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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경로당 통장에 보조금 부정사용으로 환수당한 금액 119만3070원이 찍혀 있다.
 A경로당 통장에 보조금 부정사용으로 환수당한 금액 119만3070원이 찍혀 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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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한 마을 A경로당의 2020년 운영 보조금은 총 419만 5000원이다. 운영비 86만 원, 간식비 93만 5000원, 냉·난방비 240만 원 등이다. A경로당은 2020년 쓰고 남았다고 결산한 금액 6만 3000원을 군청에 반납했다.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 2월 10일 이후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모두 문을 걸어 잠갔다. 경로당은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A경로당은 '운영 보조금(아래 보조금)'을 거의 다 사용했다고 결산한 것일까?

경로당 보조금 부당 사용·착복 의혹

〈열린순창〉은 지난 1월말 경로당 보조금 '부당 사용'과 '착복 의혹' 등 관련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다. 두 차례에 걸쳐 순창군청에 '경로당 운영비 교부, 집행, 반납, 환수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순창군 11개 읍·면사무소 별로 경로당 내역 결산이 이뤄져 지난 1일에야 군청에서 군내 전체 372개 '경로당 보조금 사용 내역'이 담긴 자료를 받았다.

순창군의 372개 경로당 별 보조금 사용 명세는 천차만별이었다. 많은 경로당이 보조금을 모두 사용했다며 반납금액을 0원에 맞췄다. 사용하지 못해 반납한 금액이 가장 큰 경로당은 267만 8500원, 보조금으로 받은 419만 5000원의 약 63% 정도를 반납했다. 4원과 13원을 반납한 경로당도 있고, 보조금이 모자라 21만 7363원을 경로당 자체 기금으로 부담한 곳도 있었다.

각 경로당은 경로당 명의로 발급한 통장을 사용한다. 보조금이 입금되는 '보조금 통장'과 기타 경로당 비용을 관리하는 '보조사업 통장' 등 2개 통장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로당 보조금은 냉·난방비, 운영비, 간식비로 용도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운영비와 간식비는 1년에 4차례 분기로 나눠 '보조금 통장'에 입금된다. 난방비는 겨울철인 1/4, 4/4분기 두 번 입금되고, 냉방비는 3/4분기 여름 한 차례 입금된다. '보조사업 통장'으로는 보조금이 아닌 경로당 지원사업에 선정돼 받는 지원금이나 출향 인사 등이 어르신 세뱃돈 등 경로당에 맡긴 성금(현금) 등을 별도 관리한다.
  
경로당 운영 보조금은 운영비, 간식비, 냉·난방비로 구분돼 각각 국비와 도비로 나눠서 통장에 현금으로 입금된다. 보조금결제전용카드를 사용하게 돼 있다.
 경로당 운영 보조금은 운영비, 간식비, 냉·난방비로 구분돼 각각 국비와 도비로 나눠서 통장에 현금으로 입금된다. 보조금결제전용카드를 사용하게 돼 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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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의 '경로당 보조금 집행 요령 안내'에 따르면 "운영비, 간식비, 난방비 집행 시 반드시 체크카드 사용"이라고 규정돼 있다. 경로당 보조금 통장과 보조사업 통장은 모두 경로당 명의로 발급받은 체크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경로당 별로 보조금 사용 내용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규정에 따라 사용용도 별로 체크카드를 사용해야 하지만, 일부 경로당 운영진이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열린순창〉은 A경로당의 2019년·2020년 '보조금 지원내역서'와 '보조금 지출내역서', '통장 입출금 내역'을 각각 입수해 살펴봤다.

통장 내역을 보면 일자 별로 전기요금, 상하수도 요금, 인터넷 사용료, 신문구독료, ○○통닭, 순창농협, 순정축협 등 사용처와 금액이 나와 있다. A경로당의 2020년 보조금 지출내역서에는 '1월 21일 36만 원 등유', '3월 30일 59만 5000원 등유', '12월 2일 60만 원 등유'라고 보고돼 있다. 통장에도 같은 날 동일 금액이 순창농협주유소 명의로 기록돼 있다. 난방비 지출 내역서와 통장 내용이 딱 들어맞아 이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A경로당의 문제를 제보했던 한 주민은 이렇게 지적했다.

"A경로당 보일러 기름 탱크가 400리터짜리예요. 한 번에 꽉 채운다고 해도 59만 5000원, 60만 원이 절대 나올 수가 없어요. 제가 농협(주유소)에서 날짜별 등유 가격을 확인했어요. 리터당 700원으로 계산해도 400리터면 28만 원이에요. 작년(2020년)에는 코로나로 경로당 문을 닫았어요. 동파 예방을 위해 가끔 난방을 켰더라도 이렇게 많은 기름을 땔 수가 없어요. 임원진이 개인적으로 등유를 빼돌렸거나, 등유를 넣지 않은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았을 겁니다."

남은 '국비' 반납 안 하려고 편법 결산

A경로당은 냉방비(20만 원)와 난방비(220만 원)로 1년에 보조금 240만 원을 받는다. 국비 180만 원과 도비 60만 원을 합친 돈이다. '보조금 집행 요령 안내'에는 이렇게 규정돼 있다.

"국비 180만 원은 집행해야 함. 집행 못 할 경우 국비만 반납, 도비 60만 원에 대해서는 운영비, 간식비로 통합전용 진행 가능함."

문제 소지는 냉·난방비로 지원받는 '국비 180만 원'에 있다. 국비는 쓰지 못한 잔액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경로당 문을 열든 안 열든 보일러를 계속 돌려서 국비로 지원받은 돈을 모두 쓰거나, 사용하지 못해 반납해야 할 금액을 보일러를 사용한 것처럼 꾸며 체크카드로 결제한 후 차액을 되돌려 받아 착복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A경로당은 2020년 난방비 171만 5000원과 냉방비 2만 7930원 등 총 174만 2930원을 사용했다고 결산했다. 냉·난방비 보조금 240만 원 중에서 '국비 180만 원'에 근접한 금액으로 맞춘 것이다.

A경로당 회장과 총무 등 핵심 운영진 4명은 경로당 체크카드로 물품을 구입해서 자기 집에 가져가 사용하기도 했다. 한 주민이 '구입 영수증은 있는데 해당 물품이 경로당에 없다'고 지적하자, 슬그머니 해당 물품을 경로당에 가져다 놓았다.

문제를 제기한 주민은 "운영진이 이른 새벽 물품을 A경로당에 가져다 놓는 모습이 찍힌 시시티브이(폐쇄회로티브이, CCTV) 영상을 직접 확인했다"며 해당 영상을 보여줬다.

해당 면사무소, 경로당 난방비 조사·환수 조치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전북 순창군 경로당 별 보조금 집행 잔액과 환수액 자료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전북 순창군 경로당 별 보조금 집행 잔액과 환수액 자료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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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경로당 문제를 인지한 면사무소와 군청 관련 부서 담당 공무원과 마을 이장 등은 문제를 제기한 주민과 경로당 운영진의 화해를 종용했다. 정보공개 청구 등 경로당 보조금 관련 취재와 주민의 민원이 계속되자 A경로당 회장과 총무 등 임원진은 모두 사임하고 새로운 운영진으로 바뀌었다.

이후 A경로당이 속한 면사무소에서는 면내 전체 경로당에 대한 조사를 벌여 적발한 부당 사용 금액을 환수 조치했다. A경로당은 2년간 보조금 부당 사용액으로 적발된 119만 3070원을 환수 당했다. 환수금액은 A경로당 통장에 '민원기름값'이라고 기록돼 있다.

A경로당의 문제는 또 있었다. 운영진만 알고 있는 '비자금 통장'과 어디서 생긴 돈인지 모를 300만 원가량이 들어 있는 '적금 통장'을 별도로 관리했다. 새 운영진은 이 적금을 깨서 환수 당한 금액을 충당했다.

A경로당 소재 면사무소 복지 담당 주무관은 "문제가 된 난방비 관련해서 각 경로당 별로 기름 탱크 용량과 주유 날짜, 주유금액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해당일 기름값으로 계산해 차이나는 금액만큼 환수 조치했다"며 "순창군은 다른 군에 비해 경로당 체크카드 사용을 일찍 도입하는 등 모범사례도 있는 만큼,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투명한 경로당 운영에 모범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순창군, 경로당 보조금 5년간 사용액 전수조사

A경로당 보조금 부당 사용과 물품 개인 착복 의혹 등을 확인하고, 지난 16일 오전 군청에서 노인복지 담당 주무관을 만났다.

주무관은 "문제가 된 경로당 사례를 알고 있으며 4월 1일부터 372개 전체 경로당에 대해서 운영 보조금 사용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수조사는 읍·면 별로 진행되고 있어서 조사 속도에 차이가 나는데, 취합하는 대로 정보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주민 민원과 노인회원 민원이 함께 들어오고 있어 이번 일로 노인회원이나 주민 간에 갈등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보조금 부당 사용과 착복 등이 밝혀지면 환수 조치하고, 더욱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로당 보조금 중에서 비중이 가장 큰 난방비, 결국 국비 지원금이 문제라는 걸 알아요.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난방비를 경로당에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군청이 군내 주유소와 협약을 맺어 경로당에서 기름을 사용하면 주유소에 그 내용을 확인하고 군청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대한노인회 순창군지회에서도 경로당 보조금 관련 사안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열린순창〉이 확인한 노인회 회의 자료에는 "보조금 부적정 집행 시 보조사업 관계자(회장, 총무 등)에 대해 지방재정법 제97조 및 제98조 각 규정에 의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각 마을 경로당(회장, 총무 등)에 반드시 안내"해 달라며, 보조금 부정사용의 심각성을 환기했다.
 
보조금 지원 기준표와 유의사항. 부적정 집행 시 관계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노인회 회의 자료 안내문
 보조금 지원 기준표와 유의사항. 부적정 집행 시 관계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노인회 회의 자료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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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 경로당 문제 해결할 적기

다른 노인복지 담당 공무원은 "경로당 별로 지난 5년간 보조금 사용 내역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6월 30일까지는 2020년과 2019년분을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나머지 3년간 자료 조사를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로당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65세 이상 전북 순창군 군민은 군 전체 인구의 34%에 달한다. 34%가 경로당 회원인 셈이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었다. 한 주민은 "어르신들끼리 식사도 하시고 간식도 드시고 골고루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몇몇 운영진이 어르신들 편을 가르고 자기들 배만 채워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마을 이장은 "코로나로 마을 회관(경로당) 문을 못 열어서, 간식비로 빵과 음료수 등을 구입해 어르신 댁에 일일이 전해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경로당 회장은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이질 못 하시니까 보조금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며 "남은 금액이 많았지만 규정대로 반납했다"고 전했다.

2020년 기준, 전북 순창군 372개 경로당 운영 보조금은 15억 8900여만 원이 지원됐다. 지난 5년 평균으로 하면 약 80억 원 정도의 국민 세금이 노인 복지에 쓰였다.

취재 중에 만난 한 공무원은 "군수님 (3선 연임) 임기가 내년에 끝나고 (4년 임기) 노인회장님도 5월 10일 새로 취임하셔서 어르신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경로당 문제를 해결할 적기"라면서 "순창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터진 김에 경로당 보조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서 순창군이 이번 기회를 전국적인 모범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4월 22일 보도된 내용을 추가,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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