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 MBC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스포츠 어벤져스의 환상 조합을 앞세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7일 방송된 <안다행>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스포츠 스타인 안정환-최용수-허재의 좌충우돌 황도 생존기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의 관전포인트는 처음 선보이는 허-수(허재-최용수) 커플의 이색 케미였다. 농구와 축구계를 대표하는 스타들이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첫 인사를 나눌 때만 해도 다소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두 사람은 안정환의 권유로 손을 맞잡으며 눈맞춤 대화를 나누고 포옹을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졌다. 최용수는 처음 만나는 데다 선배인 허재에게 "화면이 실물보다 낫다"는 디스에 가까운 농담을 날리며 천하의 허재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허재와 최용수는 연결고리가 된 안정환에 대한 '앞담화'를 지속하며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안정환은 저녁 식사 준비를 하면서 자신이 해물탕을 끓일 동안 허재와 최용수에게 생선구이를 해달라고 지시했다. 계속 일을 시키려는 모습에 정색하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는 허재와 최용수의 모습이 백미였다.

하지만 이내 현실에 순응한 두 사람은 고분고분 생선 손질에 나서면서도 안정환에 대한 불평을 감추지 못했다. 해탈한 허재는 "우리 인생에 이렇게 함께 생선을 다듬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알았겠냐"며 웃었고, 최용수는 "형님이 그렇게 앉아계시니까 생선장수같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허재와 최용수는 저녁 식사 후 안정환이 마련한 텐트에서 황도에서의 첫 날 밤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늦은 밤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최용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그동안 바쁘고 힘들게 살았던 것 같다. 여기서와 좋은 후배(안정환)를 만나서 힐링도 하고, 형님(허재)도 만날 수 있어서(좋았다)"라며 낮에 꺼내지 못했던 진솔한 속내를 드러냈다.

허재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최용수라는 사람이 있는 거다. 지금은 선수 때 해보지 못한 경험도 해보는 것"이라며 최용수의 고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목은 다르지만 각기 축구와 농구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프로에서 감독까지 오랜시간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였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 MBC

 
최용수는 터프하고 과묵해 보이는 외형적인 이미지와 달리 은근히 수다도 많고 능청스러운 매력이 돋보였다. 맛있는 걸 먹게 해주겠다는 안정환의 초청에 덜컥 응했던 최용수는 특유의 사투리 발음으로 '쉥선(생선)'을 끊임없이 찾는 모습이나, 노동을 거부하며 "배를 불러달라"고 떼쓰는 장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안정환이 끼어들어 "학창 시절에 최용수가 스트라이커 랭킹 1위였다"고 자신을 칭찬하자 이빨까지 드러내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못하는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안다행> 지난 방송에서 절친 박중훈과 함께 출연한 경험이 있던 허재는 이번에도 투덜대면서도 막상 시키면 열심히 하는 '츤데레'의 매력을 보여줬다. 최용수보다 현실에 빨리 순응한 허재는 후배들의 짓궂은 농담과 장난을 넉넉한 웃음으로 받아넘기는 여유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자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방의 향연도 이날의 볼거리였다. 애피타이저인 게 튀김에 이어 첫날 저녁에는 해물탕과 노래미 구이로 만찬이 완성됐다. 이튿날 오전에는 해변가에서 채취한 대왕 섭(홍합)구이, 미역과 세모사가리를 재료로 만든 된장국과 돌김과 세모가사리를 넣은 부침개가 등장했다. 훌륭한 재료에 안정환의 능수능란한 요리실력이 더해지며 <안다행> 방송 이래 가장 화려한 먹방이 펼쳐졌다.

허재와 최용수는 그동안 불평을 늘어놓던 모습이 무색하게 연신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으며 음식을 즐겼고, 안정환의 요리 실력을 극찬했다. 이들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농구계 후배 우지원은 "허재 형님은 원래 아침 식사보다 잠을 택하는 쪽인데, 저렇게 드시는 건 정말 엄청 맛있다는 얘기"라며 놀라워했다.

한편 2일차부터는 어느새 한결 가까워진 데다가 섬 적응을 끝내고 한결 여유로워진 두 선배의 '역공'도 시작됐다. 느긋하게 황도의 아침 경치를 즐기던 허재는 분주하게 일하는 안정환을 바라보며 "어딜가든 항상 정환이를 데리고 다녀야겠다"고 이야기하고 최용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정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못 들은 척했다. 안정환이 준비한 온수로 세면을 마친 허재는 이번엔 화장실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하여 안정환을 당황시켰다. 결국 안정환을 아침부터 삽을 들고 땅까지 파며 임시 화장실을 만들어야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 MBC

 
안정환은 아침 식사가 끝나갈 무렵 "이게 마지막 만찬"이라며 두 사람을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허재는 "내가 왜 가야하는데?"라고 뜻밖의 반응을 보이며 안정환을 당황시켰다.

허재는 "안 간다. 용수와 오랜만에 힐링하고 있는데 왜 자꾸 보내려고 하느냐. 아직 못먹은 게 많다"면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최용수마저 "하루 더 있을까요?"라고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이자, 안정환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 말미에는 새로운 집들이 손님인 '먹보스' 현주엽의 등장을 예고했다. 허재의 농구계 후배이자 안정환의 오랜 절친이기도 한 현주엽이 가세하며 다음주에는 허재-최용수의 선배라인과 안정환-현주엽의 후배 라인간 티격태격 케미를 기대하게 했다. 

<안다행>은 '여행과 우정'이라는 코드를 재치 있게 결합시킨 로드 버라이어티 관찰예능으르 그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평소 친분이 있던 멤버들이 홀로 사는 자연인을 찾아가 1박2일 동안 야생에서 자급자족 라이프를 함께한다는 점은 <나는 자연인이다>를 연상시키지만, <안다행>은 상이한 개성을 지닌 절친들간의 상호 케미와 우정 만들기에 좀 더 집중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안다행>의 핵심은 출연자들이 낯선 야생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진정성 담긴 모습들에 있다. 생존을 위하여 두 사람이 오롯이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은, 상호 관계성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서 유발되는 리얼리티를 한층 실감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예능적 연출에 익숙한 전문 연예인이나 방송인보다는 안정환, 허재, 이영표, 황선홍, 현주엽 등 스포츠 출신 스타들이 출연했을 때의 반응이 훨씬 더 좋았다. 특히 안정환은 이 프로그램의 MC이자 최다 야외출연자이기도 하며 수많은 파트너들과 안정된 호흡을 이끌어내는 '케미 요정'으로 자리잡았다.

안정환과 허재는 이미 사실상 반은 예능인이나 다름없고 최용수도 그동안 여러 방송에서 특유의 입담과 유쾌한 캐릭터를 검증받은 바 있다. 다음주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현주엽까지 더하여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스포츠맨 어벤져스들의 조합이 마침내 완성됐다. 이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달콤살벌한 케미는 <안다행>에게 있어서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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