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제5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이하여 코로나19 위기 이후 1년. 여성노동자들의 오늘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지난해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이하여 연재했던 "해고, 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시리즈 기사의 후속기사이다. 작년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여성노동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헤치며 2021년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본다.[기자말]
[이전 기사] "회사는 건재한데 여성들은 해고... 간접고용 없어졌으면" http://omn.kr/1npij

이정원씨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VIP라운지에서 근무하다가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 4월 10일 퇴근하던 길에 회사 단체카톡방에서 해고통보를 받았다. 정원씨는 이브릿지(e-bridge)라는 공항 마케팅 전문업체의 정규직 직원이었으며, 이브릿지 지점 중 하나인 인천국제공항 라운지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외식 서비스를 롯데GRS에 외주화했고, 롯데GRS는 라운지 사업을 이브릿지에 하청을 줬다. 

정원씨는 이브릿지의 정직원이었으나 임금 인상과 노동력 배치 등 VIP라운지의 전반적인 인력/시스템은 롯데GRS가 관리했다. 어느 것 하나 원청인 롯데GRS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이브릿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다. 단체카톡방에 올라온 해고통보 역시 "원청업체(롯데GRS)가 더 이상 고용하지 않을 의사를 밝혀 계약을 종료하겠다"라고 적혀 있었다.

위기는 오롯이 노동자의 몫
 
 코로나19 이후로 공항이 직격탄을 맞자, 손해를 입은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전가했다. 이에 정원씨를 비롯한 공항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은 해고당했다.
 코로나19 이후로 공항이 직격탄을 맞자, 손해를 입은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전가했다. 이에 정원씨를 비롯한 공항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은 해고당했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정원씨는 이브릿지에 정규직 계약서를 쓰고 입사했지만 회사는 고용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이브릿지는 평소 자신들이 운영하는 많은 연계지점들을 선전했듯이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다른 지점으로 직원들을 파견하는 방법도 있었음직한데 위기를 오로지 노동자들의 몫으로 넘겼다. 해고는 법이 정한 절차에 맞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해고통보 다음 날 사직서 사인으로 완료됐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정원씨에게 해고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해고 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출퇴근하기 위해 마련한 자취집에서 혼자 있어야만 했다. 당장 친구들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었다. 한동안 우울감에 힘들어하던 정원씨는 계약만료일까지의 월세와 관리비를 지불하고 부모님 댁으로 들어갔다. 지불해야 했던 월세와 관리비는 오롯이 정원씨 몫이었다. 

갑작스러운 해고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계속 살 수 있나"라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생존을 위협했다. 살기 위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취업을 위해 구직활동을 하면서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요리학원도 다니며 이후를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서비스업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고, 직원채용도 아예 없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고쳐 쓰면서 "또 어떤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끝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정원씨는 항공서비스학과를 졸업하고 8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카페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영화관과 카페 등에서 일했으며, 건설회사와 중공업 회사에서 비서업무를 했다. 대학 졸업 이전, 선취업 된 2012년부터 코로나19 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4월까지 정원씨는 "열심히 살고 계속 열심히 일하고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그는 20대 내내 "어디선가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그러나 그의 노력과 노동이력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스펙이 되지 못했다. 

여성집중직종인 서비스업은 노동시장에서 가치절하되어 있고, 고용안정성이 낮은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려 있던 여성노동자들은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하자 해고 0순위로 일터에서 쫓겨났고,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더 나은 일자리는커녕 임시직 일자리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분할된 노동시장, 저임금으로 반복되는 일자리

정부와 사회에 무엇을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당장 밥을 먹을 수가 없는데 일자리 자체가 너무 불공평한 것같다"며 "취업의 기회"와 "일자리 제공이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난 이전에도 그는 대기업의 비서직에 간접고용으로 채용되어 계약이 종료되자 퇴사했던 경험이 있었다. 함께 일했던 정규직 동료들을 보며 어떤 사람들은 계속 좋은 조건들로 일자리를 보장받지만,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계약이 종료되어 해고당한 후 저임금으로 반복해서 채용되는 노동시장이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국가와 자본은 학력과 성별,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자 내부를 분할하고 차별적인 임금과 복지, 권리를 제공한다. 여성노동자들은 산업 및 직무 위치에 있어서 높은 성별 분리를 겪고 계약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려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 상황은 정원씨에게 "내가 계속 일해 봤자 이런 생활이구나"라는 좌절을 겪었다.

다시 시작!
 
 정원씨가 일하는 카페. 안산 사회적 경제센터 1층에 다른 상점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자리하고 있다.
 정원씨가 일하는 카페. 안산 사회적 경제센터 1층에 다른 상점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자리하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관련사진보기

 
그에게는 가족들과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참 다행이었다. 그들의 걱정과 수고를 알기에 일상으로 빨리 돌아오려고 노력했다. 정원씨는 올 1월부터 협동조합에서 출자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길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예쁜 카페는 아니지만 시에서 지원받은 작은 공간에서 카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협동조합원이자 조합에서 고용한 노동자이다. 카페 매출이 적어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일하고 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니 일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구직활동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페를 평생 할 수 없기에 다른 일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카페 매출을 올리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정원씨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일자리가 제공되고, 공평한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집을 나선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