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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왼쪽 사진)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왼쪽 사진)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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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직접 관계되는 일이라 웬만하면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고 싶었다. 요즘 논란이 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교사의 복직 문제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이 '공무원법 위반'이라고 경찰에 고발하더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한술 더 떠서 '권한 남용, 부정 청탁'이라며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무려 '공수처 제1호 사건'으로 말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복직교사들이 무슨 엄청난 특혜라도 받은 줄 알겠다. 과연 그런가? 한번 살펴보자.

문제의 기원

이 일의 발단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갓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을 확 바꾸겠다"면서 이른바 '고교 다양화'를 들고나왔다. 평준화된 고교교육이 수요자인 학부모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니 다양한 고등학교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성'을 앞세운 사실상의 '평준화 해체 공작'이었다. 고교 선택권이 확대되고 사립에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공립에는 자율형공립고등학교(자공고)가 들어섰다. 온갖 명목을 앞세워 국제고 같은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가 늘고 고교 선택제가 확대되어 변두리 지역의 공립학교는 급격히 슬럼화되기 시작했다.

고교가 서열화되고 부유층 학교와 특목고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입시명문 사립고도 등장했다. 부유층 밀집 지역과 서민층 밀집 지역 사이에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려는 사교육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대학들도 앞을 다투어 부유층 출신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입시제도를 내놓았다. 고교 내신은 유명무실해졌고, 지필 본고사가 슬슬 부활했다. 기준도 공개하지 않는 심층 면접이 확대되고, 명문고 출신에게 은밀하게 가산점을 주는 '고교 등급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심지어 '기부금 입학제' 도입을 요구하는 대학까지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입시에 치여 만신창이가 된 고교 교육은 붕괴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다. 경쟁과 적자생존의 천박한 논리가 학교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온갖 시험이 도입되고 일제고사가 부활했다. 서민층은 사교육비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었고, 입시 전쟁터로 전락한 학교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공교육은 평등한 보편교육을 통해 민주시민을 기르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부모의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불평등한 계급구조는 공교육을 통해 더욱 확대 재생산되었다.

교사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이런 학교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는 극단적 자조가 학교 현장에 만연했다. 물줄기를 바꾸려면 뭔가 해야만 했다. 그것이 비록 한강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이라 하더라도.

편파적인 운동장과 몸부림

그러던 차에 2008년 최초의 민선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그것은 실낱같은 기회였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도, 시도 교육감이 나서면 작은 변화의 틈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고교 다양화 정책의 폐단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는 절망 속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때 나는 전교조 서울지부장이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교사라면 당연히 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초중등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법이 걸림돌이었다. 공무원인 교사는 정당 가입은 물론 어떠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었고, 단순한 지지 의사 표명도 금지되었다. 할 수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하나하나 유권해석을 받아가면서 살얼음판을 기어가야 했다.

다행히 교사도 사회단체들과 연합단체를 만들어 선거 준비 활동을 할 수 있고, 지지 후보를 공동으로 추대할 수 있으며,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탄탄대로는 아니어도 작은 오솔길을 찾아낸 셈이었다.

그때부터 교육 시민단체들과 함께 후보를 추대하는 등 '선거 준비 활동'에 들어갔다. 상대 후보는 당시 서울시 교육감인 공정택이었다. 그는 전국 최초로 '국제중 설립'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이명박 정부의 경쟁주의 교육정책에 앞장섰다. 그의 별명은 '리틀 이명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손발을 묶어 놓고 하는 편파적인 종합격투기 경기였다. 공무원이 아닌 학원업자, 교복업자들은 활개를 치며 공정택 선거운동을 하는데, 우리는 후보를 추대한 뒤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교장들은 노골적으로 공정택의 선거운동을 했고, 아무리 선관위에 고발해도 모조리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반대로 우리는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당하면서 걸핏하면 주의나 경고가 떨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교육토론회를 열어 경쟁주의 교육의 폐해를 널리 알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것도 '선거'라는 단어와 후보 이름은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법이 그렇다는 데에야 어쩌겠는가?

피바람

우리가 마지막으로 후보를 도울 방법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가난한 후보를 위해 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빌려주어 선거자금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15%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참여를 권유하기 어려웠다. 결국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와 교육 사회단체 집행부를 중심으로 각자 알아서 하고, 친지들에게도 최대한 참여를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화근이 되었다. 검찰이 뒤에 이 일을 수사하면서, 선거자금을 많이 대여해준 사람 순으로 수사대상자 명단을 작성해서 투망식 수사를 벌인 것이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법원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진행한 일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개인의 선거자금 대여는 합법이지만, 단체가 선거자금 대여를 권유한 것은 불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댔다. 결국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가 독박을 쓰고 말았다.

선거 결과는 통탄과 아쉬움 그 자체였다. 겨우 득표율 2%p 차이로 패배한 것이다. 그것도 서울 22개 자치구 중에서 서초, 강남,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제외한 19곳에서 승리하고도, 강남 3구의 몰표가 당락을 갈랐다.
 
 26일 오전 진보적인 교육단체들이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4월 26일 62개 진보교육단체가 모인 서울교육지키기 비상대책위는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은 부당한 채용이 아니라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특별채용에 응시하고 당당하게 합격한 것"이라면서 "감사원이 뭔가 엄청난 비리 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실상은 과거의 적폐를 눈감아주고, 과거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수포로 돌리기 위한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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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검찰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투망을 던졌다. 걸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었다. 사무실 압수수색에 이어 후보와 선거자금을 많이 대여해준 사람들부터 10년 치 이메일을 뒤졌고, 선거기간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과 사용장소를 일일이 대조했다. 기지국이 겹치면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몰아갔다.

선거자금을 대여해준 교사들을 엮는 것이 여의치 않자, 검찰은 단체를 통해 불법 선거자금을 모았다는 이유로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결국 선거자금 대여를 안내한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 7명이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재판 결과, 4명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직을 떠나야 했다. 나는 지부장 임기가 종료되는 2008년 12월 31일 구속되어 징역형을 받았다.

복직한 4명은 바로 이들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해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연퇴직과 동시에 5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되고, 징역형을 받으면 당연퇴직과 동시에 10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된다. 대통령 특별사면이 없이는 그 기간 안에 복직이 불가능하다.

이번에 논란이 벌어진 전교조 특채교사 4명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과 복직을 기대했지만, 웬일인지 특사 때마다 이들의 명단은 빠졌다. 결국 5년이 지나 공무담임권이 자동 회복됐고, 조희연 교육감이 이들을 교육공공성 신장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특별채용한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평등교육 폐지, 교육시장화 정책에 맞서 몸을 던진 공로자들이고, 오랫동안 큰 피해를 감수한 희생자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지향한 정책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공정한 교육기회, 평등한 교육복지'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게다가 처벌의 근거가 된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오래전부터 폐지를 요구해온 악법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을 약속한 'ILO 핵심협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약속만 지키면 이들에 대한 처벌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고, 복직을 가로막은 걸림돌도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이들은 촛불정부의 출범과 함께 사면 복권되어 진작에 학교로 돌아갔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면복권은커녕 딴짓만 하다가, 어렵게 복직한 이들을 다시 학교 밖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감사원과 공수처의 이번 조치는 촛불정부의 책무를 망각한 선무당의 칼춤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공정한 교육은, 그것을 위해 싸우다 고통받은 이들을 보듬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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