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런닝맨' 멤버 이광수가 오는 5월말 촬영을 끝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SBS '런닝맨' 멤버 이광수가 오는 5월말 촬영을 끝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 SBS

 
배우 이광수가 11년간 출연했던 SBS <런닝맨>과 작별한다.

소속사 킹콩by스타쉽과 SBS는 27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광수가 오는 5월 24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런닝맨>에서 하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첫 방송이래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그였지만 지난해 입은 부상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모양이다.

당시 그는 교통사고로 인해 몇 주 녹화에 참여하지 못하다가 복귀했다. 하지만 꾸준히 재활하면서 예능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소속사 측은 "지난해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꾸준한 재활 치료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촬영 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이에 사고 이후부터 멤버들과 제작진, 소속사와 긴 논의 끝에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시간을 가지기로 결정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소민, 양세찬 등의 합류로 구축된 8인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차에 갑작스럽게 발표된 소식은 <런닝맨> 시청자들에게 아쉬운 일임이 분명하다.

<런닝맨> 성공 주역 중 한 명
 
 SBS '런닝맨'의 한 장면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런닝맨>이 2010년대 초반 확실한 예능 대세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이광수의 역할은 리더 유재석에 못지않았다. 광바타를 비롯해서 배신의 아이콘, 난봉꾼, 기린, 꽝손, 아시아 프린스 등 10여개 이상의 별명을 지닐 만큼 이곳에서 이광수는 각 회차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획득하면서 시청자들의 배꼽 잡는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유재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석진이 형과 더불어 나의 애착인형" 같은 존재로서 마치 장난감마냥 다뤄지는 신세지만, 이런 콘셉트는 오히려 이광수의 예능 인기에 큰 힘이 되어줬다. 또 190cm 넘는 큰 키에 어리숙한 표정은 코믹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연상케하며 이광수만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지 브라더스(지석진), 톰과 제리(김종국), 배신자(하하) 등 멤버들과도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런닝맨> 속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기도 했다. 다수의 고정 멤버가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예능을 살펴보면 몇몇 출연진끼리만 케미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주도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되지만 이광수 만큼은 달랐다. 그는 <런닝맨>이 단순히 게임 예능이 아닌,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든 나무 뿌리와도 같은 존재였다.

<런닝맨>의 새 위기 또는 재도약의 기회?
 
 SBS '런닝맨'의 한 장면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지난 11년간은 <런닝맨>에 영욕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류 예능'의 선두 주자이자 SBS의 간판 예능으로 수년간 군림하는가 하면 이후 침체기를 겪는 과정에선 폐지설, 멤버 교체 및 새 시즌 돌입설 등 온갖 고난에도 직면한 바 있었다.  그때마다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의 끈끈한 우정이 밑바탕이 되어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정철민 PD(현 CJ ENM 소속) 시기를 거쳐 최보필 PD 체제를 맞이하며 프로그램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핵심 멤버의 이탈은 <런닝맨> 같은 버라이어티 예능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유재석이 이끌던 <무한도전>만 하더라도 노홍철, 정형돈 등의 연이은 하차가 결국 종영까지 연결되는 요인이 되었음을 고려할 때 <런닝맨> 입장에선 단순하게 출연자 1명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8개 기둥 중 1개가 사라진 것과 다르지 않다. 이광수 하차로 <런닝맨>은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이광수의 하차일까진 한 달여가 남아 있는 만큼 제작진은 앞으로 새 인물 합류를 통한 8인 체제 재구축, 또는 초대손님 확대를 통한 다양한 실험 등 여러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런닝맨> 측은 신규 멤버 영입에 대해선 확실하게 결정짓지 않았고 당분간 공석으로 둔 상태에서 제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수 받아 마땅한 11년의 공헌
 
 SBS '런닝맨'의 한 장면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사실 ​예능 속 이광수의 존재는 제법 독특하다.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을 무려 11년간 고정 출연한다는 건 전업 예능인도 하기 힘든 일에 속한다. 배우 생활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런닝맨> 하나의 우물만 파왔다는 건 강한 의지와 성실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유명 배우들이 종종 예능 출연을 병행하지만 이미지 고착화를 우려한 나머지 보통 시즌제 또는 일회성 등장을 선호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광수는 타 예능 출연은 자제하면서도 <런닝맨>에선 밀가루 범벅, 또는 얼굴에 낙서가 그려지는 굴욕적인 모습도 개의치 않고  즐겁게 촬영에 임해왔다. 자동차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진 상태였지만 기어코 목발 짚고 촬영장에 복귀할 만큼 그에게 <런닝맨>은 남다른 존재였다.

​'대체 불가 캐릭터'로서 남녀 노소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동안 우리는 그를 통해 매주 일요일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다. <런닝맨> 속 그는 늘 구박받는 천덕꾸러기 역할을 맡았지만, 우리에게 이광수는 늘 믿고 보는 예능인이었다. 아쉽게도 오는 5월말 프로그램을 떠나게 되었지만 이광수와 함께 보낸 11년은 박수와 환호가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

고마웠다! 이광수.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런닝맨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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