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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4일 오후 1시 39분]

"저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직업이 10개가 넘어요. 작사가, 영화감독, 필라테스 강사도 하고 싶어요."

설레는 얼굴로 여러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이십 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23살의 나이에 졸업을 미루고 창업한 한아름씨의 이야기다. 한 대표의 회사 '개로만족'은 강아지 수제 한과를 개발하고 판매한다. 특별한 점은 강아지 간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5명의 할머니 셰프라는 점이다.

한 대표는 왜 졸업을 미루고 창업을 선택했을까. 봄바람이 이는 지난 9일,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개로만족의 시작, 할머니와 강아지를 잇다  
 
할머니 셰프들과 수제 간식을 만드는 한아름 대표. 개로만족의 모든 제품은 사람도 먹을 수 있도록 국내산 재료를 이용한다
 할머니 셰프들과 수제 간식을 만드는 한아름 대표. 개로만족의 모든 제품은 사람도 먹을 수 있도록 국내산 재료를 이용한다
ⓒ 개로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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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맞벌이로 늘 바빴다.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준 건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 문득 돌아보니 이상했다. 할머니들은 왜 일을 하지 않을까? 아니 왜 그들에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그때부터 노인 일자리, 특히 여성 노인의 일자리에 관심이 생겼다. 인권과 노인 일자리, 복지에 대해 알고 싶어 북유럽 국가에 관해 배우는 스칸디나비아어과에 진학했다. 교내에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 노인 일자리 해결을 위한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게 개로만족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능력이 있지만, 누군가에겐 능력을 발휘할 무대조차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할머니들이 능력을 발휘할 무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반려견과 할머니를 연결한 계기는 한 대표가 키우는 7살 강아지 '콩이'였다. 할머니께 콩이를 잠시 맡아주신 적이 있는데 할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셨다는 것. 한 대표는 콩이를 손녀 돌보듯 돌보던 할머니의 모습에서 노인 일자리와 반려견 수제 간식을 연결 짓기로 결심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노인 일자리 사업에 선정됐어요. 처음에는 대한노인회와 협력하면서 열 분의 할머님과 일을 했고요. 지금은 동대문 시니어클럽과 협약을 맺고 다섯 분의 할머님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창업 후 1년이 지났다. 한 대표는 24살 사장님이 됐다. 매출은 초반과 비교해 20배 이상 성장했다. 직원 수도 13명으로 늘었다. 작년부터 꾸준히 각종 매체에서 개로만족의 이야기를 보도했고 방송에도 나왔다. 하지만 개로만족의 항해가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요? 
"경영에 대해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학교를 다닐 땐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해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회사에 적용하려고 노력했고요. 멘토님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어서 작은 연줄이라도 잡으려고 시도를 많이 했어요. 마음에 드는 회사 있으면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대표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시도하기도 했어요."

- 행동력이 굉장히 강하시네요. 
"절실하니까 물어보게 됐어요.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다고 믿거든요. 먼저 겪은 창업 선배들도 분명 저와 같은 막막한 시기를 거쳤을 테니 노하우를 공유받고 싶었어요. 창업에 성공하는 이유는 다 다른데 실패하는 건 다 같은 이유로 실패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실패를 꼭 알고 싶었달까요?" 

- 창업 초기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어요. 선생님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익숙하지 않으셔서 처음에는 서로 지적하는 일도 못 하셨거든요. 저희 제품이 수제 간식이긴 하지만 최대한 비슷한 양으로 썰어서 나가요. 한 번은 할머님 한 분이 양 조절이 어려우셨나 봐요.

다른 선생님이 그 부분을 지적하고 싶은데 직접 이야기를 못 하셔서 저에게 '저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 뒤로 직무 교육을 할 때 피드백 문화를 장려하고 있어요. '서로에게 피드백해주면서 멋진 셰프가 됩시다' 하면서요."
 
한아름 대표는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아름 대표는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개로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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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을 미루고 회사를 만든 이유가 있나요? 졸업 후 취업하는 진로도 있었을 텐데요. 
"개로만족 프로젝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고 애정도 정말 많은 상태였어요. 처음에는 수입과 관계없이 할머니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자고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점점 책임져야 하는 할머님들과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업화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욕심이 났습니다. 지금 바로 직접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데 취업을 위해 이걸 포기하기 힘들었어요." 

-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반대하시지는 않으셨나요?
"처음 프로젝트 단계에서는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강아지 식품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사업자등록을 할 때 공장이 필요했는데, 이 부분을 부모님이 도와주셨어요. 그런데 일이 점점 커지면서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셔서인지 한 번은 왜 굳이 취업하지 않고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안타까워하시더라고요."

"저는 10년 뒤에도 서른셋이에요." 개로만족을 창업할 때 23살이었던 한 대표가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던진 말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고 나를 뿌듯하게 하는 일이니 지금 도전해 봐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말씀드렸죠."

할머니들이 쉽게 꿈꾸고 쉽게 도전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수제 한과를 직접 만드는 다섯 분의 할머니 셰프. 40-50년 살림 경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수제 한과를 직접 만드는 다섯 분의 할머니 셰프. 40-50년 살림 경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개로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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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대표의 가장 큰 궁금증은 할머니들의 월급 사용처다. 그는 직접 물어보진 않지만, 가끔 이야기를 듣는다며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본인들을 위해 쓰셨으면 좋겠는데, 손주분들한테 많이 쓰시더라고요. 손주들한테 홍삼 사줬다, 장난감 사줬다 자랑을 하세요. 또 남편한테 밥을 쏘셨다며 엄청나게 기뻐하셨어요. 한평생 남편이 벌어다 준 돈만 쓰다가 자신이 번 돈을 쓴다는 게 기분 좋다고 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뿌듯해집니다."

- 유기견 보호소에 꾸준히 기부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현금을 기부하는 건 아니고 저희 제품, 강아지 수제 간식을 기부하고 있어요. 고정적으로는 3곳, 비정기적으로는 요청이 들어오는 곳에 저희 간식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고정적으로 기부하는 곳은 할머님들이 운영하시는 보호소예요. 매달 양은 다르지만, 지금까지 대략 200만 원 상당의 간식을 기부했어요."
 
개로만족 시그니처 상품인 강아지 수제 한과 세트와 검은깨 콩 쿠키
 개로만족 시그니처 상품인 강아지 수제 한과 세트와 검은깨 콩 쿠키
ⓒ 개로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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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 대표는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성장하고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월급을 탄 할머니들이 소소하게 사용한 바를 이야기할 때, 강아지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고객들이 리뷰로 남겨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제 월급은 아직 풍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지금은 조금 더 사업에 투자하자는 마음이에요. 이걸로 돈을 많이 벌거나 큰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것도 좋겠지만, 매일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게 개로만족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에요."

- 개로만족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능력이 있다고 믿어요. 할머니들은 40~50년이 넘는 주부 경력이 있지만, 그 능력을 발휘할 무대가 없어요. 할머님들이 쉽게 꿈꾸고 쉽게 도전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도전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있다면요? 
"도전했을 때 당장 나오는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그 도전을 성공까지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실패처럼 보이는 것들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작은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는 것,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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