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가 이적시장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LG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는 이재도와 이관희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LG는 21일 이재도와 3년 계약에 첫 해 보수총액 7억 원(연봉 4억9,000만 원, 인센티브 2억1,000만 원)의 조건으로 영입했음을 발표했다. 아울러 팀내 FA였던 이관희도 계약기간 4년에, 보수총액 6억 원(연봉 4억 2천만 원, 인센티브 1억 8천만 원)의 조건으로 잔류시켰다.

이재도는 2013-2014시즌 부산 kt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래 2017-2018시즌 안양 KGC 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되어 3년을 활약했고 올해 처음 FA 자격을 얻었다. 지난 2020-21시즌에는 정규리그 전 경기(54경기)에 출전해 평균 31분 39초를 뛰며 12.7점 3.4리바운드 5.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국내 선수 공헌도 1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는 10경기 평균 30분 39초 동안 11.6득점 2.8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올려 인삼공사의 PO전승 행진 및 통산 3번째 우승에 앞장서며 리그 엘리트 가드로 인정받았다.

반면 우승팀 인삼공사로서는 2016-17시즌 우승 이후 이정현(전주 KCC)를 FA로 떠나보냈는데 이어 또다시 주축 선수를 잃게되는 아쉬운 역사를 되풀이하게 됐다. 이재도는 KBL 전체 보수 서열 30위 이내·만 35세 미만의 FA에 해당하기에 LG는 향후 인삼공사에 보상선수 1명과 이재도의 전 시즌 보수 50% 또는 전 시즌 보수 200%를 보상해야 한다.

이관희는 지난 시즌 도중 서울 삼성과의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 36경기에 출전해 11.0점 3.5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이관희는 LG로 이적한 이후에는 14경기에서 17.7점 4.8리바운드 6.2어시스트로 같은 기간만 놓고보면 MVP급의 성적향상을 이뤄냈다. 아쉽게 부상으로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트레이드 이후로는 LG의 에이스로 인정받았다고 해도 손색 없을만한 활약을 펼쳤다.

LG는 최근 2년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조성원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20-21시즌에는 19승 35패(승률 .352)로 구단 창단 이래 최초의 꼴찌(10위)라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현역시절 LG의 첫 챔프전 진출과 정규리그 MVP의 주인공이었던 조 감독은 '공격농구의 부활'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과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 부족 속에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절감해야했다.

지난 시즌 LG의 평균득점은 78.4점으로 현주엽 감독이 이끌었던 2019-20시즌(72.6점)에 이어 2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현역 시절의 명성에 비하여 지도자로서 아직까지 큰 족적을 남기지못한 조성원 감독의 리더십 역시 물음표로 남아있다.

하지만 LG는 지난 시즌 막바지에 보여준 저력에 이어 FA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이재도와 이관희라는 두 국가대표급 가드를 잡는데 성공하며 '조성원호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LG는 지난 시즌까지 국가대표 김시래(삼성)를 보유하고도 가드진의 높이 열세로 인한 수비 매치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강병현-조성민의 노쇠화와 잦은 부상으로 가드진은 LG의 가장 큰 약점이 된 상태였다.

이재도와 이관희 모두 동포지션에 공격성향이 강하기로는 손꼽히는 가드이면서 수비력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다. 조성원 감독은 '3점 앤 수비' 스타일의 슈팅가드에 가까웠던 이관희에게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맡기며 공격형 장신 포인트가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관희는 가드 포지션에서는 우월한 신체조건을 활용하여 가장 터프한 수비수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이재도는 KBL에서 가장 손꼽히는 돌파력을 갖춘 슬래셔 타입의 가드다. 신장은 크지 않지만 수비5걸에 선정된 경력도 있을만큼 스틸수치와 도움수비 가담 능력이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선수 모두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니라 경기 운영능력에는 약점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두 선수는 이전 소속팀에서 개인능력을 인정받고도 동료들에게 밀려 팀내 위상은 3-4옵션 정도에 그쳤다. 반면 LG에서는 두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이끌어나가야하는 주역이 된 입장이다. 조성원 감독이 지향하는 공격농구에서 두 선수의 장점을 전술적으로 얼마나 극대화할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남자프로농구의 샐러리캡 한도는 총 25억 원이다. LG가 다음 시즌 이관희와 이재도 두 선수에게 지불해야만 하는 보수총액만 13억원으로 샐러리캡의 절반을 넘긴다. 그만큼 다음 시즌 LG의 성패는 두 선수의 활약 여부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LG는 2020-21시즌 샐러리캡 소진율이 90.8%(22억 5500만원)이었고, 지난 시즌 성적도 꼴찌를 한 탓에 연봉 인상을 기대할만한 선수가 드물다는 것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조성원 감독은 첫해만 해도 선수단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 기존 선수들에게 믿음을 강조하면서 안정을 추구했다면, 2년차부터는 자신이 추구하는 색깔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LG의 언고지 창원은 대표적인 농구의 도시로 꼽힌다. LG는 1997년 창단 이래 한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두 번의 챔프전 준우승 등을 경험하며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했지만 한번도 최정상까지 올라보지는 못했다는게 오랜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최근 몇 년간은 스타 선수들의 이적과 성적 부진으로 부침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LG는 김시래-김종규 등 2010년대를 이끌었던 주역들과 하나둘씩 결별하고 이적생들을 중심으로 '새 판짜기'에 돌입했다. LG가 과연 구단 역사상 최전성기였던 200년대 초반 공격농구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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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이재도 창원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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