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금) 열린 수원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흰색 유니폼 9번)가 왼발 슛을 시도하는 순간

5월 21일(금) 열린 수원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흰색 유니폼 9번)가 왼발 슛을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스포츠 게임 중 하나인 축구를 뛰어넘어 예술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골 장면들이 K리그 18라운드를 더 빛나게 수놓았다. 코로나-19 감염 선수가 나오는 바람에 FC 서울과 성남 FC의 게임들이 줄줄이 취소돼 조금 허전했었는데 오랜만에 6게임 모두 열렸고, 이 순간들을 기다렸다는 듯 믿기 힘든 예술구들이 초록 그라운드 위를 넘나들었다.

이번 18라운드 6게임에서 모두 17골(게임 당 2.83골)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 페널티킥 골이 무려 4골(23.5%) 나온 것도 이례적인 일이며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극장 골들도 3골이나 됐으니 초여름 K리그 팬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눈을 잠시도 뗄 수가 없었다.

토요일 '윤빛가람'의 예술구

18라운드 여섯 게임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조금 길게 이어졌다. 금요일 저녁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게임부터 심상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홈 팀 수원 FC가 간판 골잡이 라스 벨트비크의 1득점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빈 손으로 돌려보낼 줄 알았지만 홈팬들에게 입대 전 작별 인사를 올린 센터백 박지수가 또 핸드볼 반칙을 저지르며 퇴장당하는 바람에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돌아온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오른발로 시원하게 차 넣은 페널티킥 극장 동점골이 후반전 추가 시간 6분 23초에 들어간 것이다. 이 정도면 추가 시간 극장 골의 끝판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일요일 낮 광주 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 FC와 수원 블루윙즈의 게임에서는 금요일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의 동점골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반전 드라마가 축구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한 게임에서 페널티킥 골이 3골이나 나온 것도 모자라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59초에 터진 극적인 동점골과 그보다 더한 추가 시간 7분 19초의 결승골이 들어가며 끝났다. 축구장 반전 드라마의 끝판왕이 제작된 셈이다.

그 라스트 히어로가 수원 블루윙즈가 자랑하는 왼발 이기제였다. 일요일이 이기제의 날이었다고 하면 그보다 하루 전 토요일은 윤빛가람의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선수가 성공시킨 직접 프리킥 궤적들은 다시 봐도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169번째 동해안 더비가 5월 22일 토요일 오후 문수 구장에서 열렸다. 시즌 중 처음으로 공중파 생중계가 이루어질 정도로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게임이었다. 내용은 박진감이 넘쳤지만 축구의 꽃 'goal'이 아쉬운 게임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지난 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더비 매치를 기분 좋게 이기고 선두 자리에 오른 울산 현대가 4040명 홈팬들 앞에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79분에 윤빛가람의 기습적인 전진 패스가 발 빠른 김인성에게 전달되는 순간 포항 스틸러스 수비수 전민광의 반칙이 나와 반원 안쪽 위험 지역에서 직접 프리킥이 선언됐다. 고형진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온 필드 뷰 절차를 거쳐 페널티킥 및 반칙 선수 퇴장 판정 가능성을 확인했고 반칙 지점은 포항의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이 아니며 전민광에게 옐로 카드를 주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84분에 윤빛가람의 직접 프리킥이 포항 스틸러스 골문 안쪽으로 기막하게 날아들어갔다. 순발력 뛰어난 강현무 골키퍼도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빠르게 휘어날아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예술구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포항 스틸러스 수비벽 앞 1미터 지점에 또 하나의 벽처럼 섰던 울산 현대 동료 '이청용-김태환'이 윤빛가람의 오른발 프리킥이 날아오는 순간 황급히 양쪽으로 벌어진 바로 그 공간으로 날아든 공이었다. 반복된 연습과 약속된 짜임새가 축구 게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순간이었다. 울산 현대는 이 천금의 결승골 덕분에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게 됐다.

일요일 '이기제'의 예술구

축구팬들에게 토요일 윤빛가람의 예술 작품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작품이 일요일 광주 전용구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홈 팀 광주 FC가 극적인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으며 3-3으로 게임이 끝나는 줄 알았다.

83분에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의 재주꾼 김태환이 믿기 힘든 롱 스로인으로 김건희의 아름다운 추가골을 도왔다. 발로 차 올린 크로스처럼 높고 길게 날아온 공이었기에 단번에 트래핑하기 까다로운 것이었지만 김건희의 유연한 기술은 광주 FC 수비수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롱 스로인-완벽한 트래핑-재치있는 터닝 슛' 삼 박자를 이룬 김건희의 놀라운 추가골 때문에 2-3으로 패색이 짙던 홈 팀 광주 FC가 포기하지 않고 89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본격적인 반전 드라마의 막이 올랐다. 

수원 블루윙즈의 듬직한 수비수 헨리가 높은 공 다툼을 하기 위해 점프하면서 부자연스럽게 왼발을 멀리 내디디며 광주 FC 수비수 이한도의 발등을 살짝 밟은 것이 VAR 온 필드 뷰를 통해 확인된 것이었다.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과 벤치의 박건하 감독은 이동준 주심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없었고 야속하게도 광주 FC의 페널티킥을 수원 블루윙즈 출신 미드필더 김종우가 찼다.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양형모가 미리 움직이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광주 FC 키커 김종우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가볍게 굴려넣었다. 그 시각이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59초였다. 공식 추가 시간이 5분 공지됐으니 이대로 3-3 점수판이 최종 기록지에 적히는 듯했다. 하지만 VAR 온 필드 뷰 확인 시간과 판정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간이 조금 있었기 때문에 추가 시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위험 지역 반칙 상황이 나왔다. 광주 FC 수비수 이한도가 높은 공을 따내기 위해 수원 블루윙즈 오른쪽 윙백 김태환을 쓰러뜨린 것이었다. 유망한 득점 기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상황을 반칙 없이 지연시켰어야 했는데 경솔했던 것이다. 바로 그 자리는 최근 K리그에서 왼발 감각이 최고조에 이른 '이기제 존'이었다. 

2016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K리그1에 데뷔한 이기제가 2018년부터 입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의 파랑색 유니폼이 정말로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고 있기에 이 게임 마지막 순간은 모두가 숨소리조차 내기 힘들었다. 이기제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광주 FC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날아들어갔다. 그 시각이 후반전 추가 시간 7분 19초였다. 순발력 좋은 광주 FC 윤보상조차 움찔하기만 했을 뿐 구석으로 몸을 날리지도 못한 완벽한 또 하나의 예술구였다.

만 나이로 29살인 이기제에게 국가대표 왼쪽 측면을 맡겨야 한다는 축구팬들의 여론이 생기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 없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반칙으로 동점골을 내주게 된 수비수 헨리는 이기제를 안아서 번쩍 들어올릴 정도로 주인공보다 더 기뻐했다. 수원 블루윙즈는 이렇게 얻은 승점 3점 덕분에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3위로 밀어내며 2위 자리까지 뛰어올라 근래에 보기 드문 K리그1 우승 경쟁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광주 게임이 끝난 뒤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이어진 대구 FC와 전북 현대의 게임에서도 놀라운 결승골이 터졌다. 73분, 홈 팀 골키퍼 최영은이 길게 차 올린 공을 김진혁이 이마로 떨어뜨려 주었고 에드가가 받아서 세징야에게 대각선 슛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여기서 대구 FC를 상징하는 최고의 선수 세징야가 믿기 힘든 속도의 오른발 슛을 기막히게 꽂아넣었다. 상대 골키퍼 송범근이 그 방향을 알았어도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각도와 속도를 자랑한 골이었다. 이 멋진 작품을 완성시킨 세징야는 옐로 카드를 각오하며 유니폼 상의를 시원하게 벗어던지는 근육 자랑 세리머니를 펼쳐 3085명 홈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이로써 대구 FC도 승점 29점이 되면서 한 게임 덜 치른 전북 현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득점수(전북 28득점, 대구 FC 22득점) 차이로 3위와 4위 자리를 나란히 서게 됐지만 K리그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우승 경쟁 구도가 그려지고 있기에 축구팬들은 5월 마지막 주말에 이어지는 19라운드를 더 기다리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는 약간 낯선 순위표 3위 자리에 있는 전북 현대가 가장 먼저 열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게임을 치르기 위해 토요일(5월 29일) 낮 2시에 숭의 아레나로 들어간다. 그런데 전북 현대는 이보다 앞서 26일(수)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양주시민축구단과 FA(축구협회)컵 16강 게임을 먼저 뛰어야 하는 일정이 끼어있다.

같은 날 FC 안양을 빅 버드로 불러들이는 2위 수원 블루윙즈도 주중 FA컵 일정을 끝내고 토요일 오후 7시에 FC 서울과의 슈퍼 매치 어웨이 게임을 뛰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6~7월 A매치 및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쉴 틈조차 없는 팀들이 많이 생긴 것이다.

2021 K리그1 18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 수원 FC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라스(18분,도움-무릴로), 양동현(31분,도움-라스) / 이준석(27분,도움-델브리지), 무고사(90+6분 23초,PK)] (수원 종합 관중 446명)
- 퇴장 : 박지수(수원 FC, 90+5분)

★ 제주 유나이티드 2-2 성남 FC [득점 : 제르소(4분,도움-자와다), 주민규(36분,도움-제르소) / 홍성욱(26분,자책골), 뮬리치(38분,도움-김민혁)] (제주 월드컵 관중 1014명)

울산 현대 1-0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윤빛가람(84분)] (울산 문수 관중 4040명)

★ 광주 FC 3-4 수원 블루윙즈 [득점 : 한희훈(7분), 헤이스(57분,PK), 김종우(90+4분 59초,PK) / 김민우(16분,도움-정상빈), 제리치(48분,PK), 김건희(83분,도움-김태환), 이기제(90+7분 19초)] (광주 전용 관중 1269명)

대구 FC 1-0 전북 현대 [득점 : 세징야(73분,도움-에드가)] (DGB 대구은행파크 관중 3085명)

★ 강원 FC 0-0 FC 서울 (춘천 송암 관중 1862명)

2021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17게임 33점 9승 6무 2패 26득점 14실점 +12
2 수원 블루윙즈 18게임 30점 8승 6무 4패 26득점 18실점 +8
3 전북 현대 16게임 29점 8승 5무 3패 28득점 17실점 +11
4 대구 FC 17게임 29점 8승 5무 4패 22득점 19실점 +3
5 포항 스틸러스 17게임 24점 6승 6무 5패 19득점 20실점 -1
6 제주 유나이티드 18게임 22점 4승 10무 4패 20득점 19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17게임 19점 5승 4무 8패 18득점 28실점 -10
8 수원 FC 18게임 18점 4승 6무 8패 21득점 30실점 -9
9 강원 FC 17게임 17점 3승 8무 6패 15득점 20실점 -5
10 성남 FC 14게임 17점 4승 5무 5패 12득점 13실점 -1
11 FC 서울 14게임 15점 4승 3무 7패 15득점 17실점 -2
12 광주 FC 17게임 14점 4승 2무 11패 16득점 23실점 -7

2021 K리그1 19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 인천 유나이티드 FC - 전북 현대 [5월 29일 오후 2시, 인천 전용]
☆ 제주 유나이티드 - 울산 현대 [5월 29일 오후 4시 30분, 제주 월드컵]
☆ 성남 FC - 수원 FC [5월 29일 오후 7시, 탄천 종합]
☆ FC 서울 - 수원 블루윙즈 [5월 29일 오후 7시, 서울 월드컵]
☆ 대구 FC - 강원 FC [5월 30일 오후 4시 30분, DGB 대구은행파크]
☆ 포항 스틸러스 - 광주 FC [5월 30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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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윤빛가람 이기제 K리그 세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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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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