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정훈 아주대 교수가 27일 (사)대한교통학회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민자도로를 위한 토론회’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문제와 관련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가 27일 (사)대한교통학회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민자도로를 위한 토론회’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문제와 관련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교통학회TV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역 주민들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일산대교 통행료 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산대교가 대체도로가 있어야 한다는 유료도로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학계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일산대교를 무료화할 경우 향후 18년간 약 8,000억 원의 실질적인 편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27일 (사)대한교통학회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민자도로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유정훈 교수는 "일산대교는 가장 가까운 대체도로인 김포대교가 8km 이상 떨어져 있어 대체도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유일한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매년 받아가는 연 8%의 이자를 지역주민의 통행료로 메꾸고 있는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일산대교처럼 무리하게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된 사례가 있다면 정부가 이제라도 지금 끼워진 단추를 모두 풀고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한다. 그것이 공정이 핵심 가치인 이 시대의 국가 의무"라고 강조했다.

"대체도로 없는 일산대교, 유료도로법 위배"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를 연결하는 1.84㎞의 일산대교는 교통 소외지역인 경기 서북부 주민의 교통권 확대를 목적으로 민간투자 사업을 통해 지난 2008년 5월 개통됐고, 2038년까지 운영권을 보장받았다. 현재 통행료는 경차 600원, 소형(1종) 1,200원, 중형(2·3종) 1,800원, 대형(4·5종) 2,400원으로, 주요 민자도로에 비해 3~5배가량(1,200원 기준) 비싸다.

이로 인해 일산대교를 주로 이용하는 경기 김포․고양․파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경기도는 국민이 내는 연금으로 운영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요금뿐만 아니라 이자를 통해서도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통행료 조정 등 개선 작업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일산대교를 비롯한 민자도로의 공익적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공익적 관점에서 민자도로 운영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유정훈 교수는 일산대교의 문제점으로 대체도로의 부재를 지적했다. 대체도로가 존재할 때 통행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유료도로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산대교는 가장 가까운 한강교량인 김포대교와의 직선거리가 8.1km로, 서울 시내 한강교량 간 평균거리인 1.6km의 5배에 달한다. 유 교수는 "과연 김포대교를 일산대교의 대체도로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유료도로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한강교량 중 유일하게 돈을 받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일산대교와 타 한강교량 비교
 일산대교와 타 한강교량 비교
ⓒ 대한교통학회

관련사진보기

 
유 교수는 일산대교의 높은 사업수익률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일산대교의 선순위차임금 금리는 2009년 이후 현재까지 8%를 유지하고 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일산대교의 총 차입금 1,932억 원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면 30년간 3,482억 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재정사업이 추진될 경우 30년간 이자비용이 1,763억 원이다. 유 교수는 "(민자사업이 아니라 공공사업으로 추진했다면) 1,699억 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재 일산대교의 수익률이 타당하냐는 문제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유정훈 교수는 또 국민연금공단이 일산대교의 단독 주주인 동시에 자기대출 형태로 자금차입을 제공한 투자자라는 점도 우려했다. 유 교수는 "1인 주주로부터 고이율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상법상 '선관 및 충실 의무 위반', 형법상 '업무상 배임', 공정거래법상 '부당행위' 등 법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기반 현저히 변경, 지역사회 실질적인 편익 증대"

특히 유 교수는 일산대교 통행료를 무료화할 경우 사회적 편익이 매년 약 168억 원 수준으로, 향후 2038년까지 총 3,000억 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회적 편익과 별개로 통행료 무료화에 따라 도로이용자의 가처분소득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연간 300억 원씩 (향후) 18년 동안 약 5,000억 원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절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민간투자법을 근거로 국가나 지방정부가 일산대교의 통행료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투자법 제47조(공익을 위한 처분)는 "'사회기반시설의 상황 변경이나 효율적 운영 등 공공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주무관청이 이 법에 따른 지정, 승인, 확인 등을 받은 자에 대하여 제48조에 따른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정훈 교수는 "2002년 (일산대교 건설을 위한) 협약 당시에는 검단 2기신도시도 없었고, 현재 김포한강신도시, 파주운정신도시, 일산신도시가 생기면서 20년 전과 비교해 사회기반이 현저하게 변경됐다"면서 "통행료를 무료화하게 되면 사회적 편익과 추가적인 가처분소득 증가를 합쳐서 8,000억 원 정도의 실질적인 편익이 지역사회에 돌아가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 이익을 위해서 일산대교에 대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익기 한양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김진희 연세대 교수, 최봉문 목원대 교수(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윤태호 서울과기대 교수, 김태완 중앙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김진희 교수는 "기본권 문제와 관련 일상적인 생활, 출근, 병원, 학교에 갈 때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며 "무료화가 되면 편익이 많이 늘어난다고 했는데, 그런 경제적 관점이 아닌 공익적 관점에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봉문 교수는 "공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고 합의를 이뤄내기 어렵다"면서 "과거의 잘못된 재정 판단을 바로 잡고 정의를 실현하고 국가의 의무를 달성한다는 관점에서 일산대교나 민자도로 문제에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태호 교수는 일산대교 통행료를 낮추는 조건으로 운영권 보장 기간을 늘려주는 방식 등을 제시하며 "기존에 약속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깰 수 없으니, 협상의 지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월 15일 오후 김포시 감암로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통행료 개선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월 15일 오후 김포시 감암로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통행료 개선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기도

관련사진보기

 
"터무니없이 높은 요금 감수하는 시민들... 박탈감 크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27일 일산대교 통행료 조정 문제와 관련 '정치논리로 국민연금을 공격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폭리를 취하며 그 피해를 국민이 감당하게 한다면, 이는 용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산대교는 한강의 27개 교량 중 유일한 유료 다리로 km당 요금이 재정사업 도로의 13.2배에 달한다"면서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 김포, 일산, 파주 등 경기 서북부와 서울 출퇴근 차량까지 하루에도 두세 번 일산대교를 오가며 터무니없이 높은 요금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월 일산대교㈜ 대표이사실에서 열린 '일산대교 통행료 개선 현장간담회'에서도 "국민연금이 투자사업을 통해서 연금의 내실화와 건전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그것이 일부 주민들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박상혁(김포시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하나의 생활권으로 1․2․3기 신도시를 만들어놓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김포․고양․파주시민들이 갖게 된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획기적인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지연 국민연금공단 인프라투자실장은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이기 때문에 수익성 증대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구성 방안이 제시된다면 경기도와 기본적으로 협의,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일산대교통행료, #이재명경기도지사, #유정훈아주대교수, #대한교통학회, #민자도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