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지난 24일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사나운 고민견, 밍키(수컷, 4살)는 자그마한 스피츠(Spitz)였다. 스피츠는 독일이 고향이며, 대개 흰색의 긴 털을 가지고 있다. 활달하고 민첩한 특성을 지녔다. 영상을 통해 만나본 밍키는 보호자에게 애교도 많고, 시키는 걸 곧잘 할 만큼 영리했다. 스킨십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밍키는 생후 3개월 즈음에 입양됐다. 엄마 보호자는 첫째 아들(형 보호자)이 식당에서 6개월 된 풍산개에 물렸던 나쁜 경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그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밍키의 입양을 결심했는 것이다. 형 보호자의 트라우마는 극복이 됐을까.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여전히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동생 보호자처럼 과감한 스킨십도 하지 못했다. 

공포는 본능적인 부분이라 아무리 작은 개라 할지라도 쉽사리 떨쳐낼 수 없다. 그렇다면 개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형욱 훈련사는 '상대 보호자의 배려'라고 답했다. 혼자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었다. 강형욱은 '내 개는 착하고 귀여우니까 내 개가 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도 봐줄 거야'라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격성 보이는 밍키, 입질도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애석하게도 밍키는 외부인에게 공격성을 보였다. 촬영을 위해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제작진을 향해 사납게 짖었고, 심지어 달려들기까지 했다. 엄마 보호자는 밍키 때문에 아무도 집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밍키는 간식으로도 통제가 되지 않았다. 워낙 흥분 상태였기 때문이다. 켄넬에 넣어보고 커튼으로 가려도 봤지만 소용 없었다. 밍키는 목이 쉴 때까지 짖었다. 

또 다른 고민은 입질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언제 물지 몰라서 항상 두렵다고 했다. 꼬리, 발, 얼굴을 건드리면 밍키가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밍키의 공격성은 유독 아이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발톱을 깎을 때마다 긴장해야 했다. 이미 몇 번 물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털 손질도 만만치 않았다. 밍키는 얌전히 있다가도 무섭게 이빨을 드러냈다. 

지난 4년 동안 수많은 물림사고가 발생했다. 산책도 쉽지 않았다. 주변의 개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훈련소에도 여러차례 보냈지만, 달라지는 건 그때뿐이었다. 과연 해결책이 있을까. 우선, 개 인형을 통해 공격성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밍키는 인형을 발로 쳐서 넘어뜨리더니 곧바로 이빨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강형욱은 "전혀 교감을 하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밍키가 저를 훈련사로 생각하는 거예요. 가짜 훈련사임에도 불구하고. '어? 훈련사처럼 하네? 가만히 있어야지.' 그러는거죠." (이경규)

그런데 이경규를 맞닥뜨린 밍키는 이전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짖고 또 짖던 밍키가 얌전했다.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들어와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경규가 목줄을 넘겨받자 저항없이 리드에 따라 움직였다. 무슨 까닭일까. 이미 수차례 훈련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밍키는 훈련 상황이라 눈치채고 얌전히 굴었던 것이다. 사람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고 할까. 

강형욱은 집에서 누가 힘이 제일 좋은지 골똘히 생각하는 반려견이 있다면서 그 집의 리더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런 반려견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려 하고 정해진 규칙을 수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밍키가 딱 그러했다. 이미 집의 리더는 밍키였다. 보호자들은 밍키를 떠받들고 있기 급급했다. 마찬가지로 강형욱이 들어갔을 때도 밍키는 짖지 않았다. 훈련사의 기운을 알아챈 것이다.

"저는 아이들에게 반려동물을 키우라고 하지 않아요. '반려견은 우리 가족의 일원이지만 다른 생각과 다른 방식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우리가 보호해 줘야 해'라고 말해요."

강형욱은 상담부터 진행했다. 우선, 엄마 보호자가 둘째 보호자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걸 지적했다. 그는 만 15세 미만의 아이들이 개를 데리고 나가는 걸 권장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행여나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이들은 긴박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강형욱은 부모의 통제 하에 아이들이 반려견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훈련은 강형욱이 뒤로 한걸음 빠진 채 보호자 위주로 진행됐다. 밍키가 훈련사와 있을 때는 워낙 얌전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우선, 관계 재설정을 위해 '보디 블로킹' 훈련이 시작됐다. 강형욱은 '나도 너를 물 수 있어'라는 느낌으로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사랑하는 반려견에게 모질게 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보디 블로킹 엄마에 전담시킨 강형욱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강형욱은 보디 블로킹은 엄마 보호자가 전담하라고 조언했다. 가령, 밍키가 자녀들에게 다가가면 엄마 보호자가 그 사이에 끼어들라고 했다. 그건 교육상의 이유였다. 강형욱은 자녀 보호자가 반려견을 밀치거나 뿌리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엄마 보호자가 단호히 블로킹을 하자 밍키는 제자리를 찾아갔다. 꾸준한 반복의 결과였다.

다음 단계는 방석 훈련이었다. 통제가 잘 되지 않는 반려견에게 반려견만의 공간을 인식시킴으로써 통제가 용이하게 만드는 훈련이다. 먼저 방석 위에 간식을 떨어드려 경계심을 낮추고, 이후에는 방석 위에 올라가면 간식을 주며 학습을 시켜나갔다. 앞으로 문밖에서 인기척이나 초인종 소리가 들렸을 때 방석 위에 올라가서 기다릴 것이다. 경계보다 먹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에게 밍키가 스스로 와서 문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입질은 발톱을 손질할 때 주로 발생했다. 그건 반려견 발톱 깎기의 구조상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자신도 반려견들의 발톱을 깎을 때 입마개를 채운다고 말했다. 자신의 반려견이 물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조그만 가능성조차 차단하는 습관을 평소에 들여야 한다는 얘기였다. 

자, 이제 밍키의 발톱을 깎을 차례였다. 우선, 입마개는 필수였다. 그리고 진정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렸다. 발을 가볍게 만져주고, 간식을 주면서 달래줬다. 그건 곧 밍키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방법이었다. 발톱 가위의 느낌을 계속 노출시켜 적응하도록 했다. 그런 후에는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교육 후 입마개를 풀어주고 집 안 산책을 함으로써 불편한 기억을 없애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했다. 

훈련은 성공적이었다. 성과는 즉각적으로 따라왔다. 밍키는 나쁜 개가 아니라 영민하고 훌륭한 개였다. 강형욱은 밍키를 훈련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과 반려견과의 관계'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주보호자는 부모가 되어야 하고, 보디블로킹처럼 물리적인 훈련 방법은 가능하면 어른이 전담하는 게 좋다. 어른들이 제 역할을 다하면 아이들은 평화롭게 반려견과 어울리면 될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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