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 94-73으로 승리한 전자랜드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앞서 1·2차전 경기에서 KCC에 패배했지만 3차전과 이날 4차전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이달 29일 전주에서 5차전 경기를 치르게 됐다.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 94-73으로 승리한 전자랜드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앞서 1·2차전 경기에서 KCC에 패배했지만 3차전과 이날 4차전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이달 29일 전주에서 5차전 경기를 치르게 됐다. ⓒ 연합뉴스

 
이번에도 쉽게는 끝나지 않는다. 23년만의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정규리그 1위 팀 전주 KCC, 마지막 시즌에 첫 우승을 노리는 인천 전자랜드가 이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29일 '운명의 외나무다리 승부'만을 남겨두고 있다.

당초 KCC가 전주 홈에서 1,2차전을 가져가며 시리즈를 일찍 끝내는 듯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도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았다. 인천으로 무대를 옮겨 치러진 3,4차전에서 전자랜드는 KCC를 2경기 연속 압도하며 대승을 거뒀다. 특히 3차전에서는 전자랜드가 112-67로 대승하며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점수(45점차)- 플레이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48점, 전자랜드 조나만 모트리) 등 각종 기록을 경신했다. 기세를 탄 전자랜드는 4차전에서도 94-73으로 21점차의 압승을 거두며 기어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차전은 다시 KCC의 홈인 전주에서 열리지만 분위기는 전자랜드 쪽으로 넘어간 상태다.

프로농구 역대 플레이오프 사상 1,2차전을 먼저 내준 팀이 시리즈를 뒤집은 사례는 1997-98 챔피언결정전에서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가 부산 기아(현 울산현대모비스)를 7차전 접전 끝에 역전한 경우가 유일하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6강-4강PO에서는 아직까지 역스윕에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2002-03시즌 창원 LG가 먼저 2연패를 당하고도도 3,4차전을 잡아내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결국 최종 5차전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던 것이 그나마 역스윕에 근접했던 유일한 사례다.

KCC와 전자랜드는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펼쳤다. 2008-2009시즌 6강, 2010-2011시즌 4강, 2017-2018시즌 6강에서 만났고 최종적으로는 모두 KCC가 승리한 바 있다. 올시즌을 포함하여 벌써 플레이오프에만 4번째 맞대결인데 2008-09시즌과 2017-18시즌에 이어 최종 5차전에서 승부를 가리게 된 것만 어느덧 3번째다.

용산고 선후배 사이인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과 전창진 KCC 감독간의 사령탑 대결에 초점을 맞춰도 비슷했다. 전창진 감독이 부산 KT 사령탑 시절 유도훈 감독의 전자랜드와 2011-12 시즌과 2013-14시즌 6강에서 연이어 만났고 역시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전창진 감독이 웃었다. 

전자랜드는 지금까지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5차전 시리즈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008-2009시즌 KCC와 6강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011-2012시즌과 2013-2014시즌 6강에서는 연달아 KT에 2승 3패로 졌다. 2014-2015시즌 4강에서는 원주 DB에게, 2016-17시즌 6강에서는 서울 삼성, 그리고 2017-18시즌 6강에서는 또다시 KCC에게 각각 5차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흘렸다. 구단 매각을 앞두고 전자랜드라는 이름으로 도전하는 마지막 플레이오프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꿈만큼이나 간절히 이루고 싶은 또다른 역사가 바로 '5차전 무승'의 불명예 기록을 청산하는 것이다.
 
 지난 23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KBL 플레이오프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92대 74로 승리한 KCC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지난 23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KBL 플레이오프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92대 74로 승리한 KCC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KCC는 전자랜드와 정반대로 5차전 시리즈에 강했다. KCC는 5차전 시리즈만 6번을 치러서 5승 1패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진 1997-98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포함하면 6승 1패다. 전창진 감독을 비롯하여 라건아-이정현 등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 대거 포진한 KCC가 최종전에서 이겨본 경험이 없는 유도훈 감독의 전자랜드와 비교하여 여유와 경험에서 조금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종 5차전의 관건은 수비와 체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 4경기를 더 치르고 올라온 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게 선수들이 엄청난 활동량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KCC를 체력전에서 압도하고 있다. 연승을 거둔 3,4차전에서 전자랜드는 앞선 2경기와 달리 KCC의 공격루트의 핵심인 라건아와 이정현의 2대 2게임을 잘 봉쇄했다. 김낙현, 이윤기, 차바위로 이어지는 전자랜드의 백코트진이 앞선 수비에서 KCC의 패턴에 대한 대처 방법을 터득한 모습이다.

라건아가 나올 때는 수비를 일대일로 가져가되 공이 투입되면 신속한 더블팀으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수비에 막힌 라건아가 외곽으로 다시 공을 빼려고하는 것을 가로채서 속공으로 전환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돌파력이 좋은 애런 헤인즈가 투입되었을 때는 빠르게 지역방어로 전환하며 쉽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KCC는 3차전 이후 외곽슛까지 부진하며 공격을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KCC는 발가락 부상으로 결장하던 송교창이 4차전에 드디어 복귀했다. KCC는 첫 두 경기에서 라건아의 골밑장악과 송창용-김상규 등의 분전으로 송교창의 공백을 잘메웠지만, 아무래도 수비 매치업과 리바운드에서 부담이 가중되던 상황이었다. 송교창이 완전치 않은 컨디션에도 4차전에서 17분 33초를 뛰면서 14점 3리바운드를 올려 팀 공격의 숨통을 틔워 줬다는 것은 패배 속에서도 KCC가 건진 한 가닥 희망이었다.

하지만 송교창이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고 5차전에서 출전한다고 해도 플레잉타임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신 선수가 부족한 KCC는 송교창을 활용하지 못하면 수비 매치업에서 부담이 커진다. 송교창의 투입 시점과 활용도에 대한 전창진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KCC는 결국 라건아와 이정현의 원투펀치가 살아나야한다. KCC가 지난 3~4차전에서 완패한 데는 라건아-이정현이 전자랜드 모트리-김낙현과의 에이스 대결에서 밀린 것이 치명타였다. 4차전에서 이정현은 전자랜드 가드진의 밀착수비에 고전하며 ​3점슛 11개를 던져 고작 3개를 넣는데 그쳤고 오히려 3개의 턴오버로 경기 흐름을 넘겨주는 악영향을 미쳤다. 라건아 역시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골밑에서 집중견제에 둘러싸이며 고전하고 있다.

반면 전자랜드는 3차전에서 48점을 올렸던 모트리가 4차전에서는 14점 8리바운드로 득점이 줄었으나, 오히려 수비와 팀플레이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국내 선수들의 득점포를 살리는 데 일조했다. 전자랜드의 토종 에이스인 김낙현은 4차전에서 무려 25점을 폭발시키며 팀의 외곽포 폭발을 이끌었다.

지금까지 1-4차전 모두 '마의 3쿼터'에 승부가 사실상 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전환점을 맞는 3쿼터에 기세를 잡은 쪽이 끝까지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점수차를 벌리는 양상이었다.

이제 양팀 모두 물러날 곳이 없다. 과거의 기록과 확률은 모두 참고자료일 뿐이다. 그날의 컨디션과 집중력, 그리고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어느 팀이 더 큰가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또 한 번의 역대급 명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플레이오프에서 과연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안양 KGC 인삼공사를 만날 마지막 주인공은 누가 될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전주KCC 인천전자랜드 5차전시리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