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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단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기획한 책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 표지
 노동인권단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기획한 책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 표지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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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고 있는 곳의 사장과 내 월급 통장에 월급을 넣어주는 '진짜 사장'이 다르다. 월급을 넣어주는 사장은 만나본 적도 없다."( 책 내용 중)

성인이 돼 노동시장을 두드려 본 사람이라면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오기 전 까지 공교육 과정에서 이런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것은 없다.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받는 돈이 다를까?"

역시 마찬가지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제공하는 책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도서출판 『오월의봄』)가 발간 2주만에 2쇄를 찍는다.

17일 책을 기획한 노동인권단체 '전국불안노동철폐연대'(이하 철폐연대)는 1쇄 1500부가 동이나 2쇄 1000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책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의 저자는 철폐연대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저자로 참여해 만들었다.

김철식(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대우부교수), 김혜진·안명희·엄진령 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장귀영 노동권연구소장, 신순영 철폐연대 회원, 윤지영 변호사, 이미숙 활동가, 최은실 노무사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책은 '누구나 꼭 알아야 할 노동에 관한 모든 것 : 16개 주제로 구석구석 이해하는 노동'을 표방한다.

그러면서 단순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노동자일까?"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받는 돈이 다를까?"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게 당연한가?"

"사회생활은 원래 참으면서 해야 하는 것일까?"

"회사는 사장님의 것?"

"노조는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 조직일까?"

"성과와 직무가 다르면 임금도 달라져야 한다고?"

"단시간 일하면 권리도 그만큼 줄어야 하는가?"

"파업은 당연한 권리인데 왜 '불법'이라고 할까?"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는 먼저 "왜곡된 관점을 바꾸라"고 제안한다.

"노동이란 무엇인지, 노동자란 누구인지, 노동자의 권리를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노동자가 자신의 존엄을 되찾고 살아가기 위해 싸우는 모든 싸움은 덮어놓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일쑤다. 누구나 노동자가 되지만 학교에서 노동권에 대해 배울 수 없는 현실은, 청년세대 대부분이 노동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그대로 내면화하고 답습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책 본문 중에서)

숙명적으로 노동자로 살 수 밖에 없는 청년세대들이 국가교육과정 속에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정의 빈틈 속에서 왜곡된 편견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책은 "국가교육 과정은 노동인권 교육에 관심이 없으며, 제도권 안이든 밖이든 노동, 노동자, 노동권에 대해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알려주는 이야기는 찾기가 어렵다"며 "노동이란 무엇인지, 노동자란 누구인지, 노동자의 권리를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노동자가 자신의 존엄을 되찾고 살아가기 위해 싸우는 모든 싸움은 덮어놓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일쑤다"라고 지적한다.

책은 "자신의 노동력으로 일을 해서 먹고사는 사람을 우리는 노동자라고 부른다. 노동자의 노동 없이 돌아가는 사회는 없으며,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노동자거나 노동자의 가족일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노동, 노동권,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부터 진행해야 한다거나 이것이 시민교육의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전부터 있었다"며 "우리 사회의 틀을 규정하는 으뜸 법인 헌법에서도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권, 단체행동권)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왜곡된 편견 앞에서 희미해 지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혐오에 가까운 반노동정서가 인다고 안타까워 한다.

책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노동자들이 사회의 개혁을 위해 파업을 하면 '불법' 딱지가 붙고, 정규직 노조가 노동조건을 위해 파업을 하거나 투쟁을 하면 노조는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인 조직이 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무임승차'라고 비난받는다. 이토록 반노동적 인식이 여과 없이 표출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노동권의 위상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모두의 노동을 위해 버팀목이 되어줄 한 권의 책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는 총 1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노동자라면 알아야 할 노동의 개념, 노동환경의 변화 등 노동을 둘러싼 전반적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동',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등의 주제를 뽑았다. 노동현실로 들어가 노동현장에서의 '노동통제', '일터 민주주의', 노동문제가 사회적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가 노동의 문제라는 것을 짚으며 노동조합의 역할과 방향을 정리한 '사회적 투쟁'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철폐연대는 "1부를 읽어나가다보면 노동의 의미와 노동자의 지위를 확인하고, 그간 우리 사회에서 뿌리 깊게 박혀왔던 노동에 대한 왜곡된 프레임을 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부에서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진 권리이지만, 권리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온전히 지니지 못한 노동권의 내용들을 담았다. 임금, 노동시간, 노동안전, 노동조합, 파업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새로운 고용형태가 확산되고 그로 인해 불안정 노동 역시 확대되어온 맥락 속에서 그간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뤘다.

3부에서는 노동 관련 법과 제도들을 구체적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해 안내했다. 헌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비정규직법, 사회보장제도까지 포함해 살폈다.

철폐연대는 "노동 관련 법과 제도는 노동자 개개인의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막상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고, 어떤 문제와 한계가 있는지도 한눈에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노동 관련 법과 제도가 어떻게 변화해왔고 우리 노동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피고, 법과 제도의 한계와 문제, 대안까지도 담으려 했다'고 전했다.

책은 "노동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여정 속에서 아주 작은 것처럼 보이는 권리더라도 우리의 권리는 누구도 대신 찾아주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며 마침표를 찍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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