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이 끝난 후, KBO리그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지속되면서 구단의 재정은 자연스레 악화됐고, 각 구단은 선수단 정리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끝없는 추락을 했던 한화 이글스는 주축 선수 11명을 방출했다. 
 
이들 중 재취업에 성공한 선수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LG 트윈스와 계약한 좌완 고효준, kt 위즈에 입단하게 된 우완 안영명, 키움과 손을 잡은 국가대표 외야수 이용규까지 세 명이 전부다. 팀에서 방출되고 새 둥지를 찾은 이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이용규다.
 
사실 한화가 이용규를 방출했을 당시, 팀의 결정에 물음표를 그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팀의 주장이자 팀에서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고 2할 후반대 타율과 1홈런 32타점 0.381의 출루율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던 이용규를 방출했다는 것에 많은 팬들이 의문을 가진 것이다. 게다가 뎁스가 약한 한화에게 반등을 위한 확실한 전력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어느 팀에 가도 활용가치가 높다는 뜻이고, 이용규 본인도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마침 키움 히어로즈에 외야수가 필요했다. 이정후 외에는 확실한 외야수가 없던 키움에 국가대표 외야수 이용규는 든든한 전력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1월 10일 키움과 1년 총액 1억 5천만 원에 계약하면서 재취업에 성공했다. 한편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이용규의 영입이 키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도 있었던 반면, 그가 베테랑으로서 확실한 기량을 뽐내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평도 있었다.
 
 최근 좋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이용규

최근 좋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이용규 ⓒ 키움 히어로즈

 
최근 5경기서 타율 0.400... 좋은 타격감 선보여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이용규는 시즌에 돌입한 뒤로 베테랑으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뽐내며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종식시켰다. 특히 지난 27일 경기는 인상적이었다.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이용규는 1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 1득점으로 팀 승리에 큰 공헌했다. 2회말 2사 1루,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는 우익수 오른쪽 뒤로 타구를 보내 1타점 적시 3루타를 기록하며 팀에 역전을 안겼다. 이는 '역대 38번째 개인 2300루타'였기에, 의미 있는 3루타이기도 했다.
 
이용규가 팀에 도움이 된 부분은 공격뿐만이 아니었다. 한화는 1회초부터 키움의 에이스 요키시가 두산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면서 2점을 내줬다. 계속된 2사 2, 3루의 위기에서 김인태가 좌익수 쪽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이용규가 빠르게 반응해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이용규의 호수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6회초 4-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상황, 2사 만루에서 두산 박건우가 친 공을 땅에 떨어지기 직전 잡아냈다. 만약 바운드로 잡거나 놓쳤다면, 팀은 역전당해 패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용규는 호수비를 통해 베테랑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베테랑 이용규는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5(68타수 18안타) 7타점 출루율 0.354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연습경기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정작 시즌에 돌입하니 침묵했다. 4월 12일까지 타율 0.083(24타수 2안타) OPS 0.297로 아쉬운 타격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이용규의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그는 13일 LG전에서 4타수 4안타(1타점)으로 맹활약한 뒤부터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페이스도 좋다. 최근 5경기에서 4할의 타율(15타수 6안타)과 3타점 3득점을 기록 중이다.

컨택과 선구안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용규놀이'의 창시자인 이용규의 올 시즌 컨택률은 92.0%로 리그에서 2위에 해당한다. 타석 당 투구수도 4.40으로 리그 상위권이다.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아쉽지만, 베테랑으로서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재취업생' 이용규는 반등의 키가 될까.

'재취업생' 이용규는 반등의 키가 될까. ⓒ 키움 히어로즈

 
'재취업생' 이용규, 반등의 키 될까
 
덕수정보고(현 덕수고)를 졸업한 이용규는 '2004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순위 지명을 받아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그러나 타격에서 아쉬움을 남겨 대주자 요원으로만 기용되다가, 결국 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게 됐다. 이때부터 이용규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호랑이의 피를 수혈받은 이용규는 공수주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고, 총 세 번의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로 인해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 외야수로 평가받는다.
 
FA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을 때도 여전히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1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지난해에도 베테랑으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뽐냈다. 아쉽게 방출당하긴 했지만, 현재 키움에 새 둥지를 틀었고 매 경기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거듭났다.
 
올 시즌 키움에선 이용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던 키움은 현재 10위로 추락해 있다. 김하성의 이탈과 이정후, 박병호 등 주축 선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팀 전체가 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주장인 박병호는 2군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박병호가 없는 상황에서 리더 역할은 자연스레 이용규에게 요구된다. 박병호가 돌아올 때까지 팀의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키움의 반등의 키는 이용규의 손에 쥐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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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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