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의 실현은 생각 만큼 쉽지 않다. 영화 <송 포 유>(2013)는 그 꿈의 실마리를 갖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듯하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남편을 위한 아내의 노래

<송 포 유>에 등장하는 가족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주인공 아서는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아내 메리언은 암투병을 하면서도 주민센터 노래 교실에 다닌다.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이다.

아서는 메리언을 휠체어에 태워 주민 센터에 데려다주고, 데려올 뿐이다. 겉으로 보기에 노래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메리언이 앞으로 수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자, 때로는 메리언의 악보를 들어주기도 한다. 

노래 교실의 강사 엘리자베스는 어르신들을 독려해 시니어 합창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예선을 거쳐 본선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메리언은 솔로로 선발된다. 아서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노래교실 동료들은 아서에게 혀를 내두른다.

"늙어도 고약한 말투는 여전해."
"그러려니 해. 우리 영감은... 그 놈의 심술보가 이만해!"


드디어 예선 날이다. 온다던 아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서는 아픈 아내를 택시에 태워 먼저 보낸다. 그가 향한 곳은 아들의 사업장이다. 그리고 대뜸 큰소리로 아들을 닥달한다. 

"아비 말이 말같지 않나?"
"진정하세요. 일하잖아요. 이것만 끝내고 가려고요." 
"얼마나 중요한지 말했잖아. 목빠지게 너만 기다렸어. 엄마 혼자 택시 태워 보냈다고!"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세요?"
"태워달라고 했잖아!"
"언제요?"
"분명 말했어."
"제니퍼 데려오란 말만 하셨지, 빌어먹을 운전 얘긴 안하셨어요."


아서가 착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가버린다. 이런 아버지를 좋아할 자식이 과연 있을까. 메리언은 그 누구보다도 남편을 위해 노래하고 싶었다. 가사의 일부분이다.

"꽁꽁 감춰진 진실함, 그래서 당신을 사랑해.
두려워말고 보여줘요. 
당신의 진짜 모습 아름다워라, 무지개처럼."

 
 영화 <송 포 유>의 한 장면. 노래를 부른 후, 아들 제임스랑 포옹하는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영화 <송 포 유>의 한 장면. 노래를 부른 후, 아들 제임스랑 포옹하는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 (주)NEW

 
아서는 메리언의 노래에 감동하는 눈빛이다. 하지만 박수소리가 다 끝나기도 전에 그 자리를 떠나 구석에서 담배를 피운다. 이 때 엘리자베스가 그를 찾아낸다.

"아름다운 부인이 노래를 했잖아요.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남은 온 힘을 다해 노래했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줘요? 정말 구제불능이세요."

엘리자베스의 질책을 들은 아서는 의기소침해 있다. 메리언이 묻는다. 

"왜 그래?"
"당신 오늘 행복해 보이던데 난 뭔지... 남편이 돼서 뭐하나 해준 것도 없고."
"당신과 있으면 늘 행복한 걸."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서 해릿, 사랑해. 빛이 없던 내 삶에 당신이 나타난 순간 난 새로운 세상에 태어난 기분이었어. 나의 든든한 버팀목!"
"당신, 떠나지 마. 죽지 말라고 제발..."


아내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아서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지만 메리언만 하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언은 아서를 위로한다. 죽음 직전까지 남편 걱정, 자식 걱정에 제대로 눈도 못감는 메리언. 아들에게는 남편을, 남편에게는 아들을 부탁한다.

아내의 유언이 무색하게 그녀의 장례식 후 바로, 아서는 아들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내가 아비 노릇 못한 거 안다. 하지만 이제 서로 안 보는 게 좋겠다. 내 진심이니 너도 그렇게 알아라."

아내를 위한 남편의 노래

엘리자베스는 메리언을 보내고 외톨이가 된 아서에게 다가가 그의 마음을 두드린다. 마침내 그도 합창단원이 되고 본선에서 솔로로 노래하기로 한다. 알고보니 그는 노래를 잘하고 좋아했던 것이다. 더불어 아들 제임스와도 화해를 시도한다. 그러나 제임스의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갑자기 이러시면 어쩌라고요? 내 심정 알기나 하세요?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건지 평생 아들놈을 못마땅해 했잖아요! 나도 나름 열심히 잘 살았는데 왜 나를 한심하게만 보죠? 왜 자랑스러워 하지 않으세요? 이젠 너무 늦었어요."

아서는 아들의 말에 절망한다. 합창대회도 포기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비겁하고, 허접한 늙은이야. 망쳐버린 내 인생 돌이킬 수 없다고! 난 변할 수 없어 너무 늦었다고! 날 그냥 내버려둬."

아서는 메리언의 유품을 정리하다, 젊었을 적 가족 사진을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마음을 돌이킨다. 아들에게 초대장을 보낸후 뒤늦게 대회장에 도착한다.

"그동안 정말 미안했고 설령 잘 안되더라도... 메리언을 위해 노래하고 싶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지."
"대환영이죠."


아들 제임스도 관객석에서 아버지의 노래하는 모습을 본다. 아서는 대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곯아떨어졌는데 부재중 전화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 차 타고 와주셔서 감사해요. 얘기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오늘 밤 아버지 멋진 모습, 어머지도 지켜보셨을 거에요. 나중에 뵐게요."

'송 포 유(Song for you).' 아내는 남편을 위해 노래하고, 뒤늦게나마 남편은 아내를 위해 노래한다. 이것은 아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아버지와의 화해로 이어진다. 
 
 영화 <송포유>의 한 장면. 아내 메리언을 위해 노래하는 아서(테렌스 스템프)

영화 <송포유>의 한 장면. 아내 메리언을 위해 노래하는 아서(테렌스 스템프) ⓒ (주)NEW

 
아버지의 변화, 가족 화목의 지름길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아서다. 아서는 어쩌면 그렇게 사람과 관계 맺기에 미숙할까. 이것이 아서만의 문제일까.

내가 아는 여자 청년 M은 "여성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 때가 있어요"라며 "남자들의 감정까지 보살펴줘야 할 때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우리 부부도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았었는데... 지금은 남편이 많이 변했다. 20대인 아들에게 주말마다 산책을 가자고 하며 아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사춘기 막내랑 친구처럼 어깨 동무는 기본이다. 딸 아이도 아빠랑 더 많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남의 편이었던 그가 이제는 나의 편이 되었다.

남편의 변화가 가족의 화목을 가져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나의 경험과 <송 포 유>를 배경으로 조심스럽게 외쳐본다. 아버지의 변화는 가족의 화목을 꿈꾸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미연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송포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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