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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모 국회의원이 주최한 교육 관련 세미나가 있었다. 참석자를 보니 시사평론가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학 전공 교수가 사회를 보고, 교육 특구라 불리는 목동 지역 학부모, 인강 1타 강사 출신의 교육평론가, 그리고 대학교수 두 명이 참여하였다.

참석자의 면면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발견된다. 교육 관련 주제로 헌법기관이 주최한 세미나에 교사가 단 한 명도 초청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제가 학교 교육을 다루고 있다면 현장에서 실제로 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일정부분 반영되어야 할 터인데, 이 세미나에서는 현장 교육 주체는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이 되었다. 도대체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길래,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목동 학부모와 사교육기관 출신의 입김

세미나 행사를 소개하는 포스터를 보면 아주 재밌는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학부모 참여자를 소개하는 데 '목동 중고교생 학부모'라고 써놓은 것이다.

교육 관련 세미나나 심포지엄이 열리면 유튜브로도 보고 현장에 가서 참관도 많이 해봤지만, 학부모를 소개하는 란에 특정 지역을 이렇게 대놓고 명시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물론 패널로 참여한 학부모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어느 동네에서 왔다는 것을 밝히는 경우는 많지만, 이런 식으로 공식 포스터에 지역을 적어 놓은 것은 처음 본다.
 
세미나 행사를 소개하는 포스터를 보면 아주 재밌는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학부모 참여자를 소개하는 데 '목동 중고교생 학부모'라고 써놓은 것이다.
 세미나 행사를 소개하는 포스터를 보면 아주 재밌는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학부모 참여자를 소개하는 데 "목동 중고교생 학부모"라고 써놓은 것이다.
ⓒ 박용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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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교육이 입시와 교육 특구의 여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입시는 이른바 '교육 사다리'의 통로가 될 수 있으니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걸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불가피한 면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시를 중심에 놓고 교육을 논한다 하더라도 교육 특구에 사는 사람들의 담론을 중심으로 입시 문제가 논의된다면 여기서도 하나의 여론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치적으로 여야,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육 담론을 주도하는 층이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의구심은 교육계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정책 집행 권력에 가까이 있거나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는 지역이 교육 특구에 몰려 있어서 이에 대한 비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대책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다 강남에 살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난이 교육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전 국민의 관심사인 교육을 논하는 자리에서 학부모가 사는 특정 지역을 부각시키는 국회의원실의 행태는 그런 의미에서 교육 담론 시장의 심각한 문제점을 상징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대형 사교육 기관 출신들의 과도한 입김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교육 담론계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인강 1타 강사 출신이나 대형 사교육 기관의 원장들이 교육 정책에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20세기 학력고사 시절에도 대형 학원에서 내는 보도 자료들이 주요 입시 관련 기사의 소스가 되기는 했다. 그러나 주요 대학의 예상 커트라인과 재수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험 대비 기사 등이 주요 내용이었지 이렇게 교육 정책에 대하여 구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교육 정책에 대한 비난을 한다 해도 인상비평에 근거한 스케치 기사 수준이었지, 요즘처럼 교육 정책에 대한 구체적 방향성까지 지시하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었다. 이것이 교육산업의 자본력이 커지면서 국가 정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이기 때문에 담론계에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오는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 담론계에서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으로까지 나타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사교육이 대한민국에서 나름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거대 자본 사교육과 마을에 있는 보습학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도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대형 사교육업계의 목소리에 편중된 시야가 전해지는 것까지는 볼 줄 모른다 하더라도, 상업적 이해관계가 국가 정책 결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책이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듯이, 교육도 학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당위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이 다양한 학부모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가 주어진 지역, 발언권이 주어진 계층의 목소리만 듣게 되면 공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우리는 같은 학부모라 하더라도 어느 학부모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학생 중에 일류 대학을 가고, 넓게 잡아서 속된 말로 인(in)서울 대학을 가는 학생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입시 문제가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중요하고 큰 문제라 하더라도, 우리 교육이 여기에만 매몰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점에서 매우 명확하다.

교육계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교육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비단 현장 교사를 이런 세미나에 초청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건 교육에 대한 단편적 견해를 더욱 확대 심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교사의 목소리를 들을 때도 매우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교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학교의 일반적인 모습을 보고 제대로 된 파악을 하고 싶다면, 일반고에 오래 근무하면서 평생 담임을 맡으며 학생들과 부대끼며 교직생활을 한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런 분들은 현장 깊숙한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담론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별다른 목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러기에 잘 들리지 않지만, 진정 대한민국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이런 목소리를 찾아가서 들을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도 무슨 일류, 이류, 삼류 고등학교가 있다는 듯이 교사가 재직하는 학교의 학생들 학력 수준에 따라 교사를 평가하는 걸 보면, 현장 교사로서 실소를 금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학력에 따른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출발점 진단이 되어 있지 않은 학생 간 학력 비교는 교육학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이런 게 버젓이 교육계에서 횡행하면서 우리 교육의 난맥을 심화시키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2020.6.3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2020.6.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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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계에도 이른바 스타 교사들이 있다. 오랫동안 조직 운동을 했거나, 혹은 책을 내고 방송을 타거나 하면 훌륭한 교사라면서 대접해주는 사회 풍토가 있다. 이런 경향이 승진 제도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정말로 학생들과 호흡하며 담임을 하고 열심히 교과 지도를 한 교사에게는 전혀 승진 인센티브가 없다. 무언가 거창한 행정을 맡고 교육청과 관련된 일을 한 사람에게 탄탄한 승진 대로를 열어주고 있다. 다들 말로는 교육에 전념하는 교사를 우대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홀대를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장 교사를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거대 담론이 아니다. 내 앞에 있는 학생을 잘 가르치고, 상담하고, 한 자라도 가르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주는 교사가 내 자식을 위해서 필요한 교사다.

TV에 나와서 대형 학원장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국에서 모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상 등급 컷과 지원 가능 대학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학교를 비난하면 답이 없다. 이런 것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게 가채점을 해서 보도 자료를 뿌리라는 요구로 나온다. 학원은 그렇게 해도 되지만, 국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담임 안 하고 빅데이터 수집에 올인하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진지하게 숙고해봐야 한다.

물론 입시계에서 스타 교사들도 몇몇 분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사교육이 한다면 공교육 교사들이 뭉쳐서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 전국적 조직을 만들고 데이터를 수집하여 전국의 고3 담임선생님들에게 자료를 제공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이런 분들의 역할이 매우 소중하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해주신 것은 분명하지만, 또 여기에 능력이 있으신 분들만 훌륭한 교사인 것처럼 여기는 풍토로 가서는 안 될 문제다. 이른바 소는 누가 키우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앉아 있는 학년부 교무실에서 보면 고교학점제니 특목고 폐지니 하는 문제들 같은 것보다는 오히려 오늘 가르친 학생들에 대한 주제가 교무실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회사 같으면 당연히 화제에 오를 시사 이슈들이 교무실에서는 매우 조용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처음 교직에 왔을 때는 이런 풍경이 낯설었는데, 교육이 학생들과 호흡하며 이뤄지는 독립적인 과정적 측면이 크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런 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만큼 교육은 거대성보다는 미시성이 중시되어야 할 분야다.  

누가 교육전문가인가?

당연히 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면서 내일의 수업을 잘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교사가 교육전문가이다. 이른바 교육계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교육 활동이 어떻게 잘 이뤄지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기가 겪은 단편적인 경험이나 내용을 갖고 교육을 재단하지 말아야 하고, 소수의 엘리트 학생을 키워서 거기에 편승해 자신의 허명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교육을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 권력과 문화 권력을 가진 계층의 시선에 교육을 바라보는 눈이 갇히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그보다는 더 큰 것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미세한 부분을 살피는 세심함이 있어야 한다.

요즘 교육계가 고교학점제로 인하여 말도 많고 논쟁도 많이 되고 있다. 사교육계는 입시 장사로 활용하려 하고, 저 높은 곳에서는 거대 담론이 난무한다.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담임제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자기 교실 없이 생활하는 형태가 된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활지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주된 고민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입시에서도 목표 대학의 입시컷보다 실력을 차근차근 갖추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본말의 전도는 이렇게 입시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현실적인 교육이란 입시컷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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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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