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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 광주청년드림은행, 일러스트 작가 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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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사는 20대 채원(가명)씨는 2020년 직장을 그만둔 후 생활고에 시달렸다. 카드값이 밀렸고, 이직과 배움을 위한 비용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대출을 알아봤다. 포털사이트에 학생·무직자 대출을 검색해보니, 조건 없이 대출해 준다는 광고가 나왔다. 금융에 대한 지식이 없던 채원씨는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나 다른 안전한 방법은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연락이 닿게 된 업자는 본인 확인을 위한 절차가 있다며 채원씨에게 여러 개인정보를 받았다. 체크카드도 확인해야 한다며, 체크카드를 택배로 보내고 비밀번호를 알려줄 것도 요구했다.

신용카드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차피 이것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통장을 비우고 체크카드를 보내주었다. 이후 업자는 체크카드를 다시 돌려주었지만, 대출을 해주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얼마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채원씨가 빌려준 체크카드가 범죄에 이용되었다는 연락이었다.

채원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대출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카드를 대여해준 혐의였다. 얼마 후 법원에서 벌금형 형사처벌이 나왔다. 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채원씨는 해당 처벌에 대해 제대로 소명도 하지 못하고 수용했다.

판결문에는 카드 대여는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적혀있었다. 채원씨를 더 힘들게 한 건 수사기관의 압류 조치였다. 수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모든 통장에 지급정지가 걸렸다.

김 실장과 박 부장

직후 C뱅크에서 연락이 왔다. 마이너스 통장에 대한 일시 상환 요구였다. 밀린 카드값에 마이너스 통장으로 사용한 돈을 더하니, 500만 원에 가까운 부채가 채원씨 앞에 놓여있었다. 채원씨는 다시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알아봤다.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없었다.

'대출나라'라는 사이트에 대출을 문의하는 글을 작성하자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다. 업자들은 처음에는 한결같이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종국에는 금융권 대출은 어려우니 사금융을 이용하라고 권유했다. 급한 불을 끌 물이 필요했던 채원씨는 김 실장, 박 부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받았다.

업자들은 당장 50만 원을 빌려줄테니, 한달 뒤에 70만 원을 갚으라는 식으로 대출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작은 금액부터 빌려주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채원씨는 몇몇 업자들에게 돈을 빌렸다.

대출 직전에는 가족과 친구들의 이름과 연락처도 요구받았다. 업자들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채원씨는 가족의 학교나 직장에 추심 전화가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돈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채원씨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사용한 돈과 밀린 카드값을 상환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부채가 채원씨를 옥죄었다. 채원씨에게 적용된 이자율은 연 이율 기준 480%였다. 2021년 6월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 24%다. 채원씨는 무엇보다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비대면을 통해 돈을 빌려준 얼굴 없는 업자들이 끊임없이 일상의 삶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업자들은 빚을 갚지 않으면 신변의 위협에 노출될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래서 채원씨는 사채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사채를 끌어썼다. 이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부채는 이내 5천만 원을 넘어섰다. 독촉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채원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에 드는 비용을 거의 없앴다. 그럼에도 빚이 갚아지지 않자,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밀려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햇살론, 개인워크아웃 등의 제도를 미친 듯이 알아봤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손을 벌렸다. 집기도 정리했고, 보증금까지 빼서 부채 상환에 썼다. 채원씨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사채를 금융권 부채로 전환했다.

업자들은 돈을 받을 때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토스 어플을 통해 인근의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해갔다. 그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이 모두 대포폰이었음은 물론이다. 업자들은 편리한 금융의 변화가 만들어낸, 그 어떤 감시의 시선도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잘 활용했다. 갖추어져 있던 절차들마저 삭제된 곳에 검붉은 독버섯이 피어났다.

연이율 480%... 50만원부터 시작했다 6300만원까지

올해 초 사채를 모두 정리한 채원씨에게는 부채 6300만 원이 남았다. 이 과정에서 학자금 대출이 장기 연체되자 한국장학재단에서도 연락이 왔다. 채원씨는 신용회복을 위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광주에는 지역 청년들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광주 청지트)'가 있다. 채원씨는 광주 청지트에서 1:1 내지갑상담을 받았다. 내지갑상담은 청지트가 고안한 청년 맞춤형 재무상담이다.

채원씨는 상담을 통해 이 모든 상황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담사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부당하게 빼앗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법정 최고금리 연 24%를 초과한 이자는 모두 반환 대상이다. 그러나 채원씨에게는 더 이상 업자들을 직면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지칠대로 지친 그에게 남은 건 오직 체념의 감정 뿐이었다.

상담사는 채원씨가 가진 부채를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부채와 그렇지 않은 부채로 구분한 후 상환 순서를 정했다. 채무조정에 들어간 부채에는 상환을 미룰 수 있는 유예 제도가 있어, 이를 활용한 구체적인 상환 일정도 수립했다. 또 안정적인 부채 상환을 위해 소비 유형을 분석한 후 소비 계획도 마련했다.

상담사는 장발장은행을 비롯한 지원기관도 안내했다. 장발장은행은 벌금형 선고를 받고도 생활고 등으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사회단체다. 현재 채원씨는 친척집에서 생활하며 조금씩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다.

불법 인지하고도 사적보복 두려움에 신고 꺼려

지난 1월 한국대부금융협회가 2020년 적발된 불법 사채 사례 5160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연 이자율이 40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불법 사채 피해자의 평균 대출금액은 992만 원이었으며, 평균 거래 기간은 64일이었다. 또 5160건의 피해 사례 중 4830건이 담보 없이 돈을 빌리는 급전대출 사례였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주세연 센터장은 "2021년 현재에도 불법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절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행위가 시대에 따라 교묘하게 변모하며 지속되고 있다"면서 "온라인과 비대면이라는 이름으로 갖추어져 있던 절차마저 생략되는 최근의 풍토가 마지막 안전 장치를 없애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주장했다.

주 센터장은 또 "현장에서 만난 내담자들은 불법임을 인지하고서도 사적보복에 대한 우려와 법적절차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어떤 내담자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교사가 업자의 전화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사실상 아이의 신변을 인질로 한 독촉이었다"라면서 "불법사채 신고 접수 및 구제를 지원하는 기관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고, 지자체, 수사기관, 상담기관의 유기적 협력도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 만연한 불법금융 광고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통신3사와 협업해 성매매 업소 연락처에 통화 불능을 유도했던 '대포킬러 프로그램'과 같은 적극적 조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불법금융은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승을 부리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적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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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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