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농구 대표팀 조상현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준비를 위해 소집된 선수들에게 당부사항을 말하고 있다.

남자 농구 대표팀 조상현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준비를 위해 소집된 선수들에게 당부사항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자농구대표팀 '조상현호'가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조 감독과 김동우 코치가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2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대한민국농구협회에 소집되어 훈련에 돌입했다.

대표팀은 오는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필리핀에서 열리는 2021 FIBA 아시아컵 예선에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과 총 4경기를 치른다. 7월 1일부터는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 A조에서 리투아니아-베네수엘라를 상대한다.

태극호의 새로운 선장이 된 조상현 신임감독은 1990-2000년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팅 가드 출신이다. 대전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프로농구에서는 광주 골드뱅크(현 부산KT)-청주 SK 나이츠(현 서울)-고양 오리온 등에서 선수생활을 보냈고, 2013년 은퇴 후에는 고양 오리온 코치로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김상식 전 감독을 보좌하여 2019 FIBA 농구월드컵과 2020 아시아컵 예선에서 대표팀 코치로 활약했다.

조 감독은 역대 대표팀 감독 중 특이하게도 코치 경험만 있을뿐 이전에 성인팀 사령탑 경험이 전혀 없다. 농구대표팀은 김상식 전 감독이 계약 만료로 사임하며 지난 4월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공개 모집했는데 조상현 감독과 김동우 코치는 예상을 깨고 각각 김진·김영만, 추일승·김도수라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낙점됐다. 김진-추일승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모두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감독들이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을 돌아봐도 허재-유재학-김상식 등 모두 성인팀에서 검증된 경력을 자랑하는 인물들이 선임되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도쿄올림픽 여자농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전주원 신임감독 역시 현재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코치 신분이고 정식 감독 경력은 없다. 전 감독은 한국스포츠의 올림픽 구기종목 사상 첫 여성 대표팀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남녀농구대표팀 모두 감독 경력이 없는 인물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사상 최초다. 이를 두고 사령탑들의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남자농구 대표팀 선수들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준비를 위한 소집 회의에 참석해 조상현 감독의 발언을 듣고 있다.

남자농구 대표팀 선수들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준비를 위한 소집 회의에 참석해 조상현 감독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감독교체와 더불어 선수단도 크게 바뀌었다. 조상현호 1기의 주요한 화두는 역시 세대교체다. 첫 소집된 조상현호에는 주장 이대성과 귀화선수 라건아 등 몇몇 핵심멤버들을 제외하면 20대 초중반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 대거 승선했다. 특히 고려대 하윤기(22·204cm)와 미국 데이비슨 대학 이현중(21·202cm),용산고 여준석(19·203cm) 등이 유망주들이 과감하게 발탁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농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미국대학농구협회(NCAA) 1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현중은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NBA 진출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농구 역사상 NBA무대를 밟은 것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져스 등에서 잠시 활약했던 하승진(은퇴)이 유일하다. 하승진이 221cm라는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빅맨으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NBA에 진출했다면, 이현중은 2미터의 신장에서 슈팅가드로 활약할만큼 장신슈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현중은 데이비슨대 2학년에 들어서며 팀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공격지표에서 성장세를 보일만큼 기대감을 높이며 2021시즌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에서는 22경기에서 데이비슨대 최초로 정규리그 180클럽(야투 성공률 50%, 3점슛 성공률 40%, 자유투 성공률 90% 이상 합산)에 가입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빅맨 유망주로 꼽히는 하윤기는 2020-21시즌 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였던 송교창의 부상 낙마로 뜻하지 않은 기회를 잡았다. 하윤기는 삼일상고 재학 시절 1년 선배인 이현중과 함께 고교 6관왕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우수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갖춘 특급 빅맨으로 기대를 모았다. 대학에서 발목 부상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복귀후 2021년 대학 1차리그에서 16.6득점 9리바운드로 활약하며 동세대 최고의 빅맨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윤기는 올해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도 참가할 예정인데, 나온다면 단연 1순위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준석은 청소년 국가대표팀 에이스 출신으로 지난달 춘계전국남녀중고연맹전에서 경기당 평균 27.8득점, 10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최우수상과 득점상을 휩쓸며 용산고를 우승으로 이끈 고교랭킹 1위의 선수다. 10대 고교생이 성인대표팀 태극마크를 단 것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비해 뽑았던 이종현(고양 오리온) 이후로는 9년만에 처음이다.

김종규(원주 DB)와 장재석(울산 현대모비스) 등 그동안 대표팀 골밑을 책임져주던 빅맨들이 대거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장신선수가 부족한 대표팀 사정상 하윤기와 여준석같은 어린 빅맨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라건아의 백업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하지만 조상현 감독은 상황에 따라 이들을 과감히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가드진도 그동안 부동의 주전가드였던 허훈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이대성을 중심으로 김낙현-변준형 등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대표팀을 이끌어야하는 상황이 됐다. 라건아를 제외하면 이제 90년대생은 한 명도 없다. 이정현-오세근-김선형-김종규-허훈-송교창 등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던 익숙한 스타플레이어와 베테랑들이 대거 빠지며 농구대표팀의 경쟁력은 다시 중요한 시험무대에 섰다.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들까지 대폭 물갈이된 만큼 불안요소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두려울 것이 없는 젊음의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의외의 이변을 연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파격으로 무장한 조상현호의 새로운 출발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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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호 농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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