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온라인 공연 실황 OTT 플랫폼 '레드컬튼'이 숨은 보석같은 연극·뮤지컬 작품들을 발굴해 선보입니다. 공연장에서는 막을 내렸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실황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수작들을 소개합니다. 소개된 작품들은 모바일 앱 'PL@Y2'(플앱) 내 '레드컬튼 프리뷰'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뮤지컬 '돈기호태' 스틸컷

뮤지컬 '돈기호태' 스틸컷 ⓒ 극단 오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은 녹록지 않다. 단순히 인고의 시간과 '노오력'이 필요해서만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우린 때때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건, 자신이 꿈꾸는 이상과 처한 현실이 서로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꿈꾸는 청춘들은 늘 고민한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얼마나 멀리까지 내던져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뮤지컬 <돈기호태>는 두 청춘 남녀를 통해 꿈과 현실 사이 괴리를 다룬다. 발달장애를 가진 스물아홉 청년 호태(이호철)와 스타 배우 지망생 정연(도수민)이 그 주인공이다. 장애를 딛고 빵집 파티셰로 일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호태가 어느 날 빵집을 찾은 손님 정연을 보곤 첫눈에 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큰 줄기다. 호태는 정연을 향한 순애보로 그의 꿈을 나름의 방식으로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정연은 배우로서 성공하기 위해 부당한 대우를 참아내는 현실 속에서 사사건건 호태와 부딪친다.
 
 뮤지컬 '돈기호태' 스틸컷

뮤지컬 '돈기호태' 스틸컷 ⓒ 극단 오

 
<돈기호태>는 호태와 정연이 처한 한계를 '장애'라는 공통분모로 치환한다. 호태의 경우 어수룩한 말투와 행동이 한 남자이자 직업인으로서 넘기 어려운 신체적 장애로 작용하고, 정연은 작은 극단에서 열심히 연기를 연습하지만 이렇다 할 배경도 인맥도 없는 상황이 사회적 장애가 된다. 호태의 말투만 보고 "재수 없다"라며 빵집을 나서는 손님, 정연에게 "여배우라면 한 번쯤은 벗어야지"라고 말하는 감독은 두 주인공의 능력과 무관하게 '장애'를 만들어내는 비뚤어진 사회적 시선을 대변한다.

극 초반 꿈을 노래하는 청춘 뮤지컬 특유의 활기를 자아내던 <돈기호태>는 이런 서사 속에서 점차 어두운 현실에 자리를 내주며 무게를 더한다. 정연을 향한 호태의 짝사랑은 이들이 맞닥뜨리는 사회의 폭력과 자본주의 논리 하에서 외면받고, 호태에게 있어 자신을 구원해 줄 '공주님'이었던 정연 역시 호태를 돌아볼 여유는 없다. 정연을 구원하고 또 정연에게 구원받고자 하는 호태는 줄곧 순수를 웅변하지만, 극은 주요 모티브가 된 동화 '개구리 왕자'처럼 '진정한 사랑을 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뻔한 해피엔딩을 허용하지 않는다.
  
 뮤지컬 '돈기호태' 스틸컷

뮤지컬 '돈기호태' 스틸컷 ⓒ 극단 오


결국 <돈기호태>는 청춘의 성장 서사를 넘어 사회의 온갖 추악한 면모들을 끄집어 내 도마에 올리는 작품이다. 단지 몸이 좀 불편하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도태되는 장애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연기력보다 외모로 평가되고 이용당하는 여배우까지. 누군가는 이런 부당함에 맞서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순응하는 작품 속 세계는 지금의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뮤지컬 <돈기호태> 실황 영상
작/연출: 오진희
출연배우: 이호철, 장대호, 도수민, 이대은, 송보근, 전하라, 주성오, 김은정, 조수아, 조수빈, 송채현, 박승주, 주백호, 한주현
제작: 극단 오
공연 일시: 2020년 11월 25일
공연장소: 성암아트홀
 
 뮤지컬 '돈기호태' 포스터

뮤지컬 '돈기호태' 포스터 ⓒ 극단 오

 
덧붙이는 글 뮤지컬 <돈기호태> 실황영상은 모바일 앱 'PL@Y2'(플앱) 내 '레드컬튼 프리뷰'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기자는 레드컬튼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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