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어린이날 라이벌전에서 두산을 꺾고 3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5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14안타를 터트리며 7-4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주말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에게 스윕(3연전 전패)을 당했던 LG는 한 경기 이상의 가치가 있는 '어린이날 대첩'에서 두산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며 2위 kt 위즈와의 승차를 한 경기로 좁혔다(14승12패).

LG는 선발 케이시 켈리가 초반 제구 난조에도 6이닝을4실점으로 버티며 시즌 2승째를 따냈고 정우영과 김대유, 송은범, 고우석이 나머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6회 역전 결승타를 때린 오지환이 시즌 첫 3안타 경기를 만든 가운데 루키 문보경도 멀티히트를 포함해 2타점을 보탰다. 그리고 LG의 '캡틴' 김현수는 3루타가 빠진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는 대활약으로 LG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LG가 115억 투자해 영입한 '타격기계'

잠실야구장을 함께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LG와 두산은 매년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어린이날마다 '정기전'을 편성할 정도로 KBO리그에서 라이벌 관계가 가장 심한 팀이다. 돌아오는 부메랑의 크기가 두려워 양 팀은 좀처럼 트레이드도 하지 않는다. 지난 3월25일 양석환과 함덕주가 포함된 2:2 트레이드가 2008년 김용의, 이성열 등이 팀을 옮긴 트레이드 이후 무려 13년 만에 성사된 양 팀 간의 트레이드였을 정도.

2006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두산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김현수 역시 두 팀의 라이벌전을 직접 경험한 산증인이다. 하지만 2016년 플레이오프 탈락에 이어 2017년에는 6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LG는 류중일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팀 타선을 이끌 검증된 강타자가 필요했다. 결국 LG는 2017년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와 4년115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했다.

김현수는 만20세 시즌이었던 2008년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 부문 1위에 오르며 '타격기계'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였던 2016년에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타율 .302 92안타 6홈런22타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정교한 타격솜씨를 뽐낸 바 있다. 그리고 김현수는 LG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8년 타율 .362 20홈런101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두 번째 타격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김현수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LG는 2018년 8위로 순위가 더 하락했고 김현수는 2019년 박용택(KBS N스포츠 해설위원)에게 주장직을 물려 받았다. 주장 완장을 찬 김현수는 2019년 타율 .304 11홈런82타점으로 주춤했지만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면서 LG를 3년 만에 가을야구로 복귀시켰다. 야구팬들도 더 이상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를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김현수는 작년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331 22홈런119타점98득점의 성적으로 LG를 2년 연속 가을야구로 견인했다. 물론 구단 창단 30주년과 박용택의 은퇴 시즌을 맞아 우승에 도전했던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준플레이오프 탈락은 결코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하지만 LG에 김현수라는 확실한 강타자의 존재가 없었다면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단체 슬럼프 빠진 타선에서 군계일학 활약

중·상위권 팀이 이듬 해 우승후보가 되려면 최소 두 가지 조건 중 하나가 성립돼야 한다. 적극적인 투자와 보강으로 팀 전력이 크게 향상되거나 상위권 팀들의 전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외국인 투수를 타일러 윌슨에서 앤드류 수아레즈로 교체하고 팀 내 FA 차우찬(2년20억 원), 김용의(1년2억 원)와 재계약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보강이 없었던 LG는 상위권 팀 두산과 kt의 전력이 하락하면서 단숨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LG가 우승후보로 불리면서 김현수의 역할도 더욱 커졌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주장을 역임하게 된 김현수는 팀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LG와 맺은 FA 계약기간 4년이 끝나는 마지막 시즌이라는 점도 김현수의 투지를 불타게 하는 부분이다. 김현수는 첫 FA를 앞둔 2015년에도 4번의 도전 끝에 '만년 준우승팀'이었던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김현수는 시즌 개막 후 첫 16경기에서 타율 .246 2홈런9타점으로 LG의 간판타자로서 이름값을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4월 23일부터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부터 타격감을 찾기 시작한 김현수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421(38타수16안타) 3홈런12타점을 몰아치며 LG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LG가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비결 뒤에는 김현수의 맹타가 있었다.

김현수는 5일 친정팀 두산과의 '어린이날 대첩'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LG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첫 타석에서 단타,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낸 김현수는 5회 3번째 타석에서 우측담장을 넘기는 추격의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사이클링히트에서 3루타 하나가 부족했던 김현수는 3개의 안타를 모두 두산의 1선발 워커 로켓을 상대로 때려내면서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현수는 LG 이적 후 첫 2년 동안 두산과의 어린이날 더비에서 8타수 1안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개막전으로 열린 어린이날 더비에서 홈런과 2루타를 터트리며 3타점을 올린 김현수는 올해도 3안타1홈런2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LG는 2년 연속 어린이날 더비에서 잠실라이벌 두산을 꺾었다. 박용택이 은퇴한 LG에서 김현수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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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김현수 타격기계 어린이날 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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