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물론이고 격투단체를 운영하는 모든 수장들은 각 체급에서 새로운 강자가 기존 챔피언을 쓰러트리면서 끊임 없는 경쟁구도가 이어지길 원한다. 하지만 격투계에는 절대강자들이 수시로 등장하기 마련이고 이들은 체급을 평정한 후 최고의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타이틀을 반납하기도 한다. 라이트급의 최강자로 불리던 무패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8년4월 알 아이아퀸타를 꺾고 라이트급 왕좌에 오른 하빕은 코너 맥그리거와 더스틴 포이리에,저스틴 게이치라는 라이트급의 기라성 같은 강자들을 모두 서브미션으로 제압하고 라이트급을 평정했다. 하지만 작년 7월 하빕의 스승이기도 한 아버지가 코로나19로 사망하면서 의욕을 잃은 하빕은 게이치와의 3차 방어전이 끝난 후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그렇게 UFC의 라이트급 타이틀은 공석이 됐다.

화이트 대표는 한 동안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를 비워두지 않으며 하빕의 복귀를 기다렸지만 언제까지 은퇴선수의 복귀만 기다릴 순 없는 법. UFC에서는 오는 16일(이하 한국시각)에 열리는 UFC 262 대회를 통해 라이트급의 새로운 챔피언을 가리기로 결정했다. UFC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격돌할 선수는 옥타곤에서만 28경기를 치른 '터줏대감' 찰스 올리베이라와 UFC 진출 2경기 만에 챔피언에 도전하는 '벨라토르의 자객' 마이클 챈들러다.
 
 UFC 28전의 올리베이라(왼쪽)와 1전의 챈들러는 UFC 262에서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격돌한다.

UFC 28전의 올리베이라(왼쪽)와 1전의 챈들러는 UFC 262에서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격돌한다. ⓒ UFC.com

 
옥타곤  28전에 빛나는 대기만성 파이터

12살의 어린 나이부터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한 올리베이라는 2008년 프로파이터로 데뷔해 브라질의 중소단체에서 12전 전승을 기록한 후 UFC에 입성했다. UFC 데뷔 후 2경기 연속 서브미션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리던 올리베이라는 2010년 12월 짐 밀러에게 1라운드 2분 만에 하체관절기에 걸리며 격투기 데뷔 후 첫 패배를 당했다. 2011년8월 도널드 세로니에게 1라운드 KO로 패하며 한계를 느낀 올리베이라는 체중을 줄여 페더급으로 전향했다. 

하지만 66kg까지 감량해야 하는 페더급은 178cm의 신장을 가진 올리베이라에게 썩 어울리는 체급이 아니었다. 올리베이라는 페더급 전향 후 12경기에서 7승5패를 기록했지만 무려 4번이나 체중을 맞추지 못해 계약체중으로 경기를 치렀다. 전적을 떠나서 프로 파이터가 체중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올리베이라는 2017년4월 다시 라이트급으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라이트급 컴백은 올리베이라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체중감량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올리베이라는 2017년12월 폴 펠더에게 KO로 패한 후 내리 8연승을 달리고 있다. 2018년12월에는 올리베이라에게 격투기 데뷔 첫 패를 안겼던 짐 밀러를 경기 시작 75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잡아냈고 주짓수만 고집하던 과거와 달리 2019년에는 닉 렌츠와 제러드 고든을 나란히  KO로 꺾기도 했다.

일부 격투팬들은 올리베이라가 포이리에나 맥그리거,게이치 등 라이트급의 정상급 강자들과 맞붙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타이틀전에 출전하는 것은 이르다고 평가하기도 한다(작년.12월 토니 퍼거슨을 판정으로 꺾긴 했지만 당시 퍼거슨은 이미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였다). 하지만 UFC에서는 페더급의 골칫거리에서 라이트급 8연승이라는 쉽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낸 올리베이라에게 타이틀샷을 주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0년 UFC에 입성한 올리베이라는 라이트급과 페더급을 넘나들며 10년 동안 무려 28경기를 치렀다.1년에 평균 3회 정도 꾸준히 경기를 치렀다는 뜻이다. 옥타곤에서 올리베이라보다 많은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37경기의 세로니와 짐 밀러 등 극히 일부 밖에 없다. 과연 올리베이라는 UFC 진출 후 29경기 만에 찾아온 기회에서 옥타곤 9연승을 달성하며 라이트급의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벨라토르 3회 챔피언, UFC도 점령할까

UFC에서는 체급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다른 단체의 강자들을 물색해 UFC로 스카우트한다. 이들 중에는 벨라토르 라이트급 전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처럼 두 단체의 타이틀을 차지하는 선수도 있고 벨라토르와 ONE챔피언십 웰터급 전 챔피언 벤 아스크렌처럼 옥타곤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참고로 알바레즈는 최근 한국 선수 옥래윤에게 판정으로 패했고 아스크렌 역시 유튜버 제이크 폴과의 복싱경기에서 1라운드 KO로 무너졌다).

스트라이크포스가 UFC에 흡수된 후 북미 2위의 종합격투기 단체가 된 벨라토르에서 세 번이나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던 챈들러도 UFC가 라이트급의 활성화를 위해 힘들게 '모셔온' 파이터다. 챈들러는 UFC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알바레즈와 1승1패를 주고 받았고 UFC 라이트급을 3번이나 방어했던 벤슨 헨더슨을 두 번이나 꺾기도 했다. 3번의 KO패 때문에 맷집에 대한 의구심은 있지만 챈들러가 재야의 강자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UFC 진출 후 지난 1월 라이트급 6위 댄 후커를 상대로 옥타곤 데뷔전을 치른 챈들러는 만만치 않은 기량을 가진 후커에게 근소한 열세가 될 거라 예상됐다. 하지만 챈들러는 1라운드 중반 강력한 레프트훅을 작렬시키며 KO승을 거뒀다. 오른손으로 바디를 노리며 후커의 시선을 아래로 끈 챈들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안면에 왼손 펀치를 적중시키며 후커를 쓰러트렸다. 벨라토르 챔피언 출신의 위엄을 과시한 챈들러는 단숨에 라이트급 랭킹 4위로 진입했다.

아무리 챈들러가 벨라토르 챔피언 출신에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지만 UFC에서 단 한 경기를 치른 선수에게 곧바로 타이틀전 기회를 주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UFC는 라이트급의 경쟁구도를 더욱 뜨겁게 하기 위해 하루 빨리 하빕의 빈자리를 메울 새 챔피언이 필요했다. 덕분에 챈들러는 옥타곤 진출 2경기 만에 UFC 11대 라이트급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챈들러가 상대하게 될 올리베이라는 통산 30승 중에 무려 19번의 서브미션 승리가 있을 정도로 라이트급에서 주짓수 이해도와 활용능력이 가장 뛰어난 파이터로 꼽힌다. 하지만 레슬링을 베이스로 폭발적인 타격까지 갖춘 챈들러의 기량은 올리베이라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벨라토르의 '강철사나이' 챈들러가 UFC 라이트급의 터줏대감 올리베이라의 9연승을 저지하고 두 단체의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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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 262 라이트급 타이틀전 찰스 올리베이라 마이클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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