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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한 업체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최대 37조 원 규모의 세계 6위의 시장"이라는 아주 높은 수치의 결과를 받았다. 한국이 세계 6위라는 결과가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이 조사가 '세계 성매매 시장 규모'에 대한 조사였기 때문이다. 이 조사는 암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하보스코프닷(Havoscope)'에서 진행한 것으로,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은 정확한 통계를 잡기 어려운 성매매의 특성을 생각하면 실제 수치는 그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본다.    

다소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이유는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성매매를 '금지'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가 벌어진 이후, 성매매 방지 및 성매매 여성 보호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는 2004년에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처벌법)을 만들었다. 이 법의 탄생과 함께 한국은 정부가 성매매를 범죄로 간주하고 처벌하는 '성매매 불법'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된 지 11년이 지났음에도 한국 성매매 시장이 세계 6위 규모로 성장한 것을 보면, 이 법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계속해서 '성매매 처벌법'의 효과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계속돼 왔다. 이는 오늘날 성매매를 둘러싼 전세계적인 논쟁과 맞물려 '성매매 정책 방향성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매매는 범죄인가, 아닌가
 

성매매 정책에 대한 주요 주장에는 '신근절주의', '합법화론' 그리고 '비범죄화론'이 있다. 이 세 가지 주장은 '성매매 관련 규제 유무', '성구매자 처벌 여부' 등에 관한 논의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아래의 표에서 정리해보았다.
 
범죄로 규정 여부, 성매매 관련 규제의 유무, 성구매자 처벌 여부, 성노동자 처벌 여부, 제3자의 개입 처벌 여부로 분류
▲ 성매매 관련 논의들에 대한 신근절주의, 합법주의, 합법화론 입장 비교 범죄로 규정 여부, 성매매 관련 규제의 유무, 성구매자 처벌 여부, 성노동자 처벌 여부, 제3자의 개입 처벌 여부로 분류
ⓒ 이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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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신근절주의는 성매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매매를 인간의 본성으로 여기고 정상화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들은 성판매를 사회적 약자가 취약한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피해'라고 간주하여, 성매매를 비범죄화 하되 사회적 약자의 상황을 이용한 성구매자와 알선자 등의 제3자는 처벌하는 정책을 주장한다. 이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네덜란드'이다.

반면, 합법화론은 성매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며 사라질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본다. 따라서 성매매를 합법화하여 성판매를 노동이자 적법한 경제활동으로 규정하되, 국가가 관련 규제를 별도로 만들어 규제를 어기는 성구매자와 제3자는 처벌함으로 성매매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국가가 성매매를 적절히 통제하면 성매매 관련 범죄가 감소함과 더불어 공공질서 유지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마지막으로 비범죄화는 합법화론처럼 성판매를 적법한 노동이자 산업으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는 주장이다. 합법화론과 달리 비범죄화를 통해 성매매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을 것을 주장한다. 이는 성매매에 대한 규제는 음지화로 연결되는 '합법 성매매'와 '불법 성매매'의 구분을 낳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매매에 대한 통제가 아예 없으면, 성노동자들이 연대하여 독립 단체를 만들어 이 문제에 결정할 권리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자정 및 자가 통제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 중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비범죄화'는 '합법화'를 대체하는 "성판매자의 권리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의 이미지로 인식되며, 국내의 여러 칼럼에서 다뤄지곤 했다. 하지만 신근절주의는 비합법화나 합법화나 근본적으로 반인륜적인 행위인 성매매를 정상화한다는 사실은 다름이 없다며 비판한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는 성매매 관련 논의를 하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던져야 할 질문에 맞닥뜨린다. 성매매는 도덕적으로 용인 가능한 행위인 것일까?

우리는 평생에 걸쳐 "나의 몸을 돈으로 거래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사회에서 자라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주제를 대할 때 나름대로의 토론이 진행되다가도, "이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라는 질문을 마주하면 내적 갈등을 겪는다.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이 성노동자들의 처우 향상을 도울 것이라는 믿음과 우리 사회에 짙게 박혀 있는 도덕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좀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오래된 도덕'을 중심 판단기준으로만 삼는 것이 아닌, 실제 현장의 모습과 성매매 관계자들의 입장 등의 현실적인 부분들 또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합법화론, 신근절주의 그리고 비범죄화는 서로를 비판하며 자신이 가장 최적의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 무결한 주장이란 없듯이, 세 입장 또한 각기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합법화론과 비범죄화를 비판하던 신근절주의 또한 "성노동자에 대한 과잉보호이다"와 "성노동자를 보호한다면서 실제로는 그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각각 장점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는 어느 하나의 입장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토의를 거쳐 정책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비범죄화를 근간으로 하되 나머지 입장을 참고하는 것을 지지하지만, 이것이 과연 한국 사회에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주로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른 해외 사례들을 보며 주장의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또한 이 점을 언제나 주의해야 할 것이다. 비범죄화, 신근절주의, 합법화에 대한 사례는 언제나 참고 사항일 뿐 우리가 한국 사회의 성매매 정책을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성매매 산업만이 지니고 있는 구조와 그와 관련된 정책 및 사회적 인식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한국 사회에 부합한 맞춤형 정책을 만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많은 논란과 싸움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지금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이제는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 있는 '성매매'를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외면하지 말고, 정부를 선두로 그 심각성을 인지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태그:#대한민국 성매매, #합법화, #비범죄화, #신근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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