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토끼는 2011년 < Seoulight >란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팝부문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논쟁적인 EP < Happy Ending >과 2집 < Stay Gold >를 발표했고, <마이 시크릿 호텔> OST에 참여했고 몇 장의 싱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드디어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정규앨범은 2016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1집의 센세이션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의 삶과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13일 야광토끼를 만났다. 
 
야광토끼 야광토끼

▲ 야광토끼 야광토끼 ⓒ 야광토끼

 
다음은 야광토끼와의 일문일답니다.  
 
- 반갑습니다. 음악활동한 지 15년 정도 지났는데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솔로 앨범을 낸 지 11년이 됐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특별히 별 감회가 있지는 않아요. '그냥 그래도 어떻게 잘 버텼구나'하는 정도예요. 가장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고 어릴 때는 열정적으로 해서 너무 재밌었는데요. 어느 정도 하고나니까 직업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음악을 하면서 풍족한 적은 없어서 어느 때는 부업이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 학업을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요?
"학위를 딴다거나 하는 쪽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음악이랑 음학이랑은 다른 거라서. 다만, 음악에 대한 공부는 하고 있어요. 요즘은 유튜브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굳이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공부는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다작을 하는 편이 아닌데.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내 인생에서 이렇게 앨범을 늦게 내는 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릴 때는 혈기왕성해서 (빠르게) 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아요. 곡을 적게 만들지는 않아요. 그런데 마음에 들 때까지 그냥 두는 것 같아요. 이제는 좀 막 내야 할 것 같아요."
 
-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시는 편인가요?
"아니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어 보기도 하는 등 고민이 많았는데요. 점점 오프라인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 같아요. 악기를 두들긴다던가 길 가다가 떠오르면 그냥 녹음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멜로디와 가사가 같이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그게 더 원석 같아요. 가사를 나중에 썼더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꾸민 것 같고. 편곡은 많이 바꾸는 편이에요. 심지어 코드까지 바꾸기도 하고요. 그러면 꼭 친구들이 처음 게 좋은 데 왜 바꿨냐고 그래요. 곡들을 쌓아놓고 그때그때 내지 않고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는 편이에요.
 
- 혹시 1집의 영향력에 대한 부담 같은 게 있었는지.
"물론 인기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기는 하죠. 그렇지만 1집을 쫓기보다는 당시 음악 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뭔가 다른 걸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 앨범이 그렇게 인기 있는지도 몰랐고요.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본 건데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저도 점점 그런 걸 느껴요. 제가 기술과 감성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그때의 감성을 지금 표현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참 순수하고 열정적이었거든요. 지금 노력한다고 될 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선배들이 음악을 하다보면 1집으로, 언젠간 네가 했던 음악으로 돌아간다고 했던 말은 들은 기억이 나요."
 
-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만 보면 다른 뮤지션들과 별로 교류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 편이죠. 시대를 역행하고 있네요. 아슬(Aseul)처럼 친한 분들은 있는데요. 다른 뮤지션들과 같이 곡을 발표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세션을 썼어요. 부모님이 '천년동안도'라는 재즈 클럽을 운영하시거든요. 거기서 소개받아 같이 작업을 했어요. 근데 그분들하고 말만 같이 해도 참 재밌더라고요. 제가 몰랐던 것도 많이 배우고요. 내가 왜 그동안 이렇게 단절하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다음부터는 피처링 같은 걸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 이번 앨범에 세션을 쓴 이유는?
"샘플링을 가져다 잘라 쓸 수도 있었지만, 제가 아는 분들과 함께 접점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많이 협력을 하지는 못했어요."
 
 
야광토끼 야광토끼

▲ 야광토끼 야광토끼 ⓒ 야광토끼

 
- 이번 앨범을 펀딩으로 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제작비가 필요했고요. 미리 주문을 받아 놓으면 작업을 할 때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회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서요. 주변에서 많이 하기도 하고 그래서 신청을 했어요. 물론 제작비가 펀딩 액수를 초과하기는 했어요.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펀딩에 성공하고 압박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끝내게 되더라고요.
 
- 1집의 신스팝에서 이후의 EDM으로 가면서 곡이 점점 느려지는데.
"제 곡의 사운드가 바뀐 건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당시 1집에 대한 반응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소녀감성이라는 말을 듣는 게 싫었고요.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 Happy Ending >이 나왔죠. 점점 느려진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제 생활패턴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몽환적이고 흐릿한 느낌인데.
"유행하지 않는 곡들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신스팝이나 EDM은 유행을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보다는 경계가 없는, 레퍼런스가 없는 음악들을 추구하다 보니까 추상적인 음악이 된 것 같아요."
 
- 앨범 제목이 코스모스인 이유는?
"어릴 때 살던 동네의 뒷산에 가면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내가 아무리 먼 곳을 여행하고 와도 제가 결국 돌아갈 곳은 어릴 때 살던 동네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곡들을 하나의 다른 여행지라고 생각하고 그곳들을 여행한 후에 다시 원래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어요."
 
- '아파트 천국'은 다른 곡들과 결이 다른 것 같은데.
"이전에 남편이랑 미국 일주를 했었어요. 그리고 한국에 왔는데 여기가 같은 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곳곳에 현수막이 잔뜩 걸려있는데, 다들 분양에 대한 말들만 있는 거예요. 거의 '분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그 느낌이었어요. 그게 우리나라의 정서를 대표하는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해서 만들었어요. 제 또래의 친구들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집을 사는 가가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서요"
 
- 'Bloom'은 편곡 면에서 특이한 트랙 같아요.
"이 곡이야말로 앨범의 주제에 맞게 지구가 아닌 우주로 가는 트랙이 아닐까 싶어요.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처음엔 오토튠으로 시작했고 후반부에는 샘플팩에 있는 곡을 가져다 사용했어요. 생명의 탄생 느낌을 주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화려하게 된 것 같아요."
 
- 'Twilight'이 타이틀곡인 이유는 뭐예요?
"가장 재밌게 작업한 트랙이에요. 혼자서 레이어를 쌓는 작업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어요. 가장 애착이 많이 가서, 팬들이 많이 들어봐 주셨으면 하는 곡이에요."
 
- < Stay Gold >의 '나를 잊지 말아요'처럼 이번 앨범도 어쿠스틱한 곡을 작업한 것 같아요. 
"그렇네요. 근데 어쿠스틱이라고는 하지만 '그저 가만히 앉아서'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간단할 줄 알았는데 마음에 드는 기타리스트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제가 원하는 간결한 스타일을 맞추는 연주자를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다들 자기만의 색을 고집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러다 사운드 배러 닷컴이라는 뮤지션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알게 됐어요. 거기서 브라질 기타리스트의 데모를 듣고 연락을 했어요."
 
- 지난 앨범의 '북악산로'나 이번 앨범의 'Kosmos'처럼 인스트루멘탈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있
기는 해요. 점점 사람들이 그런 쪽 음악도 많이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주곡으로만 구성된 음반을 내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 가사에 점점 영어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된 건 멜로디와 곡 분위기 때문이에요. 예전에 'Daytime Disco'라는 곡에서 영어 작업을 해서 세계화에 발맞추어 영어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게 머리에 남아있던 것 같아요. 근데 다들 왜 영어가사가 이렇게 많으냐고 물어보시는 걸로 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외국의 팬들이 오히려 우리말을 번역해서 보는 시대니까요."
 
- 사랑노래가 많은 것 같은데요.
"남편이랑 연애할 때 만든 곡들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가령 'Call You'는 남편이 동생 졸업식 있다고 미국에 갔을 때의 그리움을 담은 노래예요."
 
야광토끼 야광토끼

▲ 야광토끼 야광토끼 ⓒ 야광토끼

 
- 코로나로 어려움이 크실 것 같아요. 
"공연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큰 문제는 없어요. 그런데 CD 해외 배송건과 관련해 큰 타격을 받았어요. 해외에서 제 CD를 많이 사주시거든요. 일반배송이 2주 걸리고 배송비가 3천원인데, 3개월이 걸리는 배편으로 보내면 1만2천원, 특정 배송업체를 이용하면 3만 6천원을 내야해요. 이전에 받은 주문들이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다 보내드렸어요. 그래서 남는 게 없어요(웃음)."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앨범이 좀 힘들었어요. 제가 임신을 해서요. 입덧을 하느라 고생을 좀 했어요. 하지만 팬분들은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야광토끼 KOSMOS TWILIGHT 야광토끼 3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