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관련 이미지.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관련 이미지. ⓒ 영화사 혼


감독은 30년 만에 묵혀 두었던 이야기를 꺼냈고, 배우들은 화답했다. 보통의 극영화가 아닌 광주 항쟁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였다. 1990년 <부활의 노래>라는 영화로 데뷔한 이정국 감독은 검열과 압박으로 당시 어려움을 겪었고, 마치 없었던 일인 듯 이후로 광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던 당시 신인 감독의 괴로움은 반성으로 이어졌다.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될 때까지 반성하지 않는 책임자, 관련자들을 보며 감독은 단편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각에서 그들을 단죄하는 영화를 구상했다. 여기에 배우 안성기, 윤유선, 이세은 등이 화답했다.

영화는 크게 십수 년 전 아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오채근(안성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유는 분명히 알 수 없지만 누군가를 오랜 시간 쫓아온 채근은 광주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의 단골로 지내며 하나하나 자료를 모은다. 아들의 이름을 걸고 자신이 꼭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사명을 위해 전국 각지에 흩어진 사람을 찾아다니고, 때론 처절하게 응징하기도 한다.

극 중 이야기는 몇 갈래의 부가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대리 기사 일을 하는 채근을 신뢰하는 박기준 장군(박근형)은 교회 장로다. 안하무인인 듯 보이지만 채근에게 사람 좋은 충고를 하기도 하는데 은근하게 채근에게 임무 수행의 동기 부여를 하는 캐릭터다. 또한 채근이 다니는 단골식당 종업원 진희(윤유선)는 광주 항쟁 때 군부의 폭력으로 엄마를 잃은 유족이다. 그를 통해 채근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데, 복잡한 그의 내면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이처럼 몇 가지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영화는 왜 그렇게 채근이 숨죽인 채 무언가에 몰두했는지, 대체 아들과 한 약속은 무엇인지 후반부에 제시한다. 투박하고 다소 옛스러운 편집이 약점이 될 수 있지만 이야기가 제법 긴장감 있게 구성되어 후반부까지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예산이 10억 원이 채 안 되어 주변 도움이 절실했는데 주연 캐릭터를 제외한 영화 속 여러 인물이 실제 광주 시민들이라고 한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관련 이미지.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관련 이미지. ⓒ 영화사 혼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관련 이미지.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관련 이미지. ⓒ 영화사 혼

 
실제로 영화에 배경이 된 식당, 병원, 사무실 등은 대부분 광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했고 그 덕으로 제작비 상당 부분을 아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정국 감독은 지난 28일 언론 시사회에서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이번 영화를 자신의 새로운 데뷔작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감독이 처음 <아들의 이름으로>의 채근 역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안성기가 아니었다. 제작비 조달 문제로 지인에게 연기를 맡기려 했는데 일정상 지인이 고사했고, 주변 조언에 안성기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가 하루 만에 출연이 결정됐다고 한다. 이정국 감독은 "'제작비가 많지 않아 개런티를 많이 못 주는데 죄송하다'는 말에 '해봅시다'라고 선배님이 답했다"며 캐스팅 당시를 전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 3월엔 5.18 당시 계엄군으로 복무했던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유족에게 사과해 화제가 됐다. 군인이 직접 그날의 일을 고백하고 사죄한 첫 사례다. <아들의 이름으로>엔 가해자 측면에서 바라본 5.18이 일부 묘사돼 있는데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다. 


한줄평: 책임자가 반성하지 않는 한 계속돼야 하는 광주항쟁 이야기
평점: ★★★☆(3.5/5)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관련 정보

감독: 이정국
출연: 안성기, 윤유선, 박근형, 김희찬, 이세은, 이승호 등
제작: 영화사 혼
공동제작: 위즈씨엔아이
제작지원: 광주광역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배급: 엣나인필름
러닝타임: 90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21년 5월 12일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윤유선 광주민주화운동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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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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