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포항스틸러스 경기에 나선 수원 김태환 선수의 모습

지난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포항스틸러스 경기에 나선 수원 김태환 선수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번에도 수원 블루윙즈의 상승 기류를 넘기에는 울산 호랑이의 발톱이 조금 모자랐다. 후반전 끝무렵 터진 극적인 동점 골 덕분에 2728명 홈팬들과 함께 웃을 수는 있었지만 28일 전에 당한 0-3 완패의 아픔을 씻어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 위용을 되찾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일요일이었다.

아우 '김태환'의 명품 크로스 어시스트

새로운 리더 홍명보 감독을 맞이한 울산 현대가 지난달 18일 빅 버드에서 열린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0-3으로 완패한 것은 그 자체로도 충격이었다. 오랜 라이벌 두 팀의 점수차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기울었던 적은 1999년 7월 29일 '수원 블루윙즈 4-1 울산 현대' 점수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사이에 한쪽 팀이 3골 차 이상으로 완승을 거둔 적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울산 현대 선수들은 아시아 챔피언 클럽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이번 일요일을 기다렸다. 홈팬들 앞에서 수원 블루윙즈가 맘대로 날개를 펼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울산에는 국가대표 붉은 옷을 입고 더 큰 게임 경험을 했던 날개 공격수가 둘(김인성, 이동준)이나 있지만 최근 K리그 U-22 선발 규정을 적극 활용하여 수원 블루윙즈의 파란 날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정상빈이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은 다시 한 번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 날개 공격수들의 활약보다 더 눈길을 끄는 선수들이 다시 한 번 만나야 했다. 둘은 이름도 똑같이 김태환이고 팀에서 맡는 포지션도 거의 비슷하다. 이 게임 홈 팀 울산의 김태환은 4-1-4-1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풀백 역할을 맡았고, 그보다 11살 어린 수원 블루윙즈의 김태환은 3-5-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윙백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둘이 뛴 자리에서 게임 결과가 묘하게 나왔다. 게임 시작 후 5분 만에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가 먼저 골을 넣었는데, 제리치의 파워 헤더 골을 어린 김태환이 명품 오른발 크로스로 도와준 것이다. 공이 김태환 발 앞에 도달하기까지 '고승범-최성근-정상빈'을 거치는 연계 과정 또한 일품이어서 최근 수원 블루윙즈가 '전북-울산'이 형성하던 선두권을 충분히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만한 조직력이 돋보였다. 

수원 블루윙즈 오른쪽 윙백 김태환의 오른발 크로스가 날아가 제리치의 이마를 빛낸 이 골 순간, 마침 제리치를 수비하는 선수가 울산 현대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었기에 더 기묘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수원의 김태환은 63분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흘러나온 공을 받아 추가골을 터뜨릴 수 있는 오른발 하프 발리 슛을 날리기도 했다. 울산이 자랑하는 조현우 골키퍼가 김태환의 이 슛을 쳐내지 못했다면 또 한 번 완패하는 흐름이었기에 이 순간은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 된 셈이다.
 
 지난 달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 나선 울산 김태환(왼쪽) 선수의 모습

지난달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 나선 울산 김태환(왼쪽) 선수의 모습 ⓒ 힌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은 이 홈 게임까지 질 수 없었기에 후반전에 더 부지런히 뛰었고 끝내 최소한의 목표를 이뤘다. 84분에 만든 역습 기회를 잘 살려낸 것이다. 신형민의 롱 패스를 받은 가운데 미드필더 김성준이 중앙선 아래쪽에서 감각적인 첫 터치로 빠져나가며 오른발 인사이드 패스를 밀어줬고 왼쪽 풀백 설영우가 놀라운 오른발 감아차기 동점골을 꽂아넣었다. 전반전 수원 블루윙즈의 이른 시간 골처럼 후반전 늦은 시간 울산의 동점골도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동점골 순간에도 김태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설영우가 빠져나가는 그 자리로 수원의 김태환이 뛰어들었지만 김성준의 어시스트 패스 타이밍과 각도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모자랐고 설영우의 논스톱 감아차기가 더 기막히게 휘어날아간 것이다. 전반전 먼저 골을 내줄 때 수원 김태환의 크로스를 차단하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설영우가 그 반대쪽에서 보란듯이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수원 김태환에게 명암이 이처럼 교차하는 사이에 울산의 김태환은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들이 예측하기 힘든 각도의 크로스를 여러 차례 올려줘 아찔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울산의 김태환이 먼저 입은 국가대표 유니폼도 얼마 지나면 수원의 김태환이 충분히 물려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같은 이름의 두 선수가 더 멋진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승원, 대구 FC의 연승 기록 잇다

울산 게임보다 앞서 서귀포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대구 FC의 게임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어웨이 팀 대구 FC가 6게임 연속 승리 기록을 이어가며 수원 블루윙즈와 나란히 리그 선두권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 게임도 어웨이 팀이 비교적 이른 시간에 먼저 골을 터뜨리며 홈 팀 선수들을 조급하게 몰아세웠다. 7분, 황순민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김진혁이 받아서 내리찍는 헤더 슛으로 시원한 골을 넣은 것이다. 수비수와 공격수를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 김진혁의 득점 감각은 웬만한 전문 골잡이들이 봐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정도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5게임 연속 승리 기록을 찍고 서귀포로 날아온 대구 FC 선수들은 후반전 초반에 빠른 역습 전개와 놀라운 마무리 기술을 자랑하며 2-0으로 달아났다.

54분, 대구 FC 수비 지역에서 안용우의 역습 시작 패스를 받은 세징야가 완벽한 타이밍의 전진 패스를 정승원에게 찔러주었고 그 다음에는 근래에 보기 드문 축구 기술이 반짝반짝 빛나는 골 장면으로 이어졌다. 빠르게 달려들어간 정승원은 자신의 스피드를 멈추지 않고 웬만한 선수들이 흉내내기도 힘든 비하인드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뽐냈다. 이 순간 제주 유나이티드 정우재가 보기 좋게 떨어져 나갔고 정승원의 왼발 터닝 슛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보통의 경우에는 왼발 감아차기 마무리 궤적이 골문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휘어가는 방향을 선택하지만 정승원은 왼발 마무리 각도까지 왼쪽이 아닌 오른쪽 구석을 택한 것이다. 그 앞에서 정승원의 슛 방향을 예측하며 몸을 날린 제주 유나이티드 수비수 정우재와 오승훈 골키퍼가 허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3분 뒤에 제주 유나이티드 골잡이 주민규가 따라붙는 골을 터뜨릴 때도 대구 FC 수비수 홍정운과 최영은 골키퍼가 예측한 타이밍을 빼앗는 놀라운 기술이 나왔지만 대구 FC의 6게임 연속 승리 기록을 멈추게 할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수원 블루윙즈와 대구 FC는 나란히 까다로운 어웨이 게임에서 소중한 승점을 쌓으며 순식간에 리그 선두권 구도를 4위까지 확장시켰다. FC 서울 선수 중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는 바람에 취소(연기)된 일정 때문에 게임 수가 조금 벌어졌지만 선두 전북 현대(14게임 29점)와 4위 대구 FC(15게임 25점)의 승점 차이가 4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어지는 17라운드 일정이 그래서 더 흥미롭다. 현재 1, 2위 전북과 울산이 부처님오신날(19일) 오후 7시에 전주성에서 만나며, 3위 수원 블루윙즈와 4위 대구 FC가 같은 시각 빅 버드에서 만나야 하는 기막힌 대진표가 나왔다. 모니터 두 개를 나란히 켜 놓고 고개를 돌려가며 K리그1 선두권 실력 대결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21 K리그1 16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 강원 FC 0-0 수원 FC (춘천 송암 관중 1654명)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광주 FC [득점 : 무고사(49분,도움-강윤구), 송시우(90분) / 엄원상(24분,도움-펠리페)] (인천 전용 관중 1873명)
★ 제주 유나이티드 1-2 대구 FC [득점 : 주민규(57분) / 김진혁(7분,도움-황순민), 정승원(54분,도움-세징야)] (제주 월드컵 관중 1014명)
★ 울산 현대 1-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설영우(84분,도움-김성준) / 제리치(5분,도움-김태환)] (울산 문수 관중 2728명)

2021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14게임 29점 8승 5무 1패 26득점 12실점 +14
2 울산 현대 15게임 27점 7승 6무 2패 21득점 12실점 +9
3 수원 블루윙즈 16게임 26점 7승 5무 4패 21득점 14실점 +7
4 대구 FC 15게임 25점 7승 4무 4패 20득점 18실점 +2
5 포항 스틸러스 15게임 21점 5승 6무 4패 15득점 16실점 -1
6 제주 유나이티드 16게임 20점 4승 8무 4패 18득점 17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16게임 18점 5승 3무 8패 16득점 26실점 -10
8 수원 FC 16게임 17점 4승 5무 7패 16득점 24실점 -8
9 강원 FC 16게임 16점 3승 7무 6패 15득점 20실점 -5
10 성남 FC 13게임 16점 4승 4무 5패 10득점 11실점 -1
11 FC 서울 13게임 14점 4승 2무 7패 15득점 17실점 -2
12 광주 FC 15게임 13점 4승 1무 10패 13득점 19실점 -6

2021 K리그1 17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 수원 FC - 포항 스틸러스 [5월 18일 화 오후 7시 30분, 수원 종합]
☆ 광주 FC - 제주 유나이티드 [5월 19일 수 오후 4시 30분, 광주 전용]
전북 현대 - 울산 현대 [5월 19일 수 오후 7시, 전주성]
수원 블루윙즈 - 대구 FC [5월 19일 수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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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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