 인구는 얼마나 될까요?

2019년 각 자치구의 안심귀가서비스 이용률을 계산해본 결과 강남구는 약 2%, 서초구는 약 19%의 이용률을 보였습니다.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는 절대적인 이용량과 상대적인 이용률 모두 자치구에 따라 상이했고 이는 서비스 운영 실태에 의문을 갖게 합니다.

"세 번이나 신청했는데 거절당했어요. 이용하고 싶어도 못 해요." 서울 성동구에 사는 대학생 최유진(24)씨는 늦은 시각 혼자 골목길을 지나는 것이 무서워 안심귀가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해당 시간에 예약이 다 찼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안전한 귀가를 도와주는 스카우트는 과연 어떻게 배치되고 있는 걸까요?

들쭉날쭉 스카우트 인원 배치, 정확한 기준 없어

서울시 여성정책과 관계자는 "전체 500명의 스카우트는 자치구의 면적과 여성 1인 가구 수를 고려해 배정하는 것"이라며 "이후 스카우트 고용과 배치, 관리는 구별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기준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광운대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서울시 전체 25개 자치구의 면적과 여성 1인 가구 수, 스카우트 인원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먼저 자치구의 면적과 여성 1인 가구 수를 조사해, 기준에 따라 배치되어야 하는 스카우트 인원을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스카우트 인원과 비교해 실제 필요한 인원과의 차이를 소수점 한 자리까지 계산했습니다. 짙은 파랑색은 예상인원보다 초과한 것을, 짙은 빨강색은 인원 미달인 곳을 의미합니다.
 
자치구 면적에 따른 스카우트 인원 배치 비교
 자치구 면적에 따른 스카우트 인원 배치 비교
ⓒ 김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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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강남구와 강서구, 금천구가 제일 진하게 나타났습니다. 강남구와 강서구는 모두 16명의 스카우트 인원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강남구와 강서구의 면적을 고려하면 적정인원은 각각 32명, 34명입니다. 노원구도 10명이 부족한 19명만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금천구의 경우 면적을 고려했을 때 배치되어야 할 스카우트는 10명이지만, 16명이 많은 27명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중구와 동작구가 뒤를 이어 11명이 초과된 20명, 25명의 스카우트 인원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자치구 내 여성 1인 가구 수에 따른 스카우트 인원 배치 비교
 자치구 내 여성 1인 가구 수에 따른 스카우트 인원 배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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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 가구 수를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 관악구와 금천구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관악구는 약 41명의 스카우트가 필요하지만 25명이 배치되어 16명이 부족했습니다. 금천구는 12명이 적절한 인원이지만 이보다 14명이 많은 27명의 스카우트가 배치됐습니다. 강서구는 작년에 18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활동했지만, 계산해본 결과 13명이 더 필요했고, 강남구 또한 약 11명의 스카우트가 더 필요했습니다. 중구와 서초구 또한 약 11명의 스카우트 인원이 기준보다 많이 배치됐습니다.

서울시가 설명한 면적과 여성 1인 가구 수, 두 가지 기준을 살펴본 결과 금천구, 중구, 강남구, 강서구에서 공통으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취재진은 자치구 면적과 여성 1인 가구 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계적 분석을 시도했으나 스카우트 인원 배치와 뚜렷한 연관성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서울시가 대답한 기준대로 배치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스카우트 인원 턱없이 부족해
 
5개년간 연도별 안심귀가서비스 이용실적 및 스카우트 총 인원
 5개년간 연도별 안심귀가서비스 이용실적 및 스카우트 총 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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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별로 스카우트 인원을 알맞게 조정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스카우트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2015년 약 23만 건이었던 안심귀가서비스의 이용량은 2019년 약 35만 건으로 50.4%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전체 스카우트 인원은 2015년 420명에서 2019년 452명으로 7.6% 증가했을 뿐입니다.

스카우트 인원 한 명당 담당해야 할 평균 이용자 수는 2015년 연당 555.4명에서 2019년에 연당 776.4명으로 39.7% 증가했습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스카우트 1명이 담당해야 할 면적은 133만㎡로 잠실야구장 51개를 합친 크기와 맞먹습니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스카우트 인원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안심귀가서비스 이용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노원구 담당 스카우트도 "월계동 전체를 2인 1조로 담당하고 있다"며 "근무를 하다 보면 어둡고 외진 곳임에도 혼자 다니는 여성분들을 자주 목격하지만 담당해야 할 관할범위가 워낙 넓고 스카우트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많은 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아쉽다"고 근무 인력 부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요일별 강력 범죄 발생 건수
 요일별 강력 범죄 발생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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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별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
 시간대별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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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안심귀가서비스는 주말 및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 운영됩니다. 그러나 경찰청에서 발표한 요일별 강력 범죄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주말에 강력 범죄가 가장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작 안심귀가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서울 여성 시민들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겁니다.

하루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현재 안심귀가서비스는 월요일의 경우 22시부터 0시,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22시부터 1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 여성 시민들은 하루 중 가장 성폭력이 많이 일어나는 시간대인 0시부터 4시 사이에 단 한 시간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용량 45% 증가했는데 예산은 0.01% 상승
 
4개년간 연도별 안심귀가서비스 이용실적 및 예산비율
 4개년간 연도별 안심귀가서비스 이용실적 및 예산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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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인원이 500명 이하를 맴돌고 있는 이유는 서울시가 예산을 확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6년에 약 36억 4000만 원이 안심귀가서비스에 배정되었고 2019년에는 47억 6000만 원이 배정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10억 원 이상 증가됐지만 전체 여성 복지 예산 대비 안심귀가서비스에 배정된 예산 비율을 살펴보니 0.16%에서 0.17%로 약 0.01%p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용실적이 확연히 늘어났음에도 서울시는 안심귀가서비스 예산을 그만큼 늘리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시의 소극적인 예산 투자는 여성 일자리 창출이라는 안심귀가서비스의 또 다른 목표를 저해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대다수가 스카우트의 근로시간을 주 5일, 14시간 근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휴수당 기준인 15시간에 해당하지 않음으로 스카우트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합니다.

활동기간은 3월부터 12월, 만 10개월의 근무 기간이어서 퇴직금 지급 기준인 12개월을 채우지 못해 퇴직금 역시 받지 못합니다. 또한 스카우트 선발 시 기존 스카우트로 일했을 경우 해당연도 근무 기간 합산 총 23개월을 초과하지 아니한 자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조 제2항 6)에 저촉되지 않기 위한 목적입니다.

스카우트 채용은 각 구청에서 맡고 있습니다. 1년 미만 단위의 계약직 형태로 채용이 이뤄집니다. 모집공고나 선발 기준, 채용 인원수 등은 구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서비스 이용 수요가 다르다 보니 스카우트 채용이 들쭉날쭉합니다. 따라서 서울시가 안심귀가서비스를 추진한 목적 중 하나인 지속적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실정입니다.

노원구 담당 스카우트는 "이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지자체별로 인력 규모의 편차가 크고 1년 미만의 계약직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일자리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이면 시행 10년 차, 갈 길 먼 안심귀가서비스

안심귀가서비스 자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입니다. 흉악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감을 정부가 인식해 새로운 대처방안을 내놓았고 약 500명의 여성 스카우트가 그동안 많은 여성들을 안전히 집까지 데려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약 10년간의 안심귀가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안심귀가서비스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수요가 필요한 곳에 적절히 인원을 배치하지 못해 효율적인 운영과는 거리가 멉니다.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해 안심귀가서비스 전체의 질이 떨어지고 있고 서울시의 적극적인 예산 투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심귀가서비스는 충분한 성과를 내고 있지 않습니다. 시행 요일과 시간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찾기 어렵습니다.

2013년, 15개 자치구 시범 운영을 시작한 안심귀가서비스는 내년에 10살이 됩니다. 약 10년 동안 우리 곁에서 함께한 안심귀가서비스 자체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높은 이용률을 보이지 않는 것은 현재 이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용실적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그에 수반되어야 할 행정적 처리가 부족한 까닭입니다.

형식만 갖춘 지금의 제도에 안주한다면 서울 여성 시민들은 안심하고 귀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불안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행 요일과 시간대를 개선하는 제도적인 노력과 늘어나는 서비스 이용에 걸맞는 적극적인 예산 투자가 요구됩니다.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포스터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포스터
ⓒ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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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광운대 데이터저널리즘팀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서비스를 점검한 결과입니다.
기사 : 김동찬 · 이영현 · 황재문
데이터 분석 : 김규리 · 김동찬 · 김용우 · 어형우 · 이영현 · 황재문
그래픽 디자인 : 김동찬 · 이영현


태그:#여성, #안심귀가서비스, #성폭력, #여성안심귀갓길, #강력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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