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여자친구의 이름으로 발표된 마지막 앨범 < 回:Walpurgis Night >(2020)

그룹 여자친구의 이름으로 발표된 마지막 앨범 < 回:Walpurgis Night >(2020) ⓒ 쏘스뮤직


 
걸그룹 여자친구(소원, 예린, 은하, 유주, 신비, 엄지)의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여자친구의 소속사인 쏘스뮤직은 18일 "여자친구와의 전속 계약이 오는 5월 22일 종료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대로 여자친구가 그룹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면 '마의 7년차'를 벗어나지 못한 사례가 되는 셈이다.
 
여자친구는 2015년 1월 '유리구슬'로 데뷔했다. 여자친구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두 번째 타이틀곡 '오늘부터 우리는'이 역주행을 하면서부터다. 2015년 9월, 강원도 인제의  한 행사장에서 '오늘부터 우리는'을 부르는 모습이 유튜브에서 재조명을 받은 것이다.

이 영상에는 열악한 무대 환경에서 여러 차례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춤을 이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은 당시 타임지, 데일리 미러 등 외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듬해 발표한 '시간을 달려서'는 모든 국내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 것은 물론, 음악 프로그램에서 15번의 1위를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여자친구는 명실상부한 정상급 걸그룹으로 올라섰다.

여자친구의 성공은 준비된 자의 것이었다. 이들의 명성을 높이는 데에 가장 일조한 것은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였다. 이들에게 붙은 '파워 청순', '격정 아련'이라는 수식어를 뒷받침하는 것 역시, 정교하고 역동적인 안무였다. 음악적인 스타일 역시 다른 걸그룹들과의 사이에서 확고한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여자친구의 음악에서는 다른 걸그룹들과 달리 일렉트로닉 기타와 현악 사운드가 두드러진다. 트렌디한 사운드 대신 제이팝을 연상시키는 서정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는 데뷔곡 '유리구슬'(2015)부터 '시간을 달려서'(2016), '너 그리고 나', 밤(Time for the moon light)'(2017), '교차로(Crossroads)'(2020)에 이르기까지, 수년에 걸쳐 이뤄졌다. 

가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케이팝과 팝 음악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한글과 영어의 혼용 역시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여자친구의 노래는 한글을 최대한 활용한 가사로 주목받았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으로부터 '2019년 우리말 알림이 특별상'을 받았던 것은 여자친구만의 독특한 이력이다.

"이거 하나만 약속해 변치 않기를 바랄게 그때도 지금처럼 날 향해 웃어 줘
시간이 흘러서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 엇갈림 그 속에서 손을 잡아 줄게"
- '시간을 달려서' 중
 

여자친구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 중에는 '중소기획사의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2019년, 쏘스뮤직이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빅히트(현 하이브뮤직)의 산하 레이블로 인수되면서, 이런 이미지는 사라지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여자친구는 소녀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 回:LABYRINTH >, < 回:Song of the Sirens >, 그리고 마지막 앨범이 된 < 回:Walpurgis Night >등 3부작의 회(回) 시리즈를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이처럼 최전성기의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꾸준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던 팀이기에 계약 종료 소식에 따른 팬들의 충격은 유독 크다. 심지어 여자친구 멤버들은 계약 종료가 발표되기 전날까지도 SNS와 '브이앱'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룹 해산이냐, '하이라이트'의 길이냐  
 
22일 부로 여섯 멤버 전원의 계약이 종료되지만, '해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아직 멤버들의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잔존한다. 첫째는 이대로 그룹 활동을 종료하고 멤버들이 개인 활동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친구의 경우 메인보컬 유주가 드라마 OST에 참여했던 것을 제외하면 개인활동에 있어 큰 부각을 드러냈던 팀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활동 방향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둘째는 '하이라이트의 길'이다. 2009년에 데뷔했던 비스트의 다섯 멤버는 큐브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를 세우고 '하이라이트'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지속했다. '비스트'라는 상표권이 큐브 엔터테인먼트에 있듯이, '여자친구'의 상표권도 쏘스뮤직에 있다. 따라서 여자친구 멤버들이 그룹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고 해도 '여자친구'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7년에 걸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던 여섯 멤버들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여자친구 쏘스뮤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