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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금을 ‘폭탄’이라고 표현한 한국경제 보도(5/10)
 부동산 세금을 ‘폭탄’이라고 표현한 한국경제 보도(5/10)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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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재산세 납부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기준일이 다가오자 '종부세 폭탄론', '징벌적 세금'을 꺼내든 보도가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한국경제>는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부동산 세금폭탄 째깍째깍'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보도를 잇달아 냈는데요. 정부 부동산 세금 정책으로 많은 시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국경제> 보도처럼 정말 정부 부동산 세금 정책으로 대다수 시민이 피해를 입게 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먼저 종부세 보도부터 살펴봤습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세금 중 종부세에 유달리 관심을 보였는데요. '상위 1%만 내야 하는 종부세를 많은 시민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한국경제> '상위 1%만 매긴다던 종부세, 올해 공시가 기준으론 16억'(5월 11일 좌동욱 기자)기사는 제목부터 종부세는 '상위 1%'만 내는 세금으로 묘사했습니다. 본문에서는 "상위 1% 부동산 부자에게만 매긴다는 종부세의 부과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 '4년 전 상위 0.6%만 내던 종부세... 문재인 정부 들어 대상 3배 늘었다'(5월 13일 강진규 기자)기사는 국민의힘 유경준·이주환 의원 발표자료를 인용해, 종부세 대상이 3배 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종부세가 이제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도 '징벌적 세금'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다수의 시민이 부과 대상이 된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종부세 상위 1%만 내는 것" → 거짓

<한국경제> 보도의 근거인 종부세 과세 대상이 "상위 1%"라는 주장부터 확인했습니다. 현행 종부세 과세 대상은 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납세자별로 합산해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입니다. 즉, 소유 중인 모든 주택을 합쳐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하거나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 원을 초과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 상위 1%에게만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한국경제>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 비율은 정치권에서도 종종 등장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부세 과세 대상자 비율을 각자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한겨레> '종부세 대상은 1%? 24%?... 여야, 제 논 물 대기 계산법'(4월 23일)은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국민의힘이 각자 다른 수치의 종부세 과세 비율을 제시한 사실에 주목했는데요. 국세청 종부세 담당자는 <한겨레>에 "종부세 대상자가 몇 퍼센트인지는 우리가 생산할 수 없는 통계"라고 답변했습니다.

동시에 "정치권에서 각자 필요한대로 모수를 찾아 계산하기 때문에 (종부세 비율이)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셈법에 맞춰 비율을 계산한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종부세는 2005년 첫 시행부터 고가 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종부세 과세 대상자 비율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한국경제>가 주장한 "상위 1%"만 내는 세금이라는 표현도 정치권에서 입맛대로 비율을 해석한 것과 유사합니다. '초고소득자에게만 부과해야 하는 세금을 다수의 시민에게 부과하려 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일 뿐 사실이 아닙니다.

"1주택 은퇴자 세금이 올라간 사례 있다" → 사실
 

<한국경제> '"이건 세금 아닌 갈취, 우리가 집값 올렸나" 1주택자 은퇴자들 분통'(5월 11일 정의진·노경목 기자)은 은퇴자 중 1주택자가 세금을 많이 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예시로 '압구정 현대1차아파트에 1976년부터 50년째 살고 계신 70대 A씨'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약 2200만 원", '서울 신천동 장미아파트에 사는 은퇴자 B씨'는 "올해엔 종부세를 합쳐 약 600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이웃 사이에선 '차라리 문짝 뜯어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당사자들의 불만도 전달했습니다.
 
은퇴자들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한 한국경제(5/11)
 은퇴자들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한 한국경제(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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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소개한 사례가 사실일까요? 해당 기사에 구체적인 면적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사례에 등장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정말 그만큼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부동산계산기' 누리집을 활용했고, 현행 제도와 동일하게 연령과 보유 기간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공제도 적용했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소유한 70대 A씨' 사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등록된 압구정 현대1차아파트 12동 7층 전용면적 192.21㎡ 공시가격은 41억 300만 원, 같은 동 11층 공시가격은 41억 6500만 원입니다. 공시가격으로 A씨 연령인 70세와 50년째 거주 중임을 감안해 보유 기간 45년, 1세대 1주택자를 적용하면 A씨가 납부하게 될 재산세는 2256만~2298만 원으로 나옵니다.

'신천동 장미아파트를 소유한 은퇴자 B씨' 사례도 확인해봤습니다. 다만 B씨의 정확한 나이와 보유 기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당 아파트에서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공제를 제외하고 언급된 금액의 보유세가 나올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등록된 신천동 장미아파트 5동 5층 전용면적 82.45㎡ 공시가격은 13억 8900만 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1세대 1주택자를 적용해 계산한 재산세 총 납부액은 681만 원입니다. 계산 결과 <한국경제>가 소개한 사례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종부세 대상 "소수 고학력·고소득층·수도권 거주자"
 

<한국경제>가 언급한 사례가 실존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해당 사례가 보편적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는 은퇴자 중 거액의 세금을 내는 몇 가지 경우를 언급하며 큰 문제가 될 것처럼 묘사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실험실'을 표방하는 LAB2050은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자를 분석했는데요. 이를 보도한 <시사IN> '종부세 부담된다는 1주택자는 어떤 이들일까?'(5월 13일)는 <한국경제>와 달리 "종부세 과세 대상 가능성이 있는 주택을 가진 1주택자는 대체로 소수의 고학력·고소득층·수도권 거주자"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중 노인가구 비중을 계산한 시사IN(5/13)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중 노인가구 비중을 계산한 시사IN(5/13)
ⓒ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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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분석 결과 가구원 모두가 노인인 '노인가구'는 "전체 가구 중 24%", "종부세 대상 1주택 가구 중 23%"입니다. 전체 비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6억 원 이상 1주택자로 가면 노인가구가 18%"로 더 줄어듭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종부세 내는 은퇴자는 전체 가구 노인 비중과 유사하거나 더 적습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한국일보>'"종부세 실제 대상자는 고소득에 금융자산도 평균 이상"'(5월 10일)에서 "노인층의 경우 소득이 없으면 세금을 깎는 게 아니라 연금을 올리는 게 효과적"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는 부동산 세금 인하를 주장하기 위해 소수 사례를 과도하게 부각시킨 결과입니다. 그 사례의 실거래가를 보면 보편적인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쉽게 드러납니다. 가령 현대1차아파트 12동은 5월 21일 기준 네이버부동산에 63~65억 원짜리 매물이 올라와 있습니다.

신천동 장미1차아파트는 19억 5천만 원~33억 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결국 <한국경제> 보도는 2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보유자 중 일부가 겪을 수 있는 사례일 뿐 보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간다" → 판단 불가

마지막으로 확인할 내용은 종부세로 세입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주장입니다. <한국경제> '공시가 6억 초과 43만 가구 급증... 올해 재산세 30% 늘어난다'(5월 10일 강진규 기자)는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월세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종부세 대상 100만 명 시대... 중산층에도 징벌적 과세'(5월 13일 강진규․좌동욱 기자)도 "전문가들은 종부세 인상이 세입자의 임차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 중산층 및 서민층에게까지 여파를 미칠 것"이라며 전문가들을 출처로 내세웠습니다.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보도한 한국경제(5/10)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보도한 한국경제(5/10)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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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제기한 우려는 지난 2020년부터 반복해 나온 내용입니다. 종부세 인상분을 충당하기 위해 세입자 전·월세금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세입자 부담이 늘어났는지,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없습니다. <한국경제> 역시 우려만 전할 뿐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경제>가 부동산 약자 입장에서 세입자 부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종부세 인상이 세입자 부담으로 연결될 상황이 생긴다면 집값을 내릴 수 있는 대책이나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 전·월세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세입자 피해 가능성을 보유세가 과도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할 뿐 부동산 약자를 보호할 대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관련기사
[팩트체크②] 극소수 사례 부각시킨 '은퇴자 건강보험료 폭탄론' (http://omn.kr/1teyd)
[팩트체크③] 7.9% 유주택자 대변... 한국경제 보도에 주거 약자는 없다 (http://omn.kr/1tf3y)

* 모니터 대상 : 2021년 5월 10~13일 <한국경제> 지면보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경제, #팩트체크, #부동산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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