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빅리그 첫 승과 선발진 잔류라는 두 가지 토끼사냥에 나선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양현종은 오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1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양현종은 지난 4월 27일 빅리그 데뷔전에서 에인절스를 상대해 4.1이닝5피안타2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양현종은 통산 3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에인절스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 첫 승에 도전한다.

텍사스는 일본인 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2승3패 평균자책점6.59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후 손가락과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어깨 동맥류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게 된 아리하라는 최소 석달 정도 이탈이 확정됐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즌 아웃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롱릴리프와 임시선발을 오갔던 양현종으로서는 '붙박이 선발'로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다.

선발진 합류 위해 확실한 '실적' 필요한 양현종

메이저리그에서는 계약이 매우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계약은 단순히 많은 돈을 받는다는 의미뿐 아니라 계약기간 내내 꾸준한 기회를 보장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공갈포' 크리스 데이비스가 3년 연속 1할대 타율을 기록했음에도 꾸준히 경기에 나온 이유는 그가 2022년까지 매년 2300만 달러의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양현종은 지난 2월 텍사스와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된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승격 시 보장 연봉 130만 달러에 보너스 55만 달러를 더해 최대 185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계약이었다. 물론 계약이 늦어지면서 준비가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따내지 못한 양현종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 생긴 '택시 스쿼드(코로나19 변수가 나올 때 메이저리그에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로스터)'에 포함되며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실력으로 계약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다. 빅리그 콜업 후 선발 2경기를 포함해 5경기에 등판한 양현종은 21.1이닝 동안 8점만을 내주며 1패 3.3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첫 선발 등판에서는 3.1이닝8탈삼진의 'K쇼'를 펼쳤고 20일 뉴욕 양키스전에서는 5회까지 양키스의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양현종은 아리하라의 이탈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음에도 선발 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스플릿 계약을 통해 입단한 만33세의 동양인 투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현종이 선발 한 자리를 확실히 차지하기 위해서는 26일 에인절스전에서 양키스전에 버금가는 확실한 '실적'이 필요하다. 물론 그 실적이 양현종의 빅리그 데뷔 첫 승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빅리그 홈런2위 오타니와 한 달 만에 투타 맞대결

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 홈런 공동 2위(14개)를 달리고 있는 일본의 천재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소속팀으로 유명하다. 양현종은 지난 4월 27일 첫 맞대결에서 오타니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허용한 바 있는데 선발로 등판하는 26일 경기에서는 최소 2회 이상의 맞대결이 전망된다. 다만 에인절스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간판 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종아리 부상으로 로스터에서 빠진 것은 양현종에게는 다행스런 일이다.

양현종과 맞대결을 펼칠 에인절스의 선발투수는 빅리그 8년 차의 좌완 앤드류 위니. 2014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위니는 시즌이 끝난 후 트레이드를 통해 에인절스로 이적했지만 작년까지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적이 없다. 올 시즌에도 8경기에서 1승3패5.31로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빅리그 통산 99번의 등판 중 97번을 선발로 등판했을 만큼 선발로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투수다. 

24일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22승27패) 텍사스와 최하위(20승27패) 에인절스의 승차는 단 한 경기로 26일과 27일에 열리는 2연전 결과에 따라 승차가 벌어질 수도 있고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양현종 개인으로는 빅리그 데뷔 첫 승과 선발 정착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는 경기다. 하지만 팀으로서도 지구 3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명분이 있는 시리즈다. 과연 양현종은 에이절스와의 경기에서 개인과 팀의 목표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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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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