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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건강의집은 심각한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기 위해 2019년 3월에 시작되었으며 현재 직원은 의사 2명, 간호사 2명, 행정직 1명으로 총 5명이다.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건강의집은 심각한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기 위해 2019년 3월에 시작되었으며 현재 직원은 의사 2명, 간호사 2명, 행정직 1명으로 총 5명이다.
ⓒ 건강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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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만성질환이 유행하고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이 의료기관 중심에서 커뮤니티 케어로 변화하고 있다.

아직 생소한 용어인 커뮤니티 케어. 장애인, 고령자 또는 환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최대한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걸 가리킨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더 일찍 경험한 일본에서는 커뮤니티 케어와 방문진료가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나, 방문진료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다.

방문진료를 주로 하는 '건강의집 의원'의 홍종원 원장을 만나 '건강의 집'에서 커뮤니티 케어를 구축하는 데 방문진료가 갖는 의미와 방문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방문진료를 주로 하는 병원이 흔치 않은 만큼, '건강의집 의원'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렸다. 방문진료는 어떤 것인지, 현재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건강의 집'은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습니다. 심각한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기 위해, 2019년 3월에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으로 개원하였습니다. 현재 직원은 의사 2명, 간호사 2명, 행정직 1명으로 총 5명입니다. 우리 의원은 방문진료, 요양원 촉탁의, 가정간호 등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가정간호는 간호사가 가정에 방문하여 수액 처치나 비위관 삽입, 소변줄 삽입 등의 처치를 해드리는 겁니다.

외래 진료는 제한적으로 하고 있고요. 방문진료를 주로 합니다. 저는 방문진료로 한 달에 50~60명가량의 환자를 만납니다. 함께 일하는 김창오 선생님은 100명 정도 방문진료를 합니다. 저희는 강북구만이 아니라 인근 노원구, 성북구까지 나갑니다. 중증장애인, 누워만 있어야 하는 와상환자, 요양원의 고령환자 등을 주로 만납니다. 환자분 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의료급여 환자분들이 꽤 있습니다.

개원 후 방문을 요청하는 환자가 바로 생기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개원하고 장애인복지관 등을 일일이 찾아가서 저희를 알리고 인사드렸습니다. 개원 초창기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의사 2명, 간호사 1명이 다 같이 가가호호 방문을 하면서 배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점점 경험도 쌓이고 환자 요청이 늘면서 요즘은 의사, 간호사가 각자 혼자서 가정방문을 합니다. 웬만해서는 주말에는 일을 안 하려고 하는데요. 그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방문하기도 합니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노력"

예전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집에 의사가 방문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낯선 장면이다. 이처럼 왕진은 지금처럼 의료기관이 많지 않았던 60~70년대는 보편적인 의료행위였다. 하지만 응급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이 급증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더욱이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의사들은 왕진보다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길 선호했다. 그러면서 왕진은 그 명맥이 끊겼다. 그러나 최근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요구 증대로, 가구에 방문해 의료를 제공하는 것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왕년의 왕진이 오늘날 방문진료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

"다른 의원은 환자가 직접 찾아오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는 일일이 예약하고 시간약속 정한 다음 정해진 시간에 방문을 합니다. 일을 해보니 방문진료나 가정간호의 수요가 예상외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급실 가기는 애매한데 의료가 필요할 것 같은 상황이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저희를 찾습니다.

그런데 의료라는 게 행위와 처지를 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잖아요. 그리고 그 처치가 필요한지 결정하는 건 의료인이고요. 실제로 일부에서는 수익을 더 내기 위해, 요양원 방문간호로 수액 등의 과잉처치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원해서 이루려는 목적이 경제적인 수입은 아니었습니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서 치료받기 힘든 고령 및 중증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2019년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왕진과 달리, 방문진료의 수가가 정해지고 진료내용과 제공방식이 제도화되었다. 그로써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마비(하지·사지마비·편마비 등), 수술 직후, 말기 암 환자, 의료기기 등 부착(산소, 인공호흡기 등), 욕창, 정신과 질환, 인지장애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방문진료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 의원에서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아무래도 방문진료하는 것이 의료기관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희의 노동에는 방문일정을 예약하는 것, 가가호호 방문해서 환자 보호자 만나는 일, 그리고 방문 후에도 보호자와 전화상담 하는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고 소진되기 쉽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상담 전화나 방문 요청이 와도 기꺼이 응할 수 있고 환자에게 진심으로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진되지 않고 여유를 가지도록 노동강도를 조절하려고 합니다.

다른 직원분들한테도 무리할 정도로 방문을 하지는 마시라고 합니다. 저희를 찾은 분이 많아지면 직원을 더 고용하는 방법 또한 있겠으나 그러면 결국 관리의 업무가 더 추가되어 제가 신경 쓸 게 많아집니다. 현재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저희 업무의 질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이의 마음
 
 홍종원 원장(가운데)은 김창오 원장(왼쪽)과 함께 커뮤니티 케어 의료기관인 건강의집을 개원하고 병원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집에서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홍종원 원장(가운데)은 김창오 원장(왼쪽)과 함께 커뮤니티 케어 의료기관인 건강의집을 개원하고 병원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집에서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 홍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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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원 원장에게 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꼈는지 물었다. 아픈 사람을 아픈 이의 공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때론 일상을 묻는 가벼운 자리, 때론 마지막을 앞둔 이를 돌보는 자리도 있었다.

"말기 암 환자가 있었습니다. 치료가 더이상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온 상황에서 건강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다시 가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이때 마침 찾아가서 깊게 상담을 하고 나니 상담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며 고마워하셨어요. 

그리고 한 번은 일요일에 방문요청 전화가 왔어요. 가급적 일요일은 방문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방문을 했습니다. 환자 집에 방문하니 환자가 임종을 앞두고 있었어요. 가족분들이 입원을 원치는 않아서 지속적인 방문진료를 통해 집에서 가족들 품에서 임종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몇 번 있었는데요, 요즘 코로나로 병원에서 여러 가족이 모여 임종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자와 환자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습니다. 저의 할아버지는 중환자실 침대에서 돌아가셨는데 바람직한 임종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정 임종에 대한 요청이 있으면 가능한 방문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늘 생명에 대해 겸손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개원한 지 2년이 지난 지금은 지역 주민들이 고마워한다는 데 대해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환자와 보호자의 말을 많이 듣고 신뢰 관계를 쌓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 말을 충분히 듣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CT나 초음파로 검사하고 진단을 내리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다른 환경이다 보니 더욱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저희는 개인 전화번호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알려줘요. 그래서 불쑥 전화하기도 하는데... 절박한 마음을 이해하고 성의있게 응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환자나 보호자 말을 잘 들어보면 그분들이 답을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람찬 순간들도 있지만, 그 뒤에는 남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고충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생소하고 정착되지 않은 방문진료를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다.

"무리하다고 생각되는 요청을 잘 거절하는 게 초창기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상황을 잘 판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해나가는 경험이 쌓여 적절한 상담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환자나 보호자가 일과시간,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제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는데요, 이제는 이런 것도 나름대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 방문진료 혹은 가정간호를 했을 때 안전 문제에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방문하는 집이 생기면 어떤 보호자들이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외노동이다 보니 혹한기, 혹서기에 힘들고요."


"남들이 안 하지만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결심"

방문진료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의사의 업무와는 꽤 다르다. 의사 중에도 방문진료에 대해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도 방문진료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방문진료를 알게 되고 평생의 일로 삼으려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의과대학생 시절부터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변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동네에 오래 살았고 2012년부터 강북구 번동에서 마을주민들과 마을공동체 및 지역활동 조직 등 다양한 주민건강권 활동 및 사업에 참여해 왔습니다. 공중보건의는 남양주에서 했는데 번동과 남양주를 오가며 지역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에 현재까지 같이 일하는 김창오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김창오 선생님은 그때 보건소에서 방문진료를 했었고 건강마을 만들기 사업, 의료복지 NGO단체 등의 지역 활동도 많이 했습니다. 김창오 선생님은 순수하고 신뢰할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의기투합하여 2019년 개원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개원초기에는 당연히 수입은 적고 병원의 운영비도 안 나왔습니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초심을 잃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운영비를 감당할 정도는 되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방문진료의 경험도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들이 안 하지만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여 이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당분간 이대로 유지하며 경험을 더 축적하여 질적으로 더 잘하고 싶습니다. 잘한다는 게 특별한 데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초심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에서 방문진료와 같은 공공성을 지향하고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유지해나가는 건 녹록지 않다 이 현실에 맞서, 공공의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료를 실천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부디 '건강의집' 의료진들이 소진되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여 오랫동안 지역사회에 안착하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선전위원이자 녹색병원 내과 전문의인 장영우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5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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