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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폴라리스쉬핑 선사 대표에 대한 부산고법의 실형판결이 나오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인 허경주, 허영주씨가 재판장 밖에서 엎드려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26일 폴라리스쉬핑 선사 대표에 대한 부산고법의 실형판결이 나오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인 허경주, 허영주씨가 재판장 밖에서 엎드려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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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6개월, 8개월 실형을 선고합니다."

선고가 끝난 뒤 재판장 밖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가족들은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며 재판 결과를 반겼다. 실종된 이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인 허경주, 허영주씨는 "정말 실형이 나올 줄 몰랐다"며 바닥에 쓰러져 한참을 울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박 결함 신고 의무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한 '선박안전법'으로 실형이 내려진 첫 사례였다.

세월호로 개정한 선박안전법 실형 첫 사례

26일 오후 2시 부산고등법원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64) 회장 등에 대한 선박안전법 위반 소송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 폴라리스쉬핑 부산해사본부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추징금 1천만 원) 실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주장이 아닌 검찰 측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오 판사는 "스텔라데이지호의 결함 정도가 컸고, 대표이사로 결함 신고에 대한 최종 이행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채 상당기간 선박 운항을 계속 한 책임이 중하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아무개 본부장에 대해서도 "결함을 보고받고도 이를 방치한 죄가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실형 결정에도 법정구속을 면했다. 오 판사는 "법정구속이 원칙이지만, 부산구치소 방역 협조 요청을 받아들여 구속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부산구치소 측이 모든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들 외에 선사 관계자 2명, 폴라리스 쉬핑 법인에 대해서는 항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들 2명과 법인은 1심에서 각각 300만 원, 15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회사 대표가 당장 구속되진 않았지만, 실형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만으로도 실종 가족들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 끝에 물 한 잔을 마시고 나서야 숨을 돌린 허 항해사의 첫째 누나 허영주씨는 "이번에도 집행유예가 나올까 걱정하며 밤잠을 설쳤다. 검찰의 4년 구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무의미한 싸움을 한 게 아니구나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작"이라며 그제야 자신의 발언에 힘을 줬다.

"일반인이 5년째 싸운다는 게 쉽지 않다. 내 동생은 당시 33살이었다.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원인을 밝혀야 억울함을 풀지 않겠느냐. 책임자들은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
 
부산고등법원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26일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64) 회장 등에 대한 선박안전법 위반 소송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고등법원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26일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64) 회장 등에 대한 선박안전법 위반 소송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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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폴라리스쉬핑 선사 대표에 대한 부산고법의 실형판결이 나오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인 허경주, 허영주씨가 법원 앞에서 대책위 차원의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법부가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다던 허씨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거두지 못했다.
 26일 폴라리스쉬핑 선사 대표에 대한 부산고법의 실형판결이 나오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인 허경주, 허영주씨가 법원 앞에서 대책위 차원의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법부가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다던 허씨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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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부산운동본부도 이날 "형량면에서 미흡하지만 의미 있는 판결을 끌어냈다"고 2심 판결을 반겼다. 이들 단체는 판결이 끝나자 오후 3시 부산고법 앞에서 대책위 차원의 입장 발표에 나섰다.

"고통스러웠던 4년 싸움, 단죄 선례돼야"

이상진 권리찾기 유니온 '권유하다' 부위원장은 먼저 "소중한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이 오늘과 같은 판결을 받기까지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실종 가족을 위로했다. 그는 실형 선고에 대해 "그동안 침몰사고를 하나의 해양 사고로 치부했지만, 가족이 4년 동안 생계까지 뒤로하고 싸워온 끝에 만들어 낸 자그마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선박 안전에 대한 선사 대표의 의무를 강조했다. 대표가 최종적으로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고용한 노동자, 선원의 생명과 선박의 안전은 대표자의 역할이라는 점을 짚었다. 결함 관리 등도 하급 관리자가 아닌 대표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며 "회사는 항고를 하지 말고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선고가 선박의 안전 따위는 아랑곳없이 탐욕과 이윤에 혈안이 된 해양업계의 관행에 경종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단죄한다는 선례가 됐으면 한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다시 발언을 통해 사법부에 감사를 표시한 허 항해사 둘째 누나인 허경주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 부대표 자격으로 말한 그는 2차 심해수색 촉구와 함께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없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축구장 3개 크기의 대형선박인 폴라리스쉬핑 소속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브라질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운항하다가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전체 승선원 24명 중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을 뿐 22명은 실종됐다.  

태그:#스텔라데이지호, #선박안전법, #선사 대표 실형, #폴라리스쉬핑,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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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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