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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파킨슨의 법칙이라고 했습니다. 한번 예산이 반영되고 나면 다시 제로 베이스로 가지 않습니다."

언젠가 대구시 간부가 대구시의회에서 예산과 관련된 한 시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 적이 있습니다. 파킨슨의 법칙은 일반적으로 관료조직의 인력, 예산, 하위조직 등이 업무량과 무관하게 점차 비대해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한번 반영되고 나면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방대해지는 조직과 예산. 행정부가 스스로 정리 못하니 이런 것들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이 지방의회에는 꼭 필요합니다.
 
대구시는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중아파출소 앞 광장에서 미소친절 모니터단, 시민단체 등 3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제93회 전국체전 미소친절 손님맞이 캠페인을 벌였다.
 대구시는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중아파출소 앞 광장에서 미소친절 모니터단, 시민단체 등 3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제93회 전국체전 미소친절 손님맞이 캠페인을 벌였다.
ⓒ 대구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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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규정과 조례가 있습니다. 2015년 만들어진 '미소친절 시민모니터단 운영 규정'과 2019년 제정된 '대구포유(FOR YOU)운동 시민추진단 구성 및 운영 조례'입니다.

각각 '미소친절시민운동'과 '대구포유운동'의 근거가 되는 규정과 조례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둘 다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 조성'과 '단체(시민모니터단·추진단) 운영'을 목적에 두고 있습니다. 시민모니터단과 추진단 모두 300명 정도로 구성하며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시장이 위촉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임원 구성까지 동일합니다. 회장, 부회장, 사무국장, 구·군 지회장을 두며, 시장은 예산의 범위에서 실비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활동이 우수한 모니터 요원·추진단원에게는 표창 수여·국내외 연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거의 판박이입니다. 무엇보다 두 운동 다 대구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다 대구시는 '대구사랑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대구사랑운동은 대구가 21세기 세계 일류도시로 거듭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범시민운동 차원에서 1996년 만들었습니다. 포유운동 역시 지역발전을 위한 선진시민운동의 촉진과 활성화가 목적입니다. 내용이 매우 비슷합니다.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사업 우후죽순 왜?

미소친절시민운동과 대구포유운동, 대구사랑운동은 왜 이렇게 비슷할까요? 2020년 12월 3일 대구시의회 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다음은 당시 강민구 대구시의원과 심재균 자치행정국장이 주고받았던 대화 내용입니다.
 
- 강 의원 : "대구사랑운동 하고 대구포유운동 차이가 뭐냐? 이게 똑같아요. 시작만 좀 다르지요. 대구포유는 작년(2019년)이고, 대구사랑운동은 1996년입니다. 그 차이지 않습니까?

대구사랑운동은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를 해서 역사·전통 지키기, 문화예술, 녹색도시 가꾸기, 지역경제 살리기, 지역사회일꾼 키우기, 건강한 사회 만들기를 한다 이거고요. 대구포유는 대구시를 가장 안전하고 청결하고 친절한 도시로 만드는 운동이고요. 또 미소친절 대구 만들기 3억8000만 원 예산도 말 그대로 도시를 친절하게 한다는 내용이에요."

- 심 국장 : "대구사랑운동은 전통이 있어서 조금 오래됐고요. 미소친절대구운동은 '대구가 참 무뚝뚝한 도시다', '미소가 없는 도시다' 이런 걸 조금 탈피하기 위해 2011년 세계육상대회 때부터 추진해온 부분이 있고요.

대구포유운동은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시행은 안 됐지만 올해가 대구경북 방문의 해입니다. 이를 맞이해 저희들이 '찾아가는 대구', '대구가 안전하고 청결하고 친절하다'는 캠페인을 전개하기 위해 했습니다. 그런 차이가 좀 있습니다."

- 강 의원 : "이것 차이 없어요."

- 심 국장 : "사실은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국을 달리했다는 그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포유운동은 시민행복국에서 주관한 부분이 있고 대구사랑운동은 자치행정국에서 주관한 부분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구성원이 따로 있으니까..."

지방의회가 해야 할 일
 
대구 포유(FOR YOU)운동 시민추진단 모집 공고
 대구 포유(FOR YOU)운동 시민추진단 모집 공고
ⓒ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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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문에 미소친절시민운동을 만들었습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이 조직을 없애지 못했고, 오히려 2015년 규정을 만들어서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1년 미소친절시민운동 예산은 약 4억 원입니다.

2019년에는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앞두고 대구포유운동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대구포유운동의 올해 예산은 4400만 원으로, 지난해(약 1억 원)보다 삭감됐지만 여전히 없애진 않았습니다. 대구사랑운동 2021년도 예산은 3700만 원입니다. 대구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운동들에 약 5억 원 가까이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이 두 운동·조직은 내용이 겹치는데다 관련 행사가 오래전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예산을 사용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치행정국장의 답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국이 다르기 때문에, 즉 대구시 조직도 상 각각 다른 곳에서 진행한 사업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뜻입니다. 둘째, 두 운동의 구성원이 각각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미소친절시민운동과 포유운동의 참여인원 300명 모두가 같을 수는 없겠지요.

반면에 2020년 11월 13일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윤영애 대구시의원은 이런 지적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실제 포유운동에 참가하는 회원들을 보면 대부분 (다른 단체와) 이중·삼중 중복되는 회원들이 많은 상태거든요. (...) 작년에 '2020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서 하겠다'는 취지로 했는데, 올해는 전혀 유명무실한 단체가 되고 말았는데 (...) 실적을 보면 '마스크 쓰GO 운동'을 했다고 해놨어요. (...) 이런 게 전부 (다른 단체들과) 이중이고요."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2020년 중순경 대구시 조직개편으로 대구사랑운동·미소친절시민운동·포유운동 모두 자치행정과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끝난 지 올해 10년이 됐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조직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파킨슨의 법칙을 벗어나게 하는 것, 바로 지방의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태그:#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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