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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 광주청년드림은행, 일러스트 작가 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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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사는 서른 살 준호(가명)씨는 지난 몇 년간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왔다. 전남함평 출신인 그는 광주의 한 전문대 기계과를 나왔지만, 공장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취업을 고민하던 준호씨는 공무원 시험이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고향에 가지 않고 광주에 남았다. 서울에 갈 형편은 안됐지만, 광주에서 스터디 모임에도 참여하고 열심히 공부해볼 생각이었다.

공무원 시험 인터넷 강의비는 1년에 160만 원까지 했다. 월세와 식비를 내고 나면 빠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겸할 수도 없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합격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017년 준호씨는 두 번째 시험에서 아깝게 떨어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최선을 다했던 시험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시험을 위해 다시 한 번 용기 내보기로 했다.

그런데, 부모님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준호씨는 저축은행에서 3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이자만 내고 있다가 3년 만기가 차면 일시상환하면 되는 상품이었다. 당시에는 무직이었기 때문에 저축은행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도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많지 않았고 3년 내에 어떻게든 직장이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준호씨는 세 번째, 네 번째 시험에서도 끝내 합격하지 못했다. 계속된 실패로 인해 심리적인 압박감도 심해졌다. 시험 준비를 계속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준호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멈추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을 모아서 다시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지난 2020년 햇살론에서 코로나19 특례로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이자율 4%로 500만 원까지 대출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준호씨는 3년 만기가 찬 저축은행 대출을 갚기 위해 햇살론에서 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막상 목돈을 손에 쥔 준호씨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이때 저축은행에서 기한을 3년 더 연장해주겠다고 했다. 매달 월세처럼 이자를 받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준호씨는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렸다. 공무원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그리곤 인터넷 강의를 위한 노트북도 장만하고,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마음껏 했다. 참아왔던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대출금을 대부분 사용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준호씨는 부채 상환을 시작했다 

결국 올해 초, 방치해두었던 부채 문제가 신경 쓰였던 준호씨는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 찾아왔다.

광주에는 지역 청년들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광주 청지트)'가 있다. 준호씨는 광주 청지트에서 1:1 내지갑상담을 받았다. 내지갑상담은 청지트가 고안한 청년 맞춤형 재무상담이다. 청지트 상담사는 내담자를 1시간 30분씩 두 번 만난다.

1차는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인터뷰 상담이다. 돈 문제뿐만 아니라 근로환경, 주거환경, 사회적 관계, 취미, 앞으로의 계획 등을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2차 상담에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본인의 수입과 지출, 자산과 부채 현황을 살펴보고 생애설계를 통해 재무계획을 세워준다. 과중한 부채가 확인되면 채무조정제도와 연계하며, 그밖에 본인에게 필요한 주거정책, 청년정책, 복지정책 등을 안내한다.

상담사는 준호씨가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현재를 놓치지 않도록 재무구조를 짰다. 우선 고정적으로 나가는 월세부터 줄였다. 청년 전세임대 대출을 받아 월세를 10만 원대로 낮추기로 했다. 당시 준호씨는 매달 월세 30만 원을 내고 있었다.

상담사는 준호씨의 저축은행 대출 상환을 1순위 재무목표로 잡았다. 이자율 15%에 달하는 저축은행 대출을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내하고 빠르게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 거치상태인 햇살론은 우선 이자만 내기로 했다. 2020년 8월에 받은 햇살론 대출에는 2년간 월 이자 2만 원만 내면 되는 거치기간이 있었다. 준호씨는 거치기간이 끝난 이후부터 5년에 걸쳐 매월 10만 원씩 대출금을 갚아나가기로 했다.

준호씨는 부채를 상환하려 좀 더 긴 시간 일하기로 했다. 작은 유통업체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한 지 두 달째다. 그 사이 비상금을 마련하기 위한 적금도 시작했다. 

준호씨는 돈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카페에서 공부하기(카공)'를 꼽았다. 매달 정해진 지출이 빠져나가고 나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준호씨가 매달 자신을 위해 쓰는 비용으로 15만 원을 설정했다. 이 돈은 식비도, 생활비도 아닌 준호씨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사용하는 돈이다. 상담사는 이 돈에 대해 "인내하는 것에도 에너지가 들어간다"며 "삶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지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한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정을 되찾은 준호씨는 조금 느리더라도 다시 일어서보기로 했다.

불안한 사회, 안정을 좇는 청년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툰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툰
ⓒ 광주청년드림은행, 일러스트 작가 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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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9급 국가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이 전국 436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총 5662명을 뽑는 이번 시험에는 19만 8110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35:1이다. 준호씨가 응시하고자 했던 올해 첫 광주시 공무원 공채에는 738명 모집에 9273명이 지원하여 경쟁률 12:1을 기록했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주세연 센터장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그나마 이 시험이 공정하게 느껴지고, 안정을 보장한다고 이야기한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일 것"이라며 "다만 수년간 반복되고 있는 쏠림 현상 앞에 공무원이 아니라도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려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되물었다. 

주 센터장은 또 "청년기에 겪는 경제 문제는 단순히 빚 얼마를 갚아야 한다는 숫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삶을 설계하는 시기에 부채 때문에 단기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청년부채 문제에 경제, 문화, 지역을 비롯한 복합적인 불평등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다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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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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