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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의 빗장이 드디어 풀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1일 국방부 판결문 열람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최근 2년간 각 군 성범죄 판결문 158건을 전수분석했다. 국정감사 때마다 등장하는 군사법원 '솜방망이 처벌'의 실체와 판결문 속에 만연한 '군 중심주의'를 파헤쳤다. 8회 연속보도를 통해 군사법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편집자말]
 
 지난 2000년 대통령령으로 창설 서울 용산 국방부 내에 위치하게 된 고등군사법원의 법정 내부.
 성범죄에 있어서만 혐의를 받는 사람이 군인 등에 해당하면 군형법을 적용해 군 사법기관에서 의율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그 피해자가 민간인일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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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서 자가용 없이 벽제까지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으로 가서 일산 가는 광역 좌석버스를 타고, 일산 백석역 인근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를 잡아타고 한참을 달려서야 1군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대 도착을 곧 법정 도착이라 여겼던 생각은 큰 오류였다.

부대 안에 있는 법정에 가려면 부대 방문 관련 절차를 거쳐야 했다.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았다. 부대 입구에서부터 법정까지가 아주 멀진 않아도 걸어서 이동하기 애매한 거리였다. 다행히 군검찰에 요청해서 이동에 도움을 받았지만, 미리 연락해서 요청을 해야 하니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재판이 끝나고 나올 때도 똑같은 과정을 거꾸로 밟아야 했다. 군사법원을 찾아가는 길은 이렇게, 멀었다.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부터 일반 병사까지 그리고 군무원이나 사관학교 생도 등이 군형법에 규정된 범죄를 저지르면 군형법이 적용된다. 군검찰이 기소하고 군법원에서 판결한다. 군형법에서 의율하고 있는 범죄는 직간접적으로 군과 관련된 것들이다. 폭행, 협박, 상해, 살인, 모욕 등을 군형법에서 다루고 있지만, 범죄대상을 상관이나 초병, 직무수행 중인 군인 등으로 하는 경우다.

즉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군인 또는 군인의 연장선에서 해석할만한 지위에 있고, 범죄혐의가 어떤 식으로든 군과 관련된 내용으로 되어있다. 거기서 유일하게 벗어나 군형법이 다루고 있는 범죄가 있는데, '강간과 추행의 죄'로 분류되는 성범죄가 그렇다.

성범죄에 있어서만 혐의를 받는 사람이 군인 등에 해당하면 군형법을 적용해 군 사법기관에서 의율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그 피해자가 민간인일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민간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가 군인 등의 신분이라는 이유로 졸지에 어디 있는지는커녕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군경찰이나 군검찰이 내 사건을 수사하고, 군법원에서 재판해서 판결하는 상황에 처해지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이런 상황은 불안하고 불합리하고 불편한 일이다. 당장, 법정이 있을 부대에서 생활하고 있지 않은 피해자 측이 법정까지 갈 길부터가 멀다. 물리적으로 까마득한 거리는 피해자가 자기 사건을 들여다보고 대응할 일들을 까마득하게 만드는 마음의 거리이자 현실의 거리다.

사법부로부터 판단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다
 
벽제까지 먼 길에 나선 이유는 성폭행 고소사건을 진행하던 중 피의자가 입대했기 때문이었다. 군대를 갔다고 처벌이 안 될 리는 만무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대경실색할 노릇이었다. 당혹스러워하는 피해자를 군검찰에서 남은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고, 재판은 군법원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고 다독였다. 하지만 피해자는 민간의 수사기관이나 법원과 달리 국방부에 소속된 군검찰이나 군법원에서 수사받고 재판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안해했다. 어쨌든 군인은 국방부 소속인데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문의 전화를 여러 차례 걸어왔다. 오히려 더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은 했지만, 낯설고 불편하기는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기록 복사는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 사건진행사항 조회는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 재판일에 법정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하나하나가 다 새로 알아보고 시도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피해자의 변호사에게 낯선 군법원 만큼이나 군법원도 민간에서 온 피해자 변호사가 낯설긴 매한가지였다. 기일마다 해당 사건 재판 때 피해자 변호사가 앉을 자리나 피해자 변호사의 발언권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아무도 불친절하진 않았지만, 재판일은 물론 재판일이 다가오는 즈음에도 새로 겪을 낯선 상황에 긴장했다.
  
 2015년 9월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릴 예정인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헌병들이 재판정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피해자는 민간의 수사기관이나 법원과 달리 국방부에 소속된 군검찰이나 군 법원에서 수사받고 재판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안해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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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범죄 피해자들도 그렇겠지만, 성범죄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주장이 대립되어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일들이 많다. 이처럼 당사자 간의 진술이 엇갈리면 피해자가 증인신문을 나오게 되는 것은 수순이다. 수사 과정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양측에서 제출하는 증거들 역시 성범죄 사실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것들이기보다는 각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법무부나 여가부에서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국선으로라도 법률지원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같은 이유로 성범죄 사건의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변호사에게 재판참여권을 보장하고 있다.

피고인이 범죄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아닌 이상, 피해자가 법정에 나가 증언해야 하고 재판에서 피고인이 하는 주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피해자의 재판 참여는 궁금함의 차원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로서는 스스로든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서든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문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일반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이든 방청을 하러 가는 일들이 흔쾌할 리가 없고 쉬운 일도 아닌데, 군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은 그 불편함과 요원함이 민간법원에서 재판할 때와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건 피해자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례로 일반 사건은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 사이트에서 진행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걸 모르더라도, 인터넷에서 사이트가 있다는 정도는 쉽게 검색해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군사법원 사건은 사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조회되지 않는다.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조회할 수 있긴 하지만, 통상 그 사이트를 알게 되는 건 군법원에 직접 전화 등 문의를 해서다. 이렇게 저렇게 재판하는 법원이나 재판부를 알게 되더라도, 재판기록에 대한 열람·복사 과정이 일반 법원에서와 같지 않다. 이런 것들을 물어물어 해결해도, 재판일에 법원까지 가는 길은 멀다.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결정되면, 증인보호절차가 민간법원에서처럼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동일한 보호절차와 배려가 있더라도, 이미 부대 안에 진입하면서 피해자는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대와 법정을 경험하고 그 분위기에 위축되기 십상이다. 군형법을 적용받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상당수가 피고인과 같은 '군인 등'이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가령 피고인으로부터 업무상 위력을 경험하였을 피해자의 경우라면, 업무상 위력이 작동되어온 조직 안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성범죄를 군형법으로 의율하는 것에 이의 있다는 것이 군법원을 불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개인의 일신전속적인 법익이 침해받은 성범죄 사건을 군형법으로 의율하여 군 사법기관에서 처리하게 된 것은 절대적으로 군 조직의 편의와 효율이 고려된 것이다. 피의자나 피고인의 입장에서야 수사나 재판을 어디서 받든 부담되긴 매한가지일 것으로, 설령 더 부담이 되든 불편하든 그것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일신전속적인 피해를 입고 그저 가해자가 군인 등의 신분이라는 이유로 사법부로부터 판단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수사와 재판에 있어 현실적인 불편과 막연한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이치에도 맞지 않고 온당하지도 않다. 이런 불합리와 부담을 어째서 피해자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면, 군형법에서 성범죄를 계속 의율하는 것이 맞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태그:#군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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