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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생명을 가득 담고 있는 제철 식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계절도 생명도 드러나지 않는 무감한 매일의 밥에서 벗어나 가끔은 혼자서도 계절의 맛을 느껴보자. 철마다 나는 제철 채소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익혀 자연스레 채소 소비는 늘리고 육류 소비는 줄여 지구에는 도움을, 나에게는 기쁨을 주는 식탁으로 나아간다.[기자말]
아주 오래된 붉은 벽돌의 허름한 주택 담장부터 대단지 아파트 담장까지 빨갛고 노란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모습에 발길을 자꾸만 멈추게 되는 계절, 탐스럽게 핀 장미꽃을 보고 '먹음직스럽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식용꽃이 널리 퍼졌다고 해도 꽃은 어쨌거나 '보기 좋은 것'이지 '먹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화단에 핀 빨간 사루비아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어른들 몰래 슬쩍 따서 꿀만 쏙쏙 빨아 먹고 버린 기억이 있다. 요즘엔 공해가 심하기도 하거니와 관상용으로 사루비아의 인기가 시들해졌는지 쉽게 볼 수 없어서 안타깝다. 물론 관상용 꽃은 꺾으면 안되지만 말이다.

요즘 많이 피는 장미는 유럽이나 터키 등지에서 디저트 등에 섬세한 향을 더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식용꽃이다. 파리 유명 마카롱 가게의 장미향 마카롱이나 터키식 젤리인 로쿰에 장미향을 더한 것 등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디저트다.

우리 선조들은 봄이 오면 진달래꽃을 따 화전을 부쳐 먹거나 진달래 화채를 해 먹으며 봄의 정취를 즐겼다. 가을이 되면 국화꽃을 딴 국화꽃 화전을 먹기도 하고 동백꽃도 화전에 사용했다. 그 향이 황홀한 아카시아는 또 어떤가. 달콤한 꿀 향이 가득한 아카시아 꽃을 송이째 따 파르르 튀긴 '아까시 튀김'은 시골 음식 중에 가장 낭만적인 음식이 아닌가 싶다. 이탈리아에서는 호박꽃이 나면 만두처럼 꽃 속에 소를 채워 통으로 튀겨 먹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꽃이든 먹을 수 있을까? 서양에서는 먹을 수 있는 꽃을 'Edible Flowers'라 부르며 먹을 수 있는 꽃과 없는 꽃을 구분한다. 인터넷이나 백화점 식품관에 있는 식용 꽃 중 가장 흔한 팬지부터 패랭이꽃, 베고니아, 제라늄, 메리골드, 잉글리시데이지, 장미, 클로버, 민들레꽃, 수레국화 등등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꽃은 생각보다 많다.

이런 식용 꽃 중에서도 팬지처럼 그 향과 맛보다는 관상을 위해 플레이팅에 쓰이는 꽃과 장미꽃처럼 맛과 향을 같이 즐기기 위해 쓰이는 꽃 그리고 그냥 먹을 때는 별 향이 없지만 히비스커스처럼 꽃차나 액상으로 우려내 향을 즐기는 꽃이 있다.

접시 위에 올라가는 모든 재료는 아무리 보기 좋더라도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별 생각 없이 그저 보기 좋으라고 올리는 식용 꽃은 별로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장식, 이를테면 케이크나 떡에 올라가거나 어버이날 식용 카네이션을 올린다든가 할 때는 예외다. '이 음식은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올라가기도 하는 가니쉬, 예를 들면 깨 한 알조차도 음식에 고소함을 불어넣는 역할이 아닌 그저 관성에 의해 올라가는 것이라면 싫다.

식용 꽃도 마찬가지다. 그 맛과 향, 꽃의 캐릭터가 음식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좋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김태리가 봄나물파스타 위에 식용 꽃을 흩뿌려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는데 이때 뿌려지는 꽃은 제비꽃, 하얀색과 보라색이 아름다운 꽃으로 프랑스에서는 이 제비꽃에 그대로 설탕을 묻혀 사탕으로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농사일로 바쁘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김태리가 과연 제비꽃을 직접 재배했을까? 아니면 노지에 나는 제비꽃을 식용으로도 쓴다는 것을 알아보고 따서 넣은 걸까? 영화를 보고 난 뒤 '왜 하필 제비꽃이여야 했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파스타 위에 제비꽃보다는 무꽃이나 유채꽃을 올렸을 것 같은데, 영화 속 캐릭터와 그 꽃이 어쩐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 굳이 이렇게까지 연관 지어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테지만 말이다.

음식과 꽃의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꽃의 맛과 향을 아는 게 먼저다. 셰프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아마 한련화 아닐까. 약간 매콤한 맛이 나는 섬세한 꽃잎과 청량한 모양의 잎사귀가 아름답다. 보리지꽃은 오이의 향과 맛이 은은하게 나는데 연보라색의 별 모양 꽃이 예뻐 그런지 역시 사랑받는다. 주황색 메리골드 꽃은 색상도 맛도 샤프란과 비슷한 면이 있어 비싼 샤프란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식용 꽃의 맛이나 향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 맛과 향을 일일이 파악하고 있기란 힘들다. 그래서 나는 허브의 꽃을 좋아한다. 허브의 꽃이라 하면 바질부터 고수, 딜, 펜넬, 루꼴라, 세이지, 로즈마리 등등 웬만하면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맛도 허브의 맛과 비슷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수꽃에서는 고수 향이, 바질꽃에서는 바질 향이, 로즈마리 꽃에서는 로즈마리 향이 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참 신기하다. 식용 꽃 중에서는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벚꽃이 음료와 디저트에 다양하게 사용되지만 그 '벚꽃 향'은 벚꽃 약간에 체리와 다른 꽃을 섞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생각하는 벚꽃의 맛에 대한 이미지가 벚꽃 그 자체로는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벚꽃의 향만 추출해 '이것이 벚꽃 맛'이라고 하면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허브 꽃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딜 꽃이니까 딜 향이 나나?' 생각하면 맞다, 딜 향이 난다. 집에서 허브 화분을 키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른 식용꽃보다 접근성도 좋다. 보통 꽃대가 올라오면 허브 잎사귀는 맛이 억새지거나 잎사귀가 더 자라지 않아 재빨리 잘라버리는 게 좋지만 꽃대를 잘라낼 시기를 지나쳤다고 해도 상심할 필요는 없다. 허브의 꽃에서 그 허브의 맛이 나기 때문에, 꽃의 아름다움과 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사진 속 노란꽃은 루꼴라꽃, 하얀 꽃은 고수꽃
 사진 속 노란꽃은 루꼴라꽃, 하얀 꽃은 고수꽃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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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꽃은 고수꽃과 루꼴라꽃, 농부 시장에서 사 온 식용 꽃으로 당연하게도 고수꽃에서는 고수의 향이, 루꼴라에서는 루꼴라 특유의 고소한 가운데 살짝 톡 쏘는 맛이 올라오는 그 맛이 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고수꽃은 원래 고수를 넣어 만드는 토마토 살사에 고수 대신으로 사용했고 루꼴라꽃은 루꼴라 샌드위치라 생각하고 샌드위치용 스프레드로 활용했다. 맛이 강하지 않은 음식에 조금씩 올려 먹어보며 어디에 어울릴지 고민하는 것도 식용꽃의 재미 중 하나다. 요리를 하지 않을 때에는 다발로 꽂아 놓아도 참 예쁘다.

그렇다고 아무 꽃이나 먹으면 안된다. 사진에 함께 꽂혀있는 데이지도 먹을 수 있는 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꽃이라도 종류가 여럿이기 때문에 '식용 꽃'이라고 붙여 파는 게 아니라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진달래 화전을 할 때 독이 있을 수도 있어 진달래꽃의 수술은 떼어내고 먹어야 하는 것처럼 큰 꽃의 경우에는 꽃잎만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식용 꽃으로 분류되었더라도 관상용으로 키워진 꽃이라면 약품처리를 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역시 먹지 않는다.

그러니 따로 식용 꽃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집에서 키우는 허브 화분의 허브 꽃을 먼저 식탁에 올려본다. 아름답기도 한데 음식에 향을 불어넣어 준다니! 삶의 작은 재미다. 
 
고수꽃을 올린 대저토마토 살사
 고수꽃을 올린 대저토마토 살사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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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꽃 대저토마토 살사

- 재료

저짭잘이 토마토 2개(일반 토마토면 1개), 양파 1/8개, 올리브유 2큰술, 레몬즙·소금·후춧가루·고수꽃 적당량씩

- 만들기

1. 토마토는 잘게 깍둑 썬다.
2. 양파는 잘게 다져 찬 물에 잠시 담가 매운기를 빼고 물기를 제거한다.
3. 볼에 올리브유와 레몬즙,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불투명 해 질 때 까지 잘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4. 토마토와 양파, 고수꽃, 드레싱을 고루 섞어낸다. 

 
루꼴라꽃 스프레드를 바른 빵
 루꼴라꽃 스프레드를 바른 빵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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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꼴라꽃 스프레드

- 재료

크림치즈·루꼴라꽃·소금 적당량씩

- 만들기

1. 실온에 잠시 둬 말랑해진 상태의 크림치즈에 소금 약간으로 간하고 루꼴라꽃을 더해 살살 섞어 스프레드로 사용한다.

 
식용꽃을 활용한 브런치 : 루꼴라꽃 스프레드 사과 샌드위치와 고수꽃대저토마토살사
 식용꽃을 활용한 브런치 : 루꼴라꽃 스프레드 사과 샌드위치와 고수꽃대저토마토살사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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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푸드 컨텐츠 크리에이터. 푸드 매거진 에디터로 근무하다 현재는 프리랜스 에디터, 식음 메뉴 및 브랜드 컨설팅, 작가 등 식문화 전반에 걸쳐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언제나 계절을 맛있게 즐길 궁리로 머릿속이 가득차있으며 제철 로컬 식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고기보다는 채소와 곡물, 열매류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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