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의 이동욱 감독이 일찌감치 구단과 연장 계약을 완료했다.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시즌이 아직 1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례적으로 다음 계약을 마치고 장기적인 팀 계획을 편하게 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NC는 5월 4일 이동욱 감독의 계약 연장 소식을 발표했다. 기존에 실행되고 있었던 2021년까지의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 뒤, 2022년부터 새로운 계약이 실행된다. 계약금은 6억원이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연봉으로 5억원 씩을 받는다.

역대 최연소 정식 감독, NC의 탄탄한 수비 구축에 기여

부산 출신의 이동욱 감독은 1974년 7월 17일 생으로 2021년 현재 KBO리그 10팀의 감독들 중 가장 젊은 감독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장정석 전 감독, 손혁 전 감독이나 현 감독인 홍원기 감독(이상 1973년 생)보다도 1살 더 젊은 지도자로 기록되어 있다.

임시 감독인 감독대행까지 포함하면 지난 해 10월에 손혁 전 감독이 사퇴한 뒤 11월까지 키움의 감독대행을 맡았던 김창현 대행(1985년생)으로 일부 현역 선수들보다도 젊었다. 정식 계약을 체결한 감독으로 기록 범위를 한정하면 2019년부터 이동욱 감독이 현재까지 가장 젊은 감독으로 팀을 지휘하고 있다.

고향 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선수로 활동했던 이동욱 감독은 롯데의 퓨처스 수비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잠시 프런트를 경험했다가 LG 트윈스의 퓨처스 수비코치를 거친 뒤 NC가 퓨처스리그에 참가했던 2012년부터 NC의 수비코치로 자리 잡았다.

이동욱 감독이 코치로 활동하는 동안 NC는 1군에 처음 참가했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시즌 연속 팀 수비지표에서 리그 1위를 기록하는 등 효과적인 지도 능력을 보였다. 2018년 이동욱 감독이 가족과 관련된 사정으로 인하여 잔류군 코치로 이동했을 때 NC가 수비가 흔들린 것을 시작으로 팀 성적이 최하위까지 떨어지면서 그의 존재감이 조명되었을 정도였다.

최하위 팀 재건한 이동욱 감독, 첫 해부터 가을야구 복귀
 
 NC 이동욱 감독

NC 이동욱 감독 ⓒ 연합뉴스

 
이동욱 감독이 1군을 잠시 비웠던 2018년 NC는 여러 가지 안 좋은 요소들이 겹치면서 첫 시즌인 2013년보다도 더 안 좋은 상황을 맞이했다. 결국 창단 첫 감독이었던 김경문(현 국가대표 감독)이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감독대행 체제에서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2018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NC는 잔류군 코치로 있었던 이동욱 감독과 계약을 체결하고 팀의 재건을 맡겼다. 팀의 전력이 가장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을 맡게 되었고, 외국인 선수 신규 영입 상한제가 생기면서 외부 영입으로 인한 보강이 전보다 더 힘들어진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NC 구단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었다. 2018년까지 기존의 마산 야구장을 사용했지만, 기존 마산종합운동장 자리를 활용한 창원 NC 파크를 새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홈 경기 환경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고양에 있던 퓨처스 팀이 마산 야구장을 쓰게 되면서 퓨처스 팀 상황도 바로 옆에서 지켜 볼 수 있게 됐다.

FA 시장에서도 리그 최고의 포수인 양의지를 영입하는 등 구단은 이 감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NC는 바닥을 치고 상위권으로 다시 도약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동욱 감독의 지휘 하에 NC는 최하위를 기록한 바로 다음 시즌에 리그 5위로 포스트 시즌 복귀에 성공했다.

원래 이동욱 감독의 첫 계약 조건은 계약금 2억 원에 연봉 2억 원으로 2년 총 규모 6억 원이었다. 그러나 첫 시즌부터 포스트 시즌 복귀에 성공하면서 NC 구단은 첫 계약이 1년 남은 2020년에 기존 계약 대신 계약금 1억원에 연봉 2억 5000만 원의 새로운 조건으로 다시 2년 계약을 맺었다.

부임 2년 만에 우승 성과, 또 다시 조기에 이뤄낸 재계약

계약 첫 해에 팀 운영에 있어 어느 정도 노하우를 쌓은 이동욱 감독은 두 번째 해인 2020년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시즌 초반부터 팀 승률이 다른 팀들을 앞서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정규 시즌 우승을 일찍 결정하고 한국 시리즈를 준비하게 됐다.

다만 창원 NC 파크에서는 한국 시리즈가 열리지 못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방역 대책을 마련하느라 2020년 시즌은 예년보다 6주 가량 늦게 시작했고, 이로 인하여 포스트 시즌이 겨울인 11월에 열렸기 때문이다. 11월 15일이 포함된 플레이오프부터는 추운 날씨를 감안하여 모든 경기가 고척 스카이돔에서만 진행되었다.

서울 연고 팀의 두산 베어스를 상대한 한국 시리즈였기 때문에 NC는 정규 시즌 우승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원정 경기로만 한국 시리즈를 치르는 셈이 되었다. 휴식 기간을 제외하고 홈 어드밴티지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NC는 6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4승 2패로 창단 첫 한국 시리즈 우승의 성과를 이뤄냈다.

이동욱 감독의 계약은 2021년 시즌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보통 감독들의 계약 체결 시기는 시즌을 마친 뒤에 이뤄진다. 김태형(두산 베어스) 감독의 경우처럼 시즌이 끝나기 직전에 재계약을 확정한 경우도 있었으나 이 감독의 재계약은 기존 계약 마지막 시즌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계약금만 해도 무려 6억 원이고, 감독 연봉은 2억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2배나 올랐다. 창단 첫 우승 성과에 대하여 구단이 이동욱 감독에게 확실하게 보답을 한 셈이 된 것이다. NC는 창단 첫 감독인 김경문 국가대표 감독에게도 첫 우승 기념 반지를 챙겨주는 등 팀 역사에 기여한 이들을 배려하고 있다.

미래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는 조기 재계약

이동욱 감독의 이번 재계약은 지난 번의 재계약처럼 기존의 계약 대신 새로운 계약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2021년 시즌까지 기존의 계약이 그대로 이어진 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의 새로운 계약이 이어지는 방식이다. 현 시점에서 2024년까지 4시즌 동안 KBO리그 팀의 감독직이 보장된 감독은 이동욱 감독이 유일하다.

대부분 감독들의 계약 기간은 2년에서 3년 사이에 이뤄진다. 김원형(2021~2022), 류지현(2021~2022), 홍원기(2021~2022) 감독은 2년이고, 김태형(2020~2022), 이강철(2021~2023), 허문회(2020~2022), 허삼영(2019~2021) 감독은 3년 계약이다. 첫 감독인 경우만 2년 계약이고, 이후 경력이 쌓인 감독들은 3년 계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 감독인 맷 윌리엄스(KIA 타이거즈, 2020~2022)와 카를로스 수베로(한화 이글스, 2021~2023)는 3년 계약으로 부임했다. 윌리엄스와 수베로 역시 메이저리그 팀에서 감독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KIA와 한화에서도 경력직(?)으로 인정하여 3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다만 이 계약 기간이 감독들에게 있어서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미래의 주축이 될 젊은 선수들의 육성, 은퇴를 앞둔 선수들의 세대 교체 등 몇 년에 걸쳐 이뤄져야 할 운영이 있는데 이 속도에 따라 2년의 시간도 여유가 있을 수 있고 3년의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다.

대부분 감독들의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는 가장 큰 요소는 계약 마지막 해의 시즌 성적이다. 감독들의 계약 소식이 들려오는 시기의 소식들을 보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 감독들은 재계약에 성공하지만 그렇지 못한 감독들의 재계약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감독이더라도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이뤄내지 못하여 구단과의 인연을 끝낸 감독들도 있다. 김진욱, 염경엽 그리고 장정석 전 감독은 한국 시리즈 준우승 성과를 낸 적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었다. 류중일 전 감독 역시 지난 해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계약 만료까지 1년 정도 남았을 때 우승 성과를 냈을 경우에는 재계약을 미리 보장해 주는 경우도 있다. 김태형 감독이 2년 계약으로 부임한 첫 해(2015년)에 우승 성과를 내면서 2016년 포스트 시즌에 들어가기 전 재계약을 이뤄냈고, 이동욱 감독 역시 1년이 남은 시점에서 우승을 이뤄내면서 재계약을 미리 이뤄냈다.

이동욱 감독 역시 김태형 감독과 마찬가지로 우승 성과로 재계약을 미리 이뤄낸 덕분에 향후 몇 년 동안 팀 운영 계획을 길게 잡을 수 있게 됐다. 장기적인 계획들을 편하게 구상할 수 있게 된 이동욱 감독이 디펜딩 챔피언 NC의 전력을 어떻게 유지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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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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