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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②] 극소수 사례 부각시킨 '은퇴자 건강보험료 폭탄론'(http://omn.kr/1tf1r)에서 이어집니다. 
 
오는 6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로 폭증한 것으로 4월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아파트 거래 동향에서 나타났다. 지난 3월 강남구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달 129건에 비해 6.3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오는 6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로 폭증한 것으로 4월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아파트 거래 동향에서 나타났다. 지난 3월 강남구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달 129건에 비해 6.3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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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부동산 세금폭탄 째깍째깍'이라는 제목의 관련 보도를 통해 부동산 세금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다수 국민이 큰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거나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이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입니다.

<한국경제> '공시가 6억 초과 43만 가구 급증... 올해 재산세 30% 늘어난다'(5월 10일 강진규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한국경제>는 "올해 공시가격 급등과 세율 인상 등으로 '부동산 세폭탄'을 맞게 되는 사람이 급증한다"고 했습니다.

<한국경제> '재산세 깎아준다지만... 6억 넘어 감면 못 받는 주택, 경기도만 두 배↑'(5월 12일 강진규 기자)는 "정부가 올해부터 6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율을 대폭 감경해 주"는데 "경기 지역에선 올해 24만 5592가구가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해 작년 12만 2390가구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고, 서울은 "지난해 52만 5778가구에 비해 44.3%가 증가"해 감경혜택을 대부분 누리지 못하는 듯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 '선진국 부동산 세제 보니... 미의 주택 보유세는 살 때 가격으로 부과'(5월 13일 정의진 기자)는 미국 보유세 부과 방식을 기준으로 한국 부동산 세부담이 지나치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동산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재산세 감면혜택 못 받는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 증가" → 사실
 

<한국경제>는 지방세법 개정으로 대다수 국민이 부동산 세금을 크게 부담하는 듯 설명했는데요. 자세히 보면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황에 따르면 전국 111만 7104호가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해 2020년 68만 3455호에 비해 63.4% 많아졌다"는 게 근거입니다. 마찬가지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도 지난해와 비교해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 주장의 사실관계를 따지기 위해 3월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올해 공시대상 공동주택 수는 1420만 5천 호였고,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 비중은 7.9%였는데요. 국토교통부가 밝힌 공시가격별 주택 수를 합산한 결과, 6억 초과 주택은 111만 7104호였습니다. 2020년 3월 보도자료에 명시된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은 68만 3455호로 증가율을 계산하면 63.4%가 됩니다.
 
지역별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 수 강조한 한국경제(5/12)
 지역별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 수 강조한 한국경제(5/12)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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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지역별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주택 수를 정리한 표도 대체로 국토교통부 2020년 3월 보도자료와 일치합니다. 다만 서울, 경기 지역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 수는 3월 발표 보도자료와 수치가 조금 달랐습니다. 

<한국경제>는 "52만 5778가구"(서울), "12만 2390가구"(경기)로 표기했으나, 국토교통부 3월 보도자료에서는 '52만 6810가구'(서울), '12만 2801가구'(경기)입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수치는 지난 2020년 8월 31일 공개된 '2020년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등장합니다. 개별 수치가 다른 두 개 자료를 혼재해 적절한 자료 사용으로 볼 수는 없으나 기록된 수치는 모두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문서에 기반했기 때문에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판단됩니다.

재산세 감면 혜택 못 받는 비율 7.9%
 

하지만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2020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대다수 국민이 재산세 폭탄을 맞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2020년 말 정부는 지방세법을 개정해 '재산세 특례세율'을 도입했습니다.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세대 1주택자에 재산세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입니다. <한국경제>는 이같은 제도가 있음에도 재산세 폭탄론을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인용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대다수 국민이 특례세율 대상자가 된다는 게 확인됩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 비중은 92.1%입니다. 반대로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 수는 전체 공동주택의 7.9%이며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은 3.7%입니다. 공동주택 중 92.1%는 특례세율 혜택을 받고, 7.9%만 혜택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 92.1%임을 명시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3/15)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 92.1%임을 명시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3/15)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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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공시가격 인상이 무조건 재산세 증가로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재산세 구성요소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는 다주택자 여부, 부부 공동명의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고령자에게는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되고, 부부가 절반씩 공동으로 보유한 1세대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일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주택이 전체 가구의 7.9%라고 해도 실제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주택 수는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올해 "부동산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사람이 급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국토교통부 발표자료가 사실과 다르거나 재산세 특례세율에도 부동산 세금이 크게 증가한다는 다른 근거를 <한국경제>가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경제> 보도에서 이같은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부동산 세부담은 지나치다" → 거짓
 

<한국경제>는 미국 세금 제도를 갖고 와 정부가 과도하게 부동산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국은) 집을 처음 사들일 당시 집값이 과세 기준"이라 아무리 집값이 많이 뛰어도 최초 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가 매겨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집값 등락에 따라 보유세가 결정돼 "징벌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점은 문제"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외국과 비교해 한국 부동산 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미실현 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지나치다"라는 "전문가들" 분석도 더했습니다. 
 
OECD 일부 국가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 자료
 OECD 일부 국가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 자료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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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기사에서 언급한 미국 보유세와 견줬을 때 한국 보유세가 정말 높은 걸까요? 법으로 정해 놓은 보유세에 각종 공제를 빼고 실제로 내게 되는 보유세 실효세율로 따져보겠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 2021년 4월호에 따르면,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년 0.16%입니다. OECD 8개국 평균인 0.53%의 1/3수준이고, 0.9%인 미국과 비교하면 1/5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 실제 부담하게 되는 보유세 세율이 OECD와 미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뜻입니다. 또한 미국은 구매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지만 애초부터 보유세율을 높게 설정해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20년 12월 발표한 '주택 거래과세의 세부담수준과 정책방향'에서 서울과 뉴욕의 주택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다는 가정하에 각 주택을 10년간 보유하다가 팔았을 경우 발생하는 모든 세금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는 2009년부터 10년간 발생한 총 조세비용이 최초 매입 시 부동산 가격의 2.5~6.5%였고, 뉴욕 주택은 17.1~20.6%로 나타났습니다. 보유세만 비교해보면 뉴욕이 서울의 2.3~5.2배였고, 거래세는 1.6~3.2배 높았습니다. <한국경제> 주장과 달리 서울이 뉴욕에 비해 부동산 세금 부담이 적은 것입니다.
  
서울과 뉴욕의 1주택자가 10년 동안 주택을 보유한 뒤 매도했을 경우 총 조세비용
 서울과 뉴욕의 1주택자가 10년 동안 주택을 보유한 뒤 매도했을 경우 총 조세비용
ⓒ 한국지방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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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뉴욕주와 한국의 부동산 세금 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은 일반적으로 주택 취득 시점엔 모기지등록세, 고가주택에 대한 맨션세를, 처분 시점에 부동산 이전세를 거래세로 부과합니다. 뉴욕주는 한국과 달리 주택 취득 시 담보대출에 대한 세금과 100만 달러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별도세금을 부여하고 처분 시에는 부동산 이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보유세 실효세율과 10년간 아파트를 보유하고 팔았을 경우 총 부동산 세금을 비교해봐도 한국은 미국 뉴욕주보다 세금 부담이 낮습니다. 미국에 비해 한국 부동산 세금 부담이 크다는 <한국경제> 주장은 거짓입니다.

미국, 보유세율 높여 주택 장기 보유 유도
 

앞서 확인한 것처럼 한국 보유세 부담이 미국에 비해 크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다만 미국은 토지가 넓은 만큼 주택 가격도 다양합니다. 보유세가 높은 만큼 소득세를 낮춰주는 등 주별로 다양한 세금 제도도 두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처럼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세금을 단순 비교하는 건 부적절합니다. 

하지만 미국 보유세 제도는 초기 구매 당시 높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오래 보유할수록 보유세 인하효과를 보게 설계돼 있습니다. 자연스레 투기로 집을 여러 차례 사고팔기 어렵고, 주거 목적의 장기 보유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론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면서 빚내서 집을 사는 사람도 줄었습니다. <한국경제>가 한국 보유세가 과도하다며 꺼낸 미국 보유세 제도는 오히려 한국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기득권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 <한국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세금폭탄 째깍째깍' 연속보도의 사실관계 확인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일부 사실을 부각해 부동산 세금 반발을 유도하는 기사 작성법입니다. 극소수 사례로 '세금 폭탄론'을 주장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기사가 부동산 기득권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한국경제> 보도를 보면 집값 폭등으로 불안에 시달리는 주거 약자는 없습니다. 오히려 주거약자 부담을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에 '세금 폭탄론'을 씌우기 급급합니다.

무주택자는 주택 소유자에 비해 약자입니다.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약자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또한 부동산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오히려 '8%(재산세 감면 제외자)', '0.1%(피부양자 자격 박탈자)' 등 소수 사례를 부각해 부동산 기득권에 필요한 부동산 세금 완화를 주장합니다. 이렇듯 일부 사실로 전체를 왜곡한 <한국경제> 보도는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매우 큽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5월 10~13일 <한국경제> 지면보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경제, #부동산세금, #재산세, #공시가격,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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