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 유재석과 드라마 <괴물>이 2021년 백상예술대상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유재석이 TV부문 대상, 영화부문은 <자산어보>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수상했다.<괴물>은 드라마 작품상은 물론 TV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신하균)과 극본상까지 최다인 3관왕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유재석은 지난해 남자예능상에 이어 백상에서 2년 연속 수상을 달성했다. 유재석은 지난 한해동안 MBC <놀면 뭐하니?>를 필두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SBS <런닝맨>,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 KBS2 <컴백홈> 등에 출연해 MC로서 뛰어난 진행력을 선보이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재석이 주도하는 예능 스타일의 강점이라면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하는 최근 예능에서 드물게 공익성과 감동 코드가 강조되는 착한 예능에 가깝다는 데 있다. '유재석 혼자 등장하는 무한도전'으로도 불리우는 <놀면 뭐하니?>가 대표적이다. <놀면 뭐하니?>는 '부캐(부캐릭터)'와 대중음악 복고 열풍을 일으키며 '유산슬' '싹쓰리' '환불원정대' 등을 잇달아 빅히트시켰다. 다양한 콘셉트와 출연자들의 개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재석이라는 구심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대상 수상과 예능 작품상 수상으로 2관왕을 기록하며 인기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작년에 큰 상 받으면서 7년 후에 뵙겠다고 했는데 염치없이 받게돼서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상을 저 혼자만 받을 수는 없고 함께 해주신 제작진 여러분, 수많은 게스트 여러분들, 동료 선후배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하나 하나 호명했다.

이어 "사실 요즘 TV 진행자, MC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1991년도에 데뷔한 개그맨"이라며 "앞으로도 제 직업, 말 그대로 희극인의 이름처럼 예능프로그램 통해서 볼 수 있는 많은 즐거움이 있지만 좀 더 웃음에 집중하겠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 중에 선조들의 문화, 전통에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본인의 정체성과 초심을 잃지 않고 본분을 다하겠다는 유재석의 겸손하고 절제된 수상소감은, 그가 왜 오랜 세월 국민 MC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예능을 통하여 웃음 이상을 감동과 메시지를 추구하는 유재석표 예능 특유의 '선한 영향력'이야말로 많은 팬들이 오랜 세월 지지를 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로 다시 한번 한국 사극 영화의 색다른 매력과 재해석을 보여줬다. 이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많은 제작진이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들이 자신의 이익을 뒤로하고, 이 영화에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결과로 이 상을 받는 것 같다"라는 말로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또한 최근에 안타깝게 별세한 고 이춘연 씨네 2000 대표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 부문 남녀연기상은 예상대로 <소리도 없이>'의 유아인과 <콜>의 전종서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한편 최근 논란에 휩싸인 출연자들의 행보도 화제가 됐다. 최근 배우 김정현과의 열애설과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서예지는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인기상을 수상했다. 인기상은 플랫폼 틱톡에서 진행된 팬 투표로만 수상이 결정된다. 서예지는 78만 건이 넘는 팬들의 득표로 수상을 확정하며 논란 속에서도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다. 하지만 소속사는 시상식 전날에 개인 사정을 이유로 서예지의 백상예술대상 불참을 통보했고, 공식 SNS로만 수상을 자축했다. 역시 최근의 논란에 대한 부담스러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해명과 소통을 피하고 있는 서예지의 행보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면 유튜브 방송에서 성희롱적 언행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방송인 박나래는 이날 전년도 수상자로서 예능인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섰다. MC이자 희극인 선배인 신동엽은 박나래를 향하여 "마음고생 다이어트로 살이 빠졌다"고 짓궂은 농담을 던져 웃음을 줬다. 박나래는 "과학을 이기는 게 따로 있더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당혹스러운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신동엽은 "박나래씨를 위해서 박수 한 번 부탁드린다"라고 격려했다. 아무래도 박나래에게는 불편한 자리가 될 수밖에 없는 공식석상에서 먼저 자연스러운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려는 선배의 배려가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올해 드라마 부문은 쟁쟁한 히트작과 후보들이 유독 많아서 가장 예측이 힘들었던 종목이었다. 남녀 연기상을 수상한 <괴물>의 신하균이나 <펜트하우스> 김소연 모두 '광인'에 가까운 연기를 실감나게 소화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지난 한해 미스터리-범죄물이 유난히 많이 쏟아졌던 가운데서도 유독 '웰메이드 스릴러로 화제를 모았던 <괴물>이 시청률과 인지도에서 앞선 작품들을 제치고 다관왕을 차지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신하균은 "저는 복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연기를 할 수 있고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게 기쁘고 행복하다. 항상 두렵고 떨리기도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더 많이 고민해서 재미난 작품 만들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신하균은 '가해자로 몰린 피해자' 주인공 이동식 역할을 맡아 선악의 양면성을 넘나드는 광기어린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평단과 시청자들로부터 '신하균이 곧 스릴러'라는 극찬을 받았다. 

<괴물>은 현실적인 사건과 캐릭터들을 내세워 인간이 되기는 어렵고 괴물이 되어버리기는 쉬운 사회,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끝까지 마지막 인간다움만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던 '정의로운 괴물들'의 투쟁을 그려냈다.

최근들어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는 '무법자'형 캐릭터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과도한 폭력성과 범죄 미화, 왜곡된 윤리의식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괴물>의 성공은, 이야기의 설득력과 배우들의 진정성,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고찰해내는 현실적 공감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재석 신하균 백상예술대상 드라마괴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