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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포털 메인에 걸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뉴스1>은 '초등학교 수학여행지가 5.18 민주묘지... 일부 학부모 반발'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처음엔 코로나의 지역 감염이 계속되는 와중에 수학여행을 추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국립 5.18 민주묘지에 방점이 찍힌 기사였다. 정치적인 논란이 있는 곳이어서 수학여행지로는 적절치 않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주장을 실었다. 아직 자라나는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혼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이고 있다.

뉴스는 경남 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민주주의'라는 주제에 부합한다는 학교 측 주장과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일부 학부모의 반대 의견이 맞서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수학여행 일정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은 해당 학교의 SNS에 게시됐다가 현재 삭제된 상태다.
 
 21일 보도된 <뉴스1> '초등학교 수학여행지가 5.18 민주묘지... 일부 학부모 반발'
 21일 보도된 <뉴스1> "초등학교 수학여행지가 5.18 민주묘지... 일부 학부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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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이 논란의 역사? 역사적 평가 끝난 사건
 
반대 의견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장소를 수학여행지로 정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으며, 자라나는 아이에게 정치적 논란의 장소 견학은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해당 기사에 나온 문제제기 학부모들의 반대 이유다.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논란의 역사'라고 눙쳤는데,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5.18은 이미 역사적 평가는 물론 사법적 판단조차 끝난 사건이다. 교과서를 비롯한 모든 공식 문서에 민주화운동으로 명시되어 있다.

굳이 이런 것까지 덧붙여야 하나 싶지만, 이미 초중고 교과서에 민주주의 관련 단원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강조되는 사건이다. 수학여행도 교육과정의 일환일진대, 교과서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다. 백 보 양보해서, 해당 학부모들의 주장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으로 미루어 그들은 5.18이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소요 사태라 여기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그런 가짜 뉴스를 믿는 이들이 있다는 게 답답하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또 무슨 죄인가 싶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른바 확증편향은 은연중에 전승되는 법이다.

논란이 인 탓인지 수학여행에 불참하겠다고 신청한 경우가 지난 2020년에 견줘 다소 늘었다고 한다. 죄다 정치적 논란 때문에 불참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그렇다면 가짜 뉴스에 포획된 부모로 인해 애꿎은 아이가 5.18을 북한군의 소행으로 여기게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긴 하다.

기사를 읽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진주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단지 진주시민일 뿐 해당 학교의 학부모는 아니다. 5.18에 대한 진주시민들의 평균적인 인식을 듣고 싶었다. 아무리 보수적인 고장이라고 해도, 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이들이 다수는 아닐 거라고 여겨서다. 

예상대로 그도 그렇게 답했다. 극우 유튜버를 지상파 방송의 앵커보다 더 신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진주시민 다수는 서울이나 광주시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식적인 분들이라고 말했다. 5.18 묘지로 수학여행 가는 걸 반대하는 학부모 역시 극소수일 거라는 거다. 

문제는 학교 측의 소극적이고 위축된 태도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미덕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교육적일 때만 그러하다. 아무런 논리도 근거도 없이 생떼 쓰듯 주장하는 거라면 설득하고, 안 되면 단호히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름지기 미래세대 아이들을 길러내는 학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해당 학교는 논란을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학부모의 왜곡된 인식에 맞서기는커녕 SNS에 탑재한 가정통신문을 서둘러 삭제하는 건 스스로 '을'의 처지임을 인정하는 행태다. 5.18은 국가가 인정한 민주화운동이고, 5.18 묘지는 민주주의 학습장임을 왜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가.

해당 학부모에게 건넨 학교의 해명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적인 의도는 없고 단순히 민주주의의 산실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가 언급한 '확대해석'이란 과연 무슨 뜻일까?

5.18은 '확대해석' 해도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일 뿐이다. 불의한 권력의 총칼에 수많은 광주시민이 학살당한 사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빚졌다'라는 학자들의 공통된 평가까지 거론하진 않더라도, 학교가 역사적 사실까지 눈치를 봐서야 되겠는가.

기사 그렇게 쓰지 마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식 후 고 김경철의 어머니 임금단씨가 아들의 묘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식 후 고 김경철의 어머니 임금단씨가 아들의 묘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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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차 교사로서 해당 학교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학교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학부모의 민원이다. 민원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소한 민원이라도 접수되는 걸 극도로 꺼린다. 하물며 이번 일처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경우라면 초비상사태라 할 만하다.

왜 그럴까. 첫째, 미담 사례라면 몰라도 시끄러워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둘째는 먹잇감이 포착되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 언론의 생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만신창이가 된 후 수습은 온전히 학교가 알아서 할 일로 남겨진다.

무엇보다도 교사에겐 학부모의 민원과 언론의 취재 등에 응할 역량도 부족하고 겨를도 없다. 수업에다 행정 업무까지 처리하는 것도 버거운데, 그것조차 감당해야 한다면 이내 쓰러지고 말 것이다. 무슨 일이든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결되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는 이유다.

민원 하나에 벌벌 떠는 건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힘깨나 쓰는 일부 학부모의 목소리에 휘둘리기보다 상식적인 다수 학부모를 믿고 가자. 명색이 5.18을 수학여행의 주제로 삼은 학교라면, 상식적인 다수의 힘으로 몰상식한 소수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짜뉴스에 포획된 학부모와 민원에 애면글면하는 학교도 그렇지만, 근본적으로는 언론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사실 뉴스를 처음 읽었을 때, 이게 과연 기사인가 싶었다. '정치적 의도 vs. 교과 과정 견학, 학부모 갈등'이라고 달아놓은 부제조차 너무나 황당했기 때문이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묻고 싶다. 학교에서 5.18 묘지를 수학여행지로 결정한 게 정치적 논란을 빚을 일인가. 상식적인 기자라면, 정치적 논란 운운하며 반대하는 학부모를 성토하는 기사를 내보내야 옳다. 중립인 것처럼 포장해 은근히 학부모를 두둔하는 글이라고 규정한다면 내가 오해한 걸까?

지금 미얀마에서는 참혹한 학살극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방관 속에 희생자 수가 800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불의한 군부에 맞선 미얀마 시민들이 끝내 승리하리라는 희망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 5.18 광주임을 그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기자는 미얀마 시민을 학살하고 있는 군부를 두둔하고 싶은 것인가. 5.18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주장은 역사적 평가와 사법적 판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라는 걸 그도 잘 알 것이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기자가 상대할 사람은 애꿎은 지방 소도시의 초등학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학계와 정부다. 학부모 뒤에 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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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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