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4 07:59최종 업데이트 21.05.0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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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어린이와 노회찬 ②에서 이어집니다.) 

'아동학대범죄 처벌'과 노회찬
: "피해아동을 위한 국선변호인 및 보조인, 국선보조인 선임 의무화해야"


2017년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은 아동학대범죄사건과 피해아동명령보호사건에 대해서 피해아동을 위한 국선변호인 및 보조인, 국선보조인 선임을 '의무화'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아동학대처벌법)을 대표발의했다(12.12.). 


노회찬에 따르면, "2016년 연간 아동학대 사건 수는 2만9669건으로, 이는 2013년 1만 3076건에 비해 2.5배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5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행위자 중 부모는 79.8%를 차지했으며, 아동학대행위의 82.3%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노회찬은 "현행법은 검사가 법정대리인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해 피해아동의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임의규정'하고 있으나, 아동학대행위자의 79.8%가 '부모'이고, 재범 사례의 93%를 부모가 저지르는 현실에서 이런 임의규정으로는 피해아동이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에 아동학대사건의 국선변호인 및 국선보조인 선임을 의무화해야한다는 요구가 각계에서 제기되어 왔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밝혔다. 추정 비용은 '매년 10억~20억 원 수준'이었다. 
 

2017년 12월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은 아동학대범죄사건 등에서 피해아동을 위한 국선변호인/국선보조인 선임을 '의무화'하는 아동학대처벌법을 대표발의했지만, 이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자료사진). ⓒ 유성호

 
노회찬의 이 개정법안은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2020년 발생한 '정인이 사건'(아동학대 살인 사건)은 노회찬이 강조한 국선변호인 선임의 의무화가 왜 중요한지를 잘 드러냈다. 재판에서 가해자인 부모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정작 숨진 정인이를 위한 변호인은 없었다.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정인이는 숨지기 전에도 변호인의 도움은 받지 못했다. 특히, 정인이처럼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졌는데 도움을 줄 유족이 없는 경우, 검사가 공익 차원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주지 않으면 변호인 선임이 불가능했다.

칠곡·울산 사건에서 학대로 숨진 아이들을 변호하고, 세월호와 도가니, 조두순 사건 등에서 피해자 편에 섰던 이명숙 변호사(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는, 별로 달라진 것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이렇게 말한다(<SBS 뉴스>, 2021.1.18.). 

"요즘 인터뷰 잘 안 해요. 언론이 아동 학대사건 때마다 찾지만 이후 대안이 제대로 마련된 건 없고.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이슈가 되니까 며칠 만에 법 통과된 것도 웃겨요. 얼마나 졸속 입법이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지 알 수 있죠. … 억울한 제2, 제3의 정인이가 나타나지 않게끔 국선변호인도 적극 활용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 아동 전담 공무원들이 좀 더 전문화되길 기대해봅니다. … 사망한 피해 아동을 위한 변호인 없이는 재판을 할 수 없도록, 법이 만들어지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소아당뇨'와 노회찬: "함께해요 소아당뇨 꿈과 희망을"

소아당뇨병이란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당뇨병, 즉 인슐린 분비 장애나 인슐린 작용 장애에 의해 혈당이 상승하는 질환을 말한다. 노회찬은 '사단법인 한국소아당뇨인협회'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선천적 및 희귀질환에 가까운 소아당뇨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관리체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09년 6월 3일 오후 3시 진보신당 중앙당사. 한국소아당뇨인협회의 김광훈 대표는 그동안의 활동내용과 어려움들을 설명한 뒤에 "수 년 전부터 소아당뇨 환자들이 스스로 처우개선을 위한 운동을 추진하여 왔으나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늦었지만 이제야 사단법인으로서의 허가가 난 부분에 대해서 그동안 노력해 주신 노회찬 대표께 감사드린다"며 노회찬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노회찬(진보신당 대표)은 "복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지난 17대 국회에 있는 동안 소수자를 위한다는 정책을 이야기 하면서도 이처럼 어려운 소아당뇨 환자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발의하지 못했던 부분이 안타깝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앞으로는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4만 명의 소아청소년 환자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800만 당뇨환우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운동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뒤 "소아당뇨 권익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제도권과 협의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해 나가자"고 답변했다. 

2012년 10월 30일 노회찬(진보정의당 공동대표)과 오제세(국회 보건복지위원장)가 주최하고 한국소아당뇨인협회와 당뇨와건강동호회가 주관한, '함께해요 소아당뇨 꿈과 희망을~ 토론회'(소아당뇨 관리 소모품 지원 확대 및 소아당뇨 환자 처우개선을 위한 제3차 토론회)가 열렸다. 

노회찬은 축사를 통해 "제1형 당뇨병환자 소모성 재료 지원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많은 소아당뇨 환우분들이 현행 의료체계가 지닌 한계로 인해 소아당뇨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더욱 많은 분들이 소아당뇨관리 소모품 지원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회찬과 어린이 2012년 10월 30일 소아당뇨 환자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노회찬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2017년 11월 14일 '세계당뇨병의 날'을 맞아 노회찬(정의당 국회의원, 한국소아당뇨인협회 상임고문)은 소아 및 청소년 당뇨의 현실과 문제점, 정책적 대안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베이비타임즈>, 2017.11.15.). 

"지난 2010년 9월 28일부터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쳐서 개최된 국회 토론회는 당뇨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책적 관심 유도에 커다란 공헌을 해 왔으며, 저 역시 3차 토론회를 통해 2형 당뇨병으로 보장성 확대를 이룬 기억이 있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7차 토론회를 통해서 영유아보육법이 통과되었고, 8차 토론회를 통해서 당뇨병 수가가 반영되었으며, 9차 토론회를 통해서 학교보건법이 개정되고 있는 등 당뇨인과 예비당뇨인 1,000만 시대에 미래 대한민국의 건강을 관리하고 미리 예방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당뇨병환자들이 좋은 치료를 위해 의료법을 위반해 가며, 외국의 치료기기를 직구를 해야만 하고, 허가받은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치료비 이외에 한 달에 백만 원 가까운 금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등 보장성과는 거리가 먼 관리를 적용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군다나 당뇨병 보장성 제도를 통해 6개월에 45만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항목에 이런 첨단 치료기기가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제도적 병폐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4차 산업 발달에 따른 당뇨병 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첨단 기기의 도입과 적용에 대한 문제점, 모순된 보장성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 상임고문이자 야당 대표의원으로서, 전문가 여러분 의견에 귀를 기울여 앞으로도 좀 더 당뇨병 환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어린이 어깨동무'와 노회찬

어린이를 향한 노회찬의 애정어린 눈길은 북쪽으로도 향해 있었다. 2005년 10월 17일 (사)남북어린이어깨동무가 북녘 어린이들에게 볼펜과 샤프펜슬 등 학용품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한 '평양 어깨동무 학용품공장'(평양 중구역 소재)이 현지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은 1983년 12월 24일 설립됐지만 시설이 낡고 낙후돼 북한 어린이들에게 학용품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깨동무 학용품공장은 2005년 안에 빨강·파랑·검정 3가지 색깔 볼펜(북한말로는 원주필)과 샤프펜슬(수지연필) 각 500만 자루와 중성펜 50만 자루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준공식 행사에는 권근술(남북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과 변형윤(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후원회원 100여 명과 남쪽 어린이 20명이 함께 참석했다. 노회찬과 이기범(남북어깨동무 사무총장, 숙명여대 교수)과 장석(이우학교 이사장)도 이 가운데 있었다. 셋은 경기고를 함께 나온 친한 친구들이었다.

이기범 사무총장은 공장 준공 의의에 대해 "과거 밀가루, 콩기름 등 일회성 구호물품 제공을 뛰어넘어 북한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개발사업으로 전환'을 모색한 게 중요하다. 북측이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남측이 제공하여 대량으로 필기구를 생산, 어린이들이 교육환경을 개선하게 해준 것은 큰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박태상, <북한 어린이 손에 '남한 볼펜' 쥐어주다>, <오마이뉴스>, 2005.10.22.).

2016년 6월 20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 어린이어깨동무 20주년 기념 및 이사장 이취임식 '스무살, 어깨동무의 약속' 행사가 있었다. 160석 자리가 꽉 찬 것도 모자라 급히 좌석을 마련할 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다.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앞에 나가 축사를 했다. 2006년 어린이어깨동무는 북녘 친구들을 향해 '안녕? 친구야!'를 외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진행한 '안녕? 친구야!' 캠페인은 수해로 어려움에 처해있던 북녘 친구들을 걱정하며 안부를 묻는 인사인 동시에, 남·북 친구들이 만나 함께 정답게 뛰노는 것에 대한 염원이 담긴 표현이었다.   
  

이산가족 노회찬에게 "통일은 정치적인 문제 이전에 가족의 문제"였다. '어깨동무' 행사 당시 모습(2016.6.20) ⓒ 노회찬재단

 
사실 노회찬에게 평화와 통일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의 부모님은 이북 출신으로 두 분 모두 한국전쟁 난리통에 월남하신 분들이었다. 이산가족 노회찬에게 "통일은 정치적인 문제 이전에 가족의 문제"였던 것이다. 평소 "평화가 밥이다"라는 걸 강조해온 그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이렇게 묻고 답한다. 

"전쟁에서 이기면 평화가 찾아올까요?" 
"(...) 극우라면 모를까 건강한 보수라면 절대 전쟁을 고려하면 안 됩니다. … 평화란 의견이 갈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노회찬 아저씨 사랑해요, 편히 쉬세요"

2018년 7월 그의 떠남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담아 추모 메시지를 적었다. 그 가운데엔 아이들에게 노회찬의 삶과 꿈을 전하겠다는 글도 꽤 있었다. 1주기를 맞아 노회찬재단이 펴낸 <그리운 사람 노회찬>(2019.7.18.)에 수록된 추모글 가운데, 몇 개를 골라서 옮기는 것으로 이번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아저씨, 사랑해요. ♡ 편이 쉬세요." (정해인, 7살, 성실유치원).
 

노회찬과 어린이 노회찬에게 한 어린이가 보낸 편지 ⓒ 노회찬재단

  
"당신의 강연에서 큰 울림을 받은 대학생이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당신의 빛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

"혁명가는 자신의 피로써 새로운 길을 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항상 막다른 길을 앞장서서 길을 내어 주신 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크면 꼭 전하겠습니다. "저 분은 늘 약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시대를 헤쳐나간 훌륭하신 분이야"라고. 노회찬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늘 기억하겠습니다.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

"저희 아기공주가 오늘로 태어난 지 172일입니다. 아기공주가 뱃속에 있을 때 인근에 강의 오셔서 저희 가족 셋은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갔고, 다들 그렇듯이 저희도 유쾌하게 강의를 잘 들었습니다. 아기공주에게 추억을 남겨주고자 배부른 와이프의 임신 사실을 말씀드리며 사진 같이 찍자고 말씀드렸고, 특유의 푸근함과 웃음으로 흔쾌히 사진 찍어주셨던 작년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기공주가 좀 더 자라면 언젠가 또 대표님 강의에 저희 가족 셋 반가운 마음으로 가길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큰 슬픔을 안고 저희 셋 빈소를 찾아뵈었습니다. 아직도 안타깝고 슬픈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부디 가신 곳에서는 조금은 편한 길 걸으셔서 고단함이 좀 덜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생전에 솔선수범으로 가르쳐주신 바는, 건강하고 이쁘게 태어나서 잘 크고 있는 아기공주에게도 반드시 전달되도록 잘 키우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못 지켜드려 죄송했습니다. "

"그는 좋은 아들이자 지아비, 형제였다. 수배되고 구속되느라 아이 낳을 때를 놓치고 그 뒤 입양을 시도했으나 벌이가 일정치 않아 그마저 할 수 없었다는데... 아이가 있었다면 참 좋은 아비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게 못내 아쉬워 내 몸이, 팔다리가 다, 저릿저릿, 아프다. 나는 아이를 노회찬처럼 키우고 싶다. 머리통 크고 마음통은 더 크게. 정의롭고 평화롭게, 품위 있고 아름답게. 아이들만 그렇게 키우지 말고 나도 당신도 조금씩 노회찬이 되자고 말하고 싶다.

… 우리 모두가 어찌어찌 그렇게, 노회찬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따라 하다보면, 조금씩 좋은 사람이 되면, 그가 바란 세상에 어느 정도 가까워지지 않을까.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해요, 노회찬. 넘치는 사랑 고마웠어요. "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 다음 기사는 5월 7일(금) 게재 예정입니다(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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