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에서 주전급 포수를 매년 발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체력 소모가 심한 데다가, 주전급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대표적인 팀이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매년 주전급 포수가 나와 '포수 왕국'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 자리에 오른 NC 다이노스 또한 포수 왕국으로 불릴 만한 팀으로 꼽힌다.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불리는 양의지가 안방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2018시즌이 끝나고 FA를 통해 NC의 유니폼을 입게 된 양의지는 공수 모두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지난해에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양의지는 올 시즌 들어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6일 경기에서의 몸에 맞는 볼이 그의 수비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물론 가끔 포수로 출전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팔꿈치가 온전치가 않아 현재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수 왕국 NC에는 걱정이 없었다. 당장 다른 팀에 가도 주전 포수로 활약할 수 있는 김태군과 정범모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주로 수비형 포수 김태군이 포수 마스크를 써 NC의 안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불붙은 방망이까지 뽐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양의지를 대신해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김태군

양의지를 대신해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김태군 ⓒ NC 다이노스

 
'주전급 백업포수' 김태군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8번 포수로 선발 출장한 김태군은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2회초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선 김태군은 중견수 앞 깔끔한 안타를 치며 후속 타자들에게 밥상을 차려줬다. 이는 2득점으로 이어졌고,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됐다. 김태군의 방망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회초 2사 1, 3루 득점권 상황에서 김태군은 좌익수 앞 안타를 만들어내며 추가 득점을 성공시켰다. 4회에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하며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태군이 기여한 부분은 공격뿐만이 아니다. NC의 선발투수였던 김영규를 안정적으로 리드해 LG의 타자들을 잠재웠다. 김태군의 뜨거운 공격력과 안정적인 리드로 팀은 승리했고, 더불어 상위권과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양의지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김태군은 올 시즌 29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8(72타수 20안타) 2홈런 10타점 OPS 0.804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장타율이 많이 상승했다. 김태군의 통산 장타율(2021시즌 제외)은 0.307이었지만, 올 시즌 그의 장타율은 0.431까지 올랐다. 홈런도 2개로, 홈런 페이스가 좋은 상황이다.
 
최근 타격감도 좋다. 지난 3경기에서 10타수 4안타 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김태군은 예상과는 다르게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수비는 말할 것도 없다. 양의지(146이닝)보다 많은 수비 이닝(185.2이닝)을 소화하고 있으며,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WAA는 0.294로 리그 포수 중 1위에 해당한다. RAA(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 또한 1.53으로 리그 포수 중 1위다. 포수의 포구 및 블로킹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인 Pass/9도 상위권(0.339)에 속하면서 포수로서 안방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고 있다.
 
김태군이 포수 마스크를 씀으로써 팀 공격력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태군 덕분에 수비 부담을 덜은 양의지는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타율 0.302 3홈런 1타점)보다 좋은 타격감(타율 0.404 5홈런 20타점)을 선보이며 김태군에게 보답하고 있다.
 
 포수 왕국 NC의 중심에 있는 김태군

포수 왕국 NC의 중심에 있는 김태군 ⓒ NC 다이노스

  
사실 NC가 포수 왕국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그 시초를 쓴 인물은 김태군이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로 LG 트윈스에 지명된 김태군은 안방마님 조인성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다. 2012시즌 조인성이 SK로 이적하고 나서 주전 포수로 활약했지만, 안정적인 수비에 비해 타격에서 약점을 드러내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12시즌이 끝난 뒤 '신생구단 특별 지명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NC가 김태군을 지명하면서 이적하게 됐다.
 
그러나 이는 김태군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적 첫해부터 주전 포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그는 타격적인 측면에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NC의 안방마님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15시즌에는 포수로 전 경기 출장해 수비 1083.2이닝을 소화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19시즌 양의지가 NC에 입단하면서부터 비중이 많이 줄긴 했지만, 백업 포수로서 양의지와 함께 팀의 안방을 잘 지켜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양의지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포수 왕국 NC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김태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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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NC 다이노스 김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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