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에서 재식 역을 맡은 배우 진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에서 재식 역을 맡은 배우 진구. ⓒ (주)파인스토리

 

조직폭력배나 동네 불량배 혹은 강인한 군인 등 배우 진구가 맡아 온 역할엔 흔히 말하는 거친 질감이 묻어 있는 게 사실이었다. 종종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도전했는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 입장에선 좀 더 말랑하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시청각장애인 은혜(정서영)를 만나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되는 영세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 재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그런 갈증을 충분히 풀어줄 작품이었다. 소속 직원 사망 후 그의 재산을 노리는 양아치가 은혜와 감정적 교류를 하나둘 쌓아가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깨닫는 과정 자체가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진구의 접근법

시각과 청각 모두 장애가 있는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진구는 "솔직히 어떤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있어서 참여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재식처럼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제 의식이 하나둘 생긴 것이다. 처음부터 장애인을 위해,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면 작품을 고사했을 건데 제가 전부터 해 온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루하게 살던 한 남자가 시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를 만나는 거라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감정이 커가고 성장했듯 제 인식도 함께 성장했던 것 같다. 

영화 초반엔 그런 문제에 아예 무지했다. 물론 지금도 어떤 봉사활동이나 행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분들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사는지 알았다는 것만으로 일단 제겐 큰 변화다. 저 또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함께 볼 수 있는 가족물, 코믹물을 종종 보게 되더라 마침 좋은 기회가 와서 참여하게 됐다."  


그렇기에 함께 출연하는 아역 배우 정서연과 친해지는 게 급선무였다. 촬영 전 소고기를 사주며 얼굴을 익히고 현장에서도 편하게 대하려고 했다는 후문이다. 진구는 "오히려 서연 양이 붙임성이 좋아서 제게 많이 다가와 줬다"며 "캐릭터 분석도 어머님과 함께 완벽하게 해와서 연기하는 데 수월했다"고 전했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의 한 장면.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의 한 장면. ⓒ 파인스토리

 
"여러 가질 물어보면 답할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의외로 연기에 대한 질문은 많이 안 하더라(웃음). 일상적인 걸 많이 물어보는 친구였다. 남자애들은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지, 삼촌은 어떤 캐러멜을 좋아하는지 등 말이다. 서연 양과 오래 있다 보니 집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어지더라. 영상 통화를 많이 했다."

더욱이 진구는 시청각 장애인이 주인공인 이 영화가 10년 넘게 제작이 무산된 사연을 잘 알고 있었다. 소재의 특수성 때문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창원 감독이 긴 시간 전전긍긍한 이후 지금에야 빛을 보게 됐다. 배우 입장에선 허술하게 준비할 수 없었다. 재식이라는 인물이 진구에게도 익숙한 엔터 업계 종사자라는 점도 작업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쪽 업계가 처음엔 열정과 욕망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잖나. 대표가 사기를 당한다든가 잘못된 길로 간다는가 하는 일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의리다. 저 또한 일하면서 의리를 중시하게 되는데 재식에게 그런 모습을 봤다. 소속 직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떼이기도 하면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겠지.

이게 참 희망적 이야기다. 현실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조심스럽지. 서로 부족하고 불편한 사람들이 돌봐주고 도움 주는 일이 현실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것 같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더라도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소망하게 되더라." 


"조급함 버릴 수는 없어"

이번 작품으로 큰 변화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진구는 좀 더 본인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스펙트럼을 정의해주시는 건 관객분들 몫"이라며 그는 그간 선택했던 작품의 기준을 말했다. <26년>에서 <연평해전>까지 작품을 만든 주체나 문제 의식 면에서 상반될 수 있는 작품도 그는 마다하지 않고 출연했다는 게 눈에 띈다.

"제가 출연함으로써 작품이 어떤 사회적 이슈를 건드린다든가 경각심을 일깨우면 좋겠다는 건 단 한번도 없었다. 책이 잘 읽혔고, 제가 연기하는 게 좀 더 관객분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하는 거지. 그게 최우선이다. 이야기를 누구보다 재밌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참여하려 했다. 그 값을 제가 할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확실히 조급함이 없진 않다. 그럴 때마다 주변을 보면서 감사함을 찾으려 한다. 좋은 작품을 빨리, 많이 보이고 싶은데 제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여야 하지 않나. 작품이 없는 기간을 공백이라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다음 작품의 준비 기간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다행히 두 아이의 아빠로 가족과 함께 사는 게 감사한 요즘이다. 많이 감사하며 살려고 한다. 이게 나에게 주는 채찍이기도 하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에서 재식 역을 맡은 배우 진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에서 재식 역을 맡은 배우 진구. ⓒ (주)파인스토리

 
지난해 출연한 예능 프로 <요트 원정대> 경험도 그에겐 잊지 못할 감사한 일이었다고 한다. 진구는 "촬영하면서 굉장히 힘들기 했는데 덕분에 주변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게 됐다"며 "그 프로 덕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고, 여행 기분도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작품 활동을 떠나 진구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좋은 꼰대라는 말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도 내 인생과 내 틀에 맞추게 하는 어른이 아니라, 그들 눈높이로 바라보는 어른이고 싶다"며 그는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일대의 목표"라고 말했다.
진구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시청각장애인 정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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