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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 소재 S골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김아무개씨가 숨지기 하루 전 가족들에게 남긴 카톡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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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늦게 끝나서 저녁 먹는 중~^^"

4월 29일 오후 8시 45분, 김아무개씨가 부인과 아들, 딸이 함께 사용하는 단체카톡방에 올린 메시지다. 여느 가족의 일상적인 대화와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그가 가족들에게 남긴 생의 마지막 흔적이 됐다. 

김씨는 이튿날인 4월 30일 새벽 경기도 용인 소재 S골프장 직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밝힌 사인은 '심부전', 심장에 이상이 생겨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과로사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다.

김씨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그 날(4월 29일), 오전 7시 19분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8시에 퇴근했다. 점심시간 1시간을 빼도 11시간 41분을 근무한 셈인데, 이러한 근무 형태가 사망 2주 동안 계속됐다. 그는 4월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 동안 단 하루만 쉬고 매일 평균 11시간 동안 일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김씨의 근무시간은 아래와 같다(점심시간 포함).
 

- 2021년 4월 4주 차
19일 12시간 27분, 20일 12시간 18분, 21일 12시간 18분, 22일 12시간 14분, 23일 12시간 20분 

- 2021년 4월 5주 차
25일 9시간 52분, 26일 10시간 16분, 27일 12시간, 28일 11시간 32분, 29일 12시간 41분

이에 대해 S골프장 측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과로사 여부는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남 밀양에서 골프장 관리 업무를 해온 김씨는 지난 2018년 말부터 경기도 용인 소재 회원제 골프장인 S골프장에서 일했다. 그가 주로 맡은 업무는 골프장 관리, 일반적으로 코스 잔디 등을 살피고 코스 등을 보수하는 역할이다. 김씨는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해왔다.

김씨 아내, 하루 3회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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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 소재 S골프장 앞에서 고 김아무개씨의 부인이 2021년 5월 10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경남 밀양에 두 아이를 두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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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 소재 S골프장 앞에서 고 김아무개씨의 부인이 2021년 5월 10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경남 밀양에 두 아이를 두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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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김씨를 황망하게 떠나보낸 부인 이아무개씨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남편이 떠난지 열흘째 되는 날인 지난 5월 10일, 경남 밀양에서 올라와 용인 S골프장 앞에 섰다.

그는 골프장 회원들이 출입하는 시간에 맞춰 오전 6시간, 오전 11시, 오후 4시 하루에 3회 3시간씩 1인 시위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손에는 "과로사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하라", "죽음으로 내몬 S골프장, 내 남편 살려내라", "결정권 없는 사장 말고 결정권 있는 이사님들 빨리 응답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들렸다. 

"4월 30일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돌아가셨다고. 숙소에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그런데 회사에서 연락이 온 후 바로 동료들이 '4월에 일이 많았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런 연락이 계속 오니 의구심이 들었다. 사망 전날 저녁까지도 멀쩡했는데 야근하고 와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오니. 어떻게 가만히 있나."

그러나 골프장 측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인 시위를 열흘 정도를 하고 나서야 연락이 왔다. 한 번 보자고. 그래서 지난 5월 22일에야 클럽하우스로 들어가 대표를 보고 왔다. '협조할 건 협조하고 산재가 결정되면 지원할 건 지원한다'고 하더라." 

유족이 전한 말에 따르면, 골프장 측은 이씨에게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사들도 있지만, 부검 결과가 아직 안 나왔으니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는 분들도 있다"면서 "자신(대표)은 결정권이 없다. 이사회에서 만약 좋은 결정이 안 나오면 그걸로 그냥 끝이라는 말을 했다"라고 전했다. 사망한 김씨에 대한 부검은 지난 5월 초에 이뤄졌다. 보통 부검 결과 통보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걸 고려하면, 6월 둘째 주는 돼야 정확한 사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골프장 측의 무관심한 행태에 분노한 김씨의 중3 딸은 지난 21일 '우리 아빠의 안타까운 죽음을 도와달라'면서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딸은 청원 글에서 "아빠가 4월에는 일이 많아서 집에 못 오고, 5월에야 올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한두 달에 한 번씩 집에 오시는 아빠의 몸 곳곳에는 멍이 있었다. 옆구리에는 날아오는 공에 맞아 생긴 큰 멍이 있었고 다리에서는 피도 났다. 이렇게 직원의 인권을 보장해주지 않아 한 가정의 가장을 과로사로 숨지게 한 회사를 처벌하고, 53세라는 젊고 멋진 나이에 돌아가신 우리 아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김씨가 일한 S골프장은 지난 1992년 9월 개장한 골프장으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700여 명 이상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고, 이들 중 15명이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2021년 현재 회원권은 6억 5천만 원 이상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코로나로 이용객 급증... 설비 공사로 업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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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 소재 S골프장 앞에서 고 김아무개씨의 부인이 2021년 5월 10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경남 밀양에 두 아이를 두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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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표가 유족을 만나 뵙고 최대한 도움을 드릴 건 드리고, 산재처리도 도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준다고 했다"면서 "노조가 이사회에 만남을 요청한 만큼 그 이후에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골프장 노조 측은 김씨의 사망 직후 성명을 통해 "최근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 골프장 이용객들과 최근 시행되는 골프장 내 시설 설비 공사 등을 이유로 현장 노동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철저한 조사와 함께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되어 장시간 노동을 방치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뒤로 한 사용자는 물론, 이를 부추긴 일부 악질 이사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현재 김씨 사망과 관련 유족 대리인이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