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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동네, 이웃, 공동체를 이야기하면 아파트를 상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를 구상하고 설계하는 단계에서 거대한 자본, 건설 사업,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의 차원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자본으로 이웃을 만들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보통 저층 주거지 지역을 선택한다.

마을 공동체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은 아파트 단지를 선호한다. '직방'이 작년에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70% 정도가 주택 매입 의사가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이 아파트를 선호했다. 아파트에 대한 압도적인 선호는, 자산 증식과 투자의 이유도 있지만 생활형 SOC와 각종 기반시설이 부족한 한국의 도시에서 아파트는 삶의 편익과 관련된 시설 상당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주택 유형이기 때문이다.

정책은 현장의 수요와 발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한 선호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자본과 기술의 진입 장벽이 너무나 높기 때문에, 공동체와 아파트를 연결하는 시도는 불가능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왔다. 그런데 그 철옹성 같은 장벽을 작년에 넘어선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491세대의 협동조합 아파트,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아래 위스테이별내)이다.

공동체의 힘
 
 위스테이별내 장내 풍경
 위스테이별내 장내 풍경
ⓒ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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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뉴스테이(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업은 혜택의 대부분이 건설사(시공사)한테로만 돌아가게 되어 있어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아파트(위스테이별내 모델)는 혜택이 공동체(입주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이죠. 특히 입주자들이 공동체를 구성하고 주체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이라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위스테이별내 사업은 중산층의 주거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한 사업이에요."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손병기 이사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기존의 단지형 개발과 위스테이별내의 차별성을 뽑자면,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공공이 지원하는 택지개발의 수익을 개발사가 아닌 공동체에 환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은 거대 자본으로만 주로 흘러가는데, 시민들이 함께 큰 규모의 자산을 공유하는 사례를 발굴한 것이다. 또한 대형 건설사의 투자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 중심의 설계와 구성이 원칙이 되었다는 두 번째 특징도 주목할만하다.

"초기 이사님 7명은 매주 아침마다 3~4시간씩 회의를 했어요. 나중에 세어보니 1년에 36번을 모였더라고요. 참여형 설계 단계에서는 9개월 동안 조합원들이 46번 모임을 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공간이나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결성된 소모임들은 입주 후에는 위원회로 전환하고 커뮤니티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입주 전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입주 후 3개월 만에 23개의 강좌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동아리는 46개의 동아리 신청이 이뤄지고 최종 27개 팀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입주 후 관계가 만들어지고 협동조합에 대한 가치를 느끼면서 입주 전부터 만들어진 공동체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위스테이별내 메이커 동아리 활동모습
 위스테이별내 메이커 동아리 활동모습
ⓒ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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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멀어지면 참여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모이는 사람이 적으면 공동체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491세대가 한 공간 내에 모여 있다 보니, 공동체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이다. 특히 공동체를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위스테이별내 조합원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 '협동상회'를 비롯하여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손 이사장은 "협동상회에 조합원들이 고용되고 동시에 소비자로서 이용하고 있으며, 지역 농부들이 좋은 먹거리들을 협동상회로 보내주면 지역 안에서 서로 상생하는 구조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특히 협동조합 아파트 운영/관리의 차원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돌봄공부방, 동네카페, 어르신택배, 커뮤니티청소 등에서 25명 정도가 파트타임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어르신분들은 동년배 이웃들하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고 소득도 얻으며 삶의 활력까지 느끼는 효과를 얻었다"며 위스테이별내 공동체의 확장 가능성을 설명했다.

과제와 대안 
 
 위스테이별내 참여형 설계 프로그램 진행 장면
 위스테이별내 참여형 설계 프로그램 진행 장면
ⓒ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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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위스테이별내의 과제는 남아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위스테이별내는 2028년 의무 임대기간이 종료되고 분양을 할 수 있게 되는데, 본 사업의 취지에 맞게 정부 지원금의 70% 지분을 협동조합이 일괄 인수해서 조합원들에게는 지분을 주식처럼 보유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앞으로 재정소위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에게 설명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라며, 일반 건설사가 분양을 통해 수익을 내는 출구 전략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대안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동체가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제도로는 협동조합이 공익적인 방식으로 분양을 받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법 개정과 조례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난의 반대는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신뢰는 사회적 자본과 대안적 경제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입주자 중에서 밤늦게 아이가 열이 날 때 카톡방에 해열제를 찾으면 이웃들이 전달해드리는 경우도. 밤늦은 시간 주변 약국은 문을 닫고 당번 약국까지는 너무 멀 때 부모가 마음졸이고 아파서 지출해야 했을 간접비용을 줄일 수 있죠.

내가 어려울 때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의 공동체는 생산성 효율이 187%나 된다는 연구자료도 있습니다. 공동체가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위스테이별내 공동체 프로그램 모습
 위스테이별내 공동체 프로그램 모습
ⓒ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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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가 공동체가 모든 국민의 생계와 관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기란 불가능하다. 일정 부분은 마을과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주거 형태는 저층 주택도 있고 아파트도 있다.

공동체가 다양하게 구성되고 성공할 수 있어야, 고립과 가난이 사회를 통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주체가 역시 규모의 크고 작음을 넘어 어디에서든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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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1인가구, 비전형노동의 한복판에 있는 청년이자, 사회주택을 짓고 운영하고 살기도 하는 주거 덕후이다.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며, 시민의 힘을 키우는데 관심을 가지고 산다. 현재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등 청년, 주거, 노동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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